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DENTICAL

？ 타인을 통해 나를 마주하는 시선의 구조

우리는 종종 타인을 통해 자신을 인식한다. 누군가의 말, 표정, 시선, 혹은 낯선 얼굴 속에서 문득 나와 마주치는 순간.

홍태양 작가의 《THE IDENTICAL》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작가가 오랜 시간 구상해온 상징적 존재, 이옴테이오(IOMTEIOT)가 있다. Toi et moi(너와 나)를 거꾸로 배열한 이 이름은 단순한 언어 유희를 넘어,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정체성이 형성되는 아이러니한 구조를 드러낸다.

이옴테이오의 눈은 단지 대상을 ‘보는’ 수단이 아니다. 그 눈은 자아와 타자, 내면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감각의 통로이다. 관객은 이 시선을 따라 타인을 바라보며, 어느 순간 자신을 응시하게 된다.

전시 속 회화와 드로잉들은 이옴테이오의 세계를 확장하며, 단일하고 고정된 자아가 아닌, 끊임없이 흔들리고 반사되는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시각화한다. 익숙한 형상 속에서 어긋나는 감각은, ‘같음’과 ‘다름’의 경계, ‘자기’와 ‘타자’의 차이를 조용히 되묻는다.

《THE IDENTICAL》은 타인의 얼굴에서 나를 발견하는 전시이다. 그 낯선 눈빛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자신만의 이옴테이오와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