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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경계도 없이 ‘낯선 아름다움’을 만나다

문화포털 기자단 2016-10-25
거침없이 경계도 없이 ‘낯선 아름다움’을 만나다


사진전, 좋아하시나요? 절묘한 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작품은 우리에게 웃음을 주기도하고 작가의 목적이나 의도에 맞추어져 찍힌 사진들은 그 어떤 광경보다도 큰 압도감과 감동을 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비교적 크고 작은 모양새로 다양한 사진전들이 열려왔었는데요. ‘라이언 맥긴리’, ‘린다 매카트니’를 국내에 소개했던 서촌의 대림미술관에서는 이번 해 전 세계 패션업계는 물론 다양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으며 활동하고 있는 패션 사진작가 ‘닉 나이트’의 사진전이 열린다고 합니다.


사진과 패션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예술분야인데요. 한 브랜드가 자신들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나타내기 위해 진행하는 화보와 룩북(look-book) 촬영에 있어서 어떤 사진작가와 작업하느냐에 따라서 옷과 컬렉션의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하며 그것은 패션기업의 매출과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이러한 작업에 있어 미디어, 그래픽 기술을 활용한 ‘영상화보’나 ‘영상잡지’도 보편화 되어 패션에 대한 관심이 낮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다양한 장소와 매체에서 패션을 느낄 수 있게 되었죠.


이렇듯 중요한 두 분야의 경계를 가장 잘 연결하고 있는 사진작가가 바로 ‘닉 나이트(Nick knight)’입니다. 닉 나이트는 1958년 출생한 영국의 사진작가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작가로 불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닉 나이트는 사진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1세대 사진작가로서 패션사진은 물론 디지털영상에 이르는 넓은 스펙트럼을 보유하며, 그 영역 곳곳에서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유일무이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2010년에는 대영제국훈장(OBE)은 물론 브리티쉬 패션 어워드 등에서 수차례 수상할 정도로 화제의 중심에 서있으며, 알렉산더 맥퀸, 크리스챤 디올, 입생로랑, 보그 등 세기의 디자이너 및 매거진과의 협업에서 대체 불가능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대림미술관으로 가볼까요?


닉 나이트 전시장 전경 ⓒ 문화포털 기자단 하유리

닉 나이트 전시장 전경 ⓒ 문화포털 기자단 하유리


이번 전시는 크게 6가지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110여점의 대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다큐멘터리적인 접근으로부터 시작해 패션계에서 보편적으로 여겨지는 화보 작업 활동을 넘어서, 회화와 사진의 경계 이미지와 영상의 경계가 각각 섹션을 지날 때 마다 점차 흐릿해지며 닉 나이트만의 개성이 넘치는 것을 찬찬히 느낄 수 있습니다.닉 나이트의 작품을 보러가기 전, 전시장 로비에서 2층을 올려다보면 그가 그동안 작업해온 영상작품이 재생되고 있습니다. 마치 패션쇼장에 온 것 같이 화려한 옷을 입은 패션필름을 보다보면 이곳이 사진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져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시장 첫 번째 섹션 ⓒ 문화포털 기자단 하유리

전시장 첫 번째 섹션 ⓒ 문화포털 기자단 하유리


전시장의 첫 번째 층인 2층에는 1982년 사진집으로 출간된 이후 세계 최초로 대림미술관에서 공개되는 ‘스킨헤드(Skinheads)’ 작업물과 함께 세계의 대표적인 아티스트들을 닉 나이트만의 시선으로 구성하며 본격적으로 패션 포토그래퍼로 도약하게끔 만들어준 ‘초상사진(portraits)’섹션이 전시되어있습니다. 


패션 사진을 보는 시각이야 다양하지만, 이전까지의 패션 화보들이 모델이나 주변요소에 관심을 두었다면 닉 나이트는 의상 자체를 부각시키며 패션 화보에 있어서 가장 주안점으로 ‘의상’자체를 두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 속에서 모델들은 어두운 그림자처럼 표현되기도, 의상의 색만 도드라져 나타나기도 합니다.


의상이 강조된 닉나이트의 사진 ⓒ 문화포털 기자단 하유리

의상이 강조된 닉나이트의 사진 ⓒ 문화포털 기자단 하유리


저에게 있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섹션들은 바로 3층에 전시되었던‘페인팅&폴리틱스(Painting&Politics)’섹션인데요. 본 섹션을 들어가기에 앞서 벽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닉나이트 사진전 월텍스트 ⓒ 문화포털 기자단 하유리

닉나이트 사진전 월텍스트 ⓒ 문화포털 기자단 하유리


혹시 여러분들은 아름다움에 대해 어디까지 인정하실 수 있으신가요? 어디까지가 아름다운 것인지, 어디 부터가 아름답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경계를 설정해 놓으신 적이 있나요?보편적으로 사람들은 느끼는 아름다움은 ‘외적으로 보기에 익숙한 것’에 바탕 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는데요. 그 범주에서 벗어나면 어쩐지 의문과 불편한 시각을 받는 것도 아쉬운 사실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죽은 동물을 조각내어 전시하는 데미안 허스트와 같은 예술가의 작업에 대해서는 의견과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기도 하고요. 


전시 섹션을 들어가기 전, “그래봐야 얼마나 충격적이겠어? 나는 예술에 있어서 개방적인 사람이야.”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저에게 닉 나이트의 작품은 스스로 정의하고 있는 아름다움의 범주와 편견의 경계를 묻는 듯 했습니다. 한쪽벽면에는 일반적인 패션모델이 아닌 장애인모델들이 역동적인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며 율동하는 듯 찍힌 사진들이 제가 알게 모르게 갖고 있던 편견에 대해 알려주었으며, 반대편 벽면에는 선혈이 낭자한 사진들이 보이며 어디까지가 예술의 경계인지, 어디까지를 예술로 인식할 것인지 질문하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알렉산더 맥퀸과의 작업물이 있는 섹션 ⓒ 문화포털 기자단 하유리

알렉산더 맥퀸과의 작업물이 있는 섹션 ⓒ 문화포털 기자단 하유리


마지막 섹션에서는 닉 나이트와 영혼의 동반자로 여겨지는 ‘알렉산더 맥퀸’의 공동 미디어 아트 작업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현재에는 미디어로 패션을 접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일이지만, 당시 이러한 것들이 익숙하지 않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닉 나이트는 의상에 깃든 내러티브를 보여주고자 다양한 방면으로 패션 필름을 제작해 선보였다고 합니다.


예술의 경계와 통념을 허물며, 기존의 형식을 파괴하는 그의 사진들은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충격과 함께 그동안 관객들 개개인이 보유했던 편견에 대해 재 질문하는 과정을 선물하는 것 같습니다. 큐비즘의 창시자 파블로 피카소는 “창조가 있기 전에 먼저 파괴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고 하죠. 낯선 것, 어딘가 편하지 않은 것을 대담하게 보여주는 닉 나이트의 사진이 아직은 익숙지 않더라도 조금 더 가까이 작품을 마주한다면 새로운 관점의 문이 열리지 않을까요?


* 닉 나이트 사진전 정보

- 전시명 : Nick Knight Image <닉나이트 사진전 : 거침없이 아름답게>

- 기간 : 2016.10.06. ~2017.03.26

- 가격 : 성인: 5000원 / 학생(초/중/고): 3000원

- 비고 : 화-일요일 l 10:00AM – 6:00PM 목, 토요일 l 10:00AM – 8:00PM(전시종료 30분전 매표 마감)

            매주 월요일 휴관, 설/추석 연휴 휴관

- 홈페이지 : http://www.daelimmuseum.org/index.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