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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에서 맡는 문학의 향기

제작
전채윤
재생시간
05:18
등록일
2020-09-29
서울은 많은 작가들의 삶이 차곡차곡 쌓여온 도시이며 문학작품의 무대이기도 하다.
정지용 시벽, 정지용 집터, 셋이서문학관 등 은평구 곳곳에 숨어 있는 문학의 흔적을 찾는다.
시청자들이 이번 영상을 통해 서울에 대한 애정을 키우고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문학으로 풍성히 채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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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작가들의 삶이 차곡차곡 쌓여온 도시이자 많은 문학작품의 무대입니다.
문학을 통해 서울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봅시다.
은평구에서 맡는 문학의 향기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녹번동 초당 일대는 정지용 시인이 납북되기 전까지 살며 창작에 매진한 곳입니다.
‘정지용 시벽’을 찾아 녹번동 산골마을로 향했습니다.
서정 시인 정지용은 참신한 이미지와 절제된 시어로 한국 현대시의 성숙에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이번에는 정지용 집터에서 시인의 발자취를 느껴봅시다.
그가 살았던 집은 ‘ㄱ’자 형태의 초가였는데 지금은 그 터에 빌라가 들어섰습니다.
조용한 주택가 골목 벽에 정지용 시인이 살았던 곳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있습니다.
정지용 시인은 경향신문사와 이화여자대학교에 재직하며 창작과 사회활동을 겸했는데 녹번동으로 이사오면서 사회 생활을 접고 오직 시 창작과 서예에만 몰두했습니다.
 
녹번리
                      정지용
여보!
운전수 양반
여기다 내버리고 가면
어떡하오!
 녹번리까지만
날 데려다주오.
 동지섣달
꽃본듯이 ..... 아니라
녹번리 까지만 날 좀 데려다주소
 취했달 것 없이
다리가 휘청거리누나
 모자 아니 쓴 아이
열 여덟 쯤 났을까
"녹번리까지 가십니까?"
"너두 소년감화원께 까지 가니?"
"아니요."
 캄캄 야밤중
너도 돌변한다면
열여덟 살도
내 마흔아홉이 벅차겠구나
 헐려 뚫린 고개
상여집처럼
하늘도 더 껌어
쪼비잇 하다.
 누구시기에
이 속에 불을 키고 사십니까?
불 드려다 보긴
낸데 영감 눈이 부시십니까?
 탄탄대로 신작로 내기는
날 다니라는 길이겠는데
걷다 생각하니
논두렁이 휘감누나
 소년감화원께 까지는
내가 찾아 가야겠는데
 인생 한번 가고 못 오면
만수장림에 운무로다
 
마지막 장소는 북카페와 쉼터, 인문학 강좌가 있는 ‘셋이서 문학관’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코로나19로 휴관중이였어서 사진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셋이서 문학관의 주인공은 천상병 시인, 중광 스님, 이외수 작가입니다.
한국 문단의 기인으로 불리던 이들의 이야기로 들어가봅시다.
1층 북카페는 책들로 가득합니다.
여기 잠시 앉아서 시를 읽다 가도 참 좋겠네요.
먼저, 승려이자 화가, 그리고 시인이었던 중광스님 방입니다.
그는 불교 계율에 얽매이지 않는 기행 때문에 승적을 박탈당했지만 파격적인 필치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다음은 이외수 작가 방입니다.
그는 바보 같은 천재, 광인 같은 기인으로 명명되며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문학세계를 구축했습니다.
1979년부터는 직장을 포기하고 창작에만 전념했습니다.
마지막은 천상병 시인 방입니다.
‘문단의 마지막 기인’으로 불리는 그는 <귀천>과 같이 죽음과 피안, 인생의 비통한 현실 등을 압축한 시를 썼습니다.
시인의 활짝 웃는 사진과 오른쪽 벽에 <귀천>이 눈에 들어옵니다.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이렇게 은평구를 배경으로 작가들의 발자취를 따라왔습니다.
문학의 도시, 서울의 숨은 매력을 발견했는데요.
여러분도 코로나19 때문에 지친 마음을 문학으로 풍요롭게 채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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