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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그리는 여자, 하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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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19.

작가 하영희는 김치를 그린다. 사람들은 김치 그림을 보며 저마다 갖고 있던 김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누구라도 하나쯤은 갖고 있는 김치의 추억이 캔버스 밖에서 풍성하게 펼쳐진다. 금세 군침이 돌고 따끈한 밥 한 그릇이 생각난다.

김치 그리는 여자, 하영희

김치 그리는 여자, 하영희

 

작가 하영희는 김치를 그린다. 사람들은 김치 그림을 보며 저마다 갖고 있던 김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누구라도 하나쯤은 갖고 있는 김치의 추억이 캔버스 밖에서 풍성하게 펼쳐진다. 금세 군침이 돌고 따끈한 밥 한 그릇이 생각난다.

 

김치가 전하는 알싸한 위로

집밥이 ‘트렌드’가 되고 그것으로 스타도 만들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삼시세끼 차리는 걸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밥상 위에 늘 올려지던 평범한 밑반찬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밀착 카메라로 들여다보며 마음의 위안을 찾는 세상. 지글지글 부쳐지고 있는 분홍색 ‘소시지’가, 반지르르한 어묵볶음이, 빨간 고춧가루로 쓱쓱 발려지는 겉절이가 이렇게 위로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작가 하영희에게도 엄마의 집밥은 그렇게 다가왔다.

 

 

 <김장김치> 수채화119cmx98cm 2009 ⓒ 하영희

 

“어느 날 아침에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오밀조밀 모여 있는 반찬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리곤 ‘아, 내가 이 밥을 먹으려고 매일같이 출근을 하고 돈을 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밥상이 그렇게 소중하고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는 거예요.”법을 전공하고 금융회사에 다니던 하영희 씨는 밥상 한 번 눈 여겨 볼 틈 없이 바빴고 시계바늘처럼 여유 없이 규칙적으로 돌아가던 직장인이었다. 그러다 취미로 그림을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회사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꼬박 그림에 매달릴 정도로 빠져들었다. 소재를 찾으러 산과 들과 강으로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화가의 마음을 붙잡은 건 어느 날 엄마의 소박한 밥상이었다. 화룡정점인양 밥상을 화려하게 만들어주고 있던 새빨간 김치. 처음엔 화폭에 옮길 엄두는 나질 않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 수많은 색을 만들어 보고, 재료를 연구하고, 스케치를 하면서 묵히고 숙성시켜온 첫 번째 김치를 캔버스에 담았다. 일 년 만이었다.

 

 

 <묵은지> 아크릴 53cm x 45.5cm 2014 ⓒ 하영희

 

맛과 추억을 캔버스에 담그다

하영희 작가의 김치 그림은 생생하다. 빨간 고추 색이 선을 그린 듯 배춧잎의 결마다 배어 있고 그릇에는 흥건한 고춧물이 고여 있다. 보고 있으면 턱 양끝이 찌릿해지면서 침이 절로 고이고 쭉 찢어서 갓 지은 쌀밥 위에 척 올려놓는 상상에 입맛을 다시게 된다. 어른이고 아이고 작가의 김치 그림 앞에서는 모두 식욕이 폭발한다. 언젠가 아동 간질환자 병동에 있는 작은 갤러리에서 전시를 했었는데 치료 때문에 야채를 먹지 못하던 환자 아이 하나가 매일같이 그림 앞에 와서 ‘먹고 싶다, 먹고 싶다’ 그러고 갔을 정도다. 어디 넘치는 게 식욕뿐이랴. 그림을 대면한 사람들 열에 아홉은 김치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들고는 한다. 가장 좋아하는 김치부터 김치 담그는 비법, 엄마 김치의 맛, 요즘 식당 김치에 대한 불평까지 한 점의 그림 앞에서 이야기는 끝날 줄 모른다.

 

<오이물김치> 수채화116cm x 91cm 2008 ⓒ 하영희 

 

“어떤 사람은 그림을 보자마자 막 웃어요. ‘김치가 그림이 돼?’하면서요. 그런데 조금 지나면 김치 얘기를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라도 김치에 관한 추억 하나쯤은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제 그림을 보며 즐거워하고 추억을 나눠주는 것 자체가 너무나 고맙죠.”

 

김장철이라는 축복의 시간

김치 그림을 그리는 하영희 작가에게 김장철은 영감이 충만해지는 계절이다. 가족들과 김장을 하면서 좋은 ‘그림’을 구상해보고, 전국에서 열리는 김치축제도 바지런히 쫓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한다. 김치가 아니었다면 절대 나설 길이 아니었을 것인데, 해마다 사진기와 노트를 들고 축제를 찾아간다. 뜸하던 지인들도 김장철만 되면 ‘괜찮은 김치가 있는데 사진 보낼까’하며 연락을 해온다.

 

<회오리> 아크릴53cm x 45.5cm 2013 ⓒ 하영희

 

“저는 김치한테 감사한 게 참 많아요. 김장철이면 김치축제 따라 전국을 여행하고, 사람들 사이의 정()도 알게 되고, 무엇보다 저를 화가로 살게 해주었으니까요. 그리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제 그림에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도 김치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이야기도 술술 풀어놓고……. 제 그림이 그림에서 머물지 않고 한발 더 사람들에게 다가간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럴 때 김치 그리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해요.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김장의 계절이라는 것이 점점 희미해져가는 게 현실이다. 밥상에 김치가 빠져도 크게 아쉽지 않은 사람이 늘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삼국시대부터 모양을 바꿔가며 지금껏 이어져왔듯이 김치는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밥상에 남아있을 것이다. 작가 하영희가 김치를 놓지 못하고 꼭 쥐고 있는 까닭이다.

 

 

 <오이소박이> 아크릴53cm x 45.5cm 2014 ⓒ 하영희 

 

김치로 세계인을 사로잡은 아티스트들!

- 세계에 김치를 보여주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김치를 세계에 알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김치다’는 김치를 담그는 방식에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다. 외국인들에게 쉬운 발음을 찾다가 ‘김치다’라는 예명을 지었다는 작가는 물감에 소금을 섞어 김치를 버무리듯 캔버스 위에 펼쳐낸 뒤 자연에 노출시키는 숙성의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한다. 헐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신흥식 영화감독은 스크린 안에 김치 이야기를 담았다. 2009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치칸(Kimchikhan)’을 통해 한국의 숨은 김치명인을 소개하면서 세계인에게 김치의 우수성을 알렸다. 김치로 미국 뉴요커의 입맛을 사로잡은 ‘장모김치’ 대표 로린 전은 ‘냄새나는’ 김치를 귀하고 몸에 좋은 수제 음식으로 탈바꿈시켰다. 서양요리와 접목한 다양한 레시피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해온 그는2012년, 60가지 전통과 현대 김치요리법을 담은<The Kimchi Cookbook>을 내기도 했다.

 

- 하영희 작가 프로필

2008년부터 김치를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로 세 번의 개인전과 음식을 주제로한 다양한 그룹전에 참여했다. 교학사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와 두산 동아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작품이 소개되었고 현재 포항시립미술관, 산자부지원 김치사업단 순천대센터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 작성자 : 문화포털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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