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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강원 감영길에 오르다

문화포털 기자단 2016-05-05
원주 강원 감영길에 오르다

- 강원감영, 추월대, 원동 성당, 자유 시장 -


1580년 선조 13년 송강 정철은 45세가 되던 해에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되어 원주로 길을 나서게 됩니다. 정철은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과 관동 팔경을 유람하며 그 뛰어난 경치에 감탄하게 되는데요.


“平평丘구驛역 말을 가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양주 말을 갈아타고 여수로 돌아드니, 원주의 섬강은 어디고, 치악산이 여기로다.)”

 - 정철「관동별곡」중에서 - 


섬강을 따라 원주의 ‘배말(배를 정박하는 마을)’에 도착한 정철은 드디어 강원의 감영길에 오르게 됩니다. 조선시대 강원도의 중심지이자 송강 정철을 비롯해 한글 창제를 반대한 최만리, 청백리 명재상 황희 등 훌륭한 위인들이 거쳐간 ‘원주 감영’을 함께 거닐어 봅시다.


조선시대 강원도의 중심지, 원주 감영


원주의 번화가에 함께 어우러져 있는 강원감영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원주의 번화가에 함께 어우러져 있는 강원감영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하늘이 무척이나 맑은 날, 원주의 역사로 떠나기 위해 강원감영의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감영 여행길 코스는 강원감영, 추월대, 원동 성당 순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특히나 강원감영은 원주의 번화가인 원일로 거리를 거닐다 보면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함께 어우러져 자연스레 공존하고 있는 것이죠. 원주의 지역민들이 얼마나 우리의 문화예술을 아끼고 사랑하는지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감영’은 과연 무엇일까요? 감영은 조선시대 관찰사가 머물던 지방 관아로 오늘날의 도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강원감영은 강원도 지방 행정의 중심지로, 1395년부터 1895년까지 500년 동안 지금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유일한 곳인데요. 감영의 중심건물인 ‘선화당’ 또한 지금의 강원감영이 유일하기에 그 가치가 더욱 특별하다 할 수 있습니다.


감영 포정루와 건너편 배말타운 아파트의 모습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감영 ‘포정루’와 건너편 ‘배말타운 아파트’의 모습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감영의 첫 번째 출입문인 ‘포정루(관동포정아문)’는 참으로 듬직한 장수 같습니다. ‘관찰사가 시행하는 정사가 두루 잘 시행되는지 살펴보는 누각’이란 뜻을 지님과 동시에, 위험이 생길 때 이를 알리는 역할을 겸했습니다. 실제로 포정루를 따라 빙 둘러싸인 벽이 강원감영을 단단히 지키고 있었는데요. 마치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는 듯 굳건한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합니다. 


이때 포정루의 맞은편을 보면 상가들이 늘어선 골목을 따라 높게 세워진 원주의 ‘배말타운 아파트’를 볼 수 있는데요. 현재 배말타운 아파트에 위치하던 곳이 바로 배말나루 길을 따라 원주천 배가 드나들었던 곳입니다. 이처럼 원주의 지역민들은 강원도 원주의 역사를 기억하고 보존하기 위해 작지만 의미 있는 일들을 만들어 나갑니다. 영어로 이름을 짓고 현대적인 건축물 세우기에만 급급한 서울의 중심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서, 우리는 새로운 교훈과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중삼문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선조들의 지혜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중삼문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선조들의 지혜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포정루를 지나면 언제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냐는 듯, 두 번째 문인 ‘중삼문(관동관찰사영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삼문은 말 그대로 세 개의 문 중 가운데에 위치한 문으로, 포정루를 지나온 사람들이 재차 본인의 신원과 방문 목적을 밝혔던 곳입니다. 강원도의 중심부인 만큼 경비가 탄탄했음을 알 수 있지요.


중삼문의 대문을 열고 또 다른 감영의 모습을 마주하기 전, 우리는 선조들의 지혜를 먼저 만나볼 수 있습니다. 돌로 울퉁불퉁하게 만들어진 길이 보이실 텐데요. 이는 항상 올바른 자세를 갖춰야하는 관찰사들이 길을 걸을 때, 걸음걸이와 행실을 조심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뿐만 아니라 길은 총 3가지로 분류되는데, 그 중 가운데 길은 왕을 비롯하여 새로 부임한 관찰사만이 지나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 또한 강원감영에 방문한 특별한 손님이기에 가운데 길을 따라 발걸음을 조심히 걸어보았습니다.


줄지어 있는 다양한 모습의 선정비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줄지어 있는 다양한 모습의 선정비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중삼문을 지나면 제각기 다양한 모습의 비석들이 줄을 지어 서있습니다. 깨진 비석부터 큰 돌이 올려진 비석, 누워 있는 비석까지,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참 쏠쏠합니다. 이 비석의 이름은 ‘선정비’로, 관직에 있으면서 정사를 잘 펼친 관찰사를 기리기 위해 백성들이 자체적으로 세운 것인데요. 아쉽게도 대부분이 소실되었고, 현재는 일부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이때 선정비에는 참 흥미로운 우리의 전통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정사를 제대로 치루지 못한 관원들은 자신의 선정비를 스스로 세우고 갔는데, 이를 보고 괘씸하다 생각한 백성들이 비석에 몰래 돌을 던지기 시작했고, 이것이 유래되어 지금의 비석치기 놀이가 탄생했다는 재밌는 이야기입니다.


내삼문과 선화당에서 느껴지는 한옥의 아름다움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내삼문’과 ‘선화당’에서 느껴지는 한옥의 아름다움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세 번째 문인 ‘내삼문’에서 마지막 신원절차를 거치게 되면, 드디어 감영의 중심부인 ‘선화당'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선화당은 관찰사의 집무실로, 행정, 조세, 민원, 재판 등 국민들을 위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는데요.


이곳은 귀중한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문화제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주민들을 위해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 옛 우리의 것을 직접 만져보고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는데요. 선화당에 두 다리를 뻗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니 감영의 독특한 매력에 흠뻑 빠져듭니다. 이때 선화당의 뒤편에는 600년 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감영을 지키고 있는데요. 아쉽게도 현재는 후원(연못)을 복원하기 위한 2단계 공사 준비로 인하여 그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서의 강원감영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서의 강원감영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그 밖에도 감영의 행각이었던 ‘사료관’은 현재 강원감영의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당시의 고문서류, 강원감영의 축소모형과 과거의 모습이 담긴 사진, 비녀, 상평통보, 나막신과 같은 사회생활사류 등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뿐만 아니라 감영의 곳곳엔 포토부스, 곤장체험, 널뛰기, 투호 던지기 등 옛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체험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나아가 선화당에선 국악부터 한국무용, 클래식,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되기도 하고, 매년 10월엔 감영문화의 전통을 재현하는 ‘강원감영제’ 축제가 열립니다. 이처럼 강원감영은 단순히 50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것이 아닌, 500년의 역사와 문화예술을 함께 간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것을 직접 체험하고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문화 공간’이자 원주 지역민들의 ‘만남의 공간’입니다.


* 강원감영

- 문화재 지정번호 : 사적 제 439호

- 주소 : 강원도 원주시 원일로 85 (일산동 54-2)

- 운영시간 : 오후 9시 ~ 오후 6시

- 홈페이지 : http://www.gamyeong.com/

- 문의 : (033) 737-4767


추월대, 원주 시내를 한 눈에 담다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추월대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감영을 뒤로하고 옆으로 난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작은 언덕 위의 산동네가 보입니다. 산동네 사이에는 옛 원님이 가을밤 달구경을 하던 ‘추월대’가 숨어있는데요. 추월대로 향하는 길에는 오래된 동네슈퍼와 기울어가는 판잣집, 화분들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벽화에는 코스모스가 피어나고 익은 감을 따며 가을을 맞이하는 아이들이 그려져 있는데요. 벽화의 아이들도 하늘이 어둑해지면 추월대로 올라가 가을밤의 달을 구경하려는 듯합니다.


가파른 경사를 올라 추월대에 도착하니 탁 트인 원주 시내가 저 멀리까지 펼쳐집니다. 낮에는 파아란 하늘과 치악산의 정취를, 밤에는 새벽의 공기와 원주 시내의 야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추월대

- 주소 : 강원도 원주시 원동 원주문화원 부근

 

민주화 투쟁의 성지, 원주 원동성당


따뜻한 색감과 분위기로 가득한 원동성당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따뜻한 색감과 분위기로 가득한 원동성당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다시 원주의 시내로 내려오면 지금까지 보았던 유적과는 다른, 이국적인 건축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원주 원동성당’인데요. 여타 성당들보다 화려하지도 규모가 크지도 않지만, 이곳은 민주화 투쟁의 정신이 깃들어있습니다. 유신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의 한 획을 그은 지학순 주교가 '원주선언‘을 한 곳으로, 원주 지역의 민주화 운동 상징이 되었습니다.


성당에 들어서면 반짝이는 햇살을 받은 스테인드글라스가 오색의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는데요. 고요한 성당의 분위기 속에선 종교의 의미를 떠나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고 사색할 수 있게 합니다.


* 원동성당

- 문화재 지정번호 :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139호

- 주소 : 강원 원주시 원동 85-1

- 홈페이지 : http://www.wjwd.or.kr/index.asp

- 문의 : (033) 765-3350


원주 지역민들의 시끌벅적 전통시장, 자유시장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자유시장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자유시장 ⓒ 문화포털 기자단 박정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죠? 감영의 포정루가 나있는 큰 대로변을 따라 5분 정도 걷다보면 원주의 전통시장인 ‘자유 시장’이 나옵니다. 떡볶이부터 돈까스, 빚은 만두 등 다양한 먹거리와 의류 및 볼거리가 가득한데요. 원주의 역사 여행에서 다시 현대로 돌아와 오늘날의 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입니다.


조선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원주 지역민들의 애정이 담긴 강원 감영길. 감영의 여행길을 따라 걷다보면 원주 시내의 매력을 찬찬히 알아갈 수 있을 겁니다.


* 자유 시장

- 주소 : 강원도 원주시 중앙시장길 11

- 정기휴일 : 매월 첫째, 셋째 주 일요일

- 문의 : (033) 746-5037


* 참고 자료

- 원주강원감영지 제공 브로셔 및 해설사 해설

- 강원감영문화제 : http://www.gamyeong.com/

- 문화재청 : http://www.cha.go.kr/cha/idx/Index.do?mn=NS_01

- 정철 「관동별곡」 원문

- 네이버 국어국문학자료사전 「관동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