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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인 작품

문화포털 기자단 2015-11-30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인 작품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인 작품
-안톤 체호프의 원작과 다시 태어난 연극 <챠이카(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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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챠이카> 캐스팅 ⓒ 안똔체홉학회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인 작품’


지난 10월부터 대학로에서 활발히 공연 중인 연극 <챠이카>는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라 말합니다. 10명 이상의 배우가 무대에 나와 저마다의 이야기를 나누며, 저마다의 꿈을 펼쳐놓습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일 수 있다는 특별한 공연의 원작은 무엇일까요? 바로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입니다. ‘챠이카(Чайка)’는 러시아어로 ‘갈매기’를 뜻합니다. 그렇다면 원작은 어떤 내용이기에 이렇게 특별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연극 <챠이카> 공연 ⓒ 안똔체홉학회



안톤 체호프의 원작 희곡 <갈매기>

고전 작품은 어느 시대에서나 여전히 살아서 우리에게 목소리를 내며, 그 해석의 가능성은 다양합니다. 희곡 <갈매기>도 그렇습니다.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라는 고전은 지금까지 숱한 리메이크가 이뤄져오면서, 여전히 다양한 시선과 가치관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갈매기>에는 유명 여배우였던 아르까지나, 그의 아들이자 작가인 꼬스챠, 아르까지나의 연인이자 유명 작가인 뜨리고린, 여배우를 꿈꾸는 니나, 아르까지나의 오빠 쏘린 등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꿈을 가지고 있는 점 때문에 모든 인물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중간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르까지나는 젊음을 유지하기 원하고, 꼬스챠는 니나의 사랑을 얻고 싶고, 니나는 유명한 여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꿈을 가지게 되며, 이들은 모두 <갈매기>라는 하나의 상징물로 묶일 수 있습니다.


꼬스챠가 총을 쏴 죽인 갈매기는 땅과 하늘을 끊임없이 오가는 존재입니다. 마치 이상과 현실을 날마다 오가는 우리처럼 말입니다. 하늘을 향해 높이, 그리고 멀리 날아가고 싶지만, 갈매기는 언제나 땅에 두 발을 붙이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과 실제로 가지고 있는 것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원하는 것을 따라 날고 싶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에 의해 발이 묶이곤 맙니다. 희곡 <갈매기>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시대를 초월해 언제나 회자되는 인간 존재의 비극적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연극 <챠이카> 공연 ⓒ 안똔체홉학회



안똔체홉학회가 무대에 세운 연극 <챠이카>

 

그렇다면, 원작을 2015년 새롭게 재현해낸 연극 <챠이카>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요? 연극은 체호프의 희곡도 충분히 자연스럽게 공연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체호프의 희곡들은 극적인 긴장감이나, 분명한 갈등구조 대신 산만하고 일상적인 언어로 써졌습니다. 작품은 특별한 공간인 무대에서 평범한 인물들과 사건을 전개시키고 있습니다. 무대라는 공간 특성상, 관객들은 흔히 특별한 사건을 기대하곤 하는데, 실상 체호프의 작품들은 특별한 영웅이나 사건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은 인물들의 대사에 집중하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의 배우들은 탁월한 연기력을 내뿜으며, 관객들의 산만한 주의력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원작 희곡과 연극이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은, ‘사랑’에 대한 방점이었습니다. 원작 <갈매기>를 읽었을 적에는, 인물들 간의 얽히고설킨 애정전선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저마다의 독립된 이상들을 가지고 있던 개체들로서의 인물들의 모습이 강하게 뇌리에 박혔기 때문입니다. 안똔체홉학회의 <챠이카>에서는 인물들의 꼬여버린 애정관계가 부각됩니다. 아르까지나의 연인인 뜨리고린을 사랑하는 니나, 니나를 사랑하는 꼬스챠, 꼬스챠를 사랑하는 마샤. 그리고 아르까지나를 사랑하는 도른, 도른을 사랑하는 폴리나.

 

 



연극 <챠이카> 공연 ⓒ 안똔체홉학회


 

연극 <챠이카>는 결국 누구 하나 특별하지 않게, 모두의 갈망과 사랑을 다룹니다. 물론 조금 더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인물들도 있었습니다. 비중의 강약만 조금 달랐지, 특출한 주인공이나 사건 없이, 모두의 사건들이 하나하나 귀기울여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고, 우리는 이 연극을 통해 결국 인생을 사는 모든 개개인이 자신의 삶의 주체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갈등하던 가장 보통의 존재, 일상적인 우리의 모습으로 주목받던 원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인물들의 ‘사랑’에 방점을 찍으면서, 가장 크고 강력한 주제를 넘어 저마다의 살아있는 관점으로 해석하는 연극 <챠이카>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커다랗고 보편적인 해석을 넘어, 개개의 시선을 중시하려는 이들의 관점이야말로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인 연극을 바라보는 가장 근본적인 관점이 아닐까요.

 




연극 <챠이카> 포스터 ⓒ 안똔체홉학회


* 공연 정보
- 공연명 : 연극 <챠이카>
- 기간 : 2015년 10월 1일(목)~12월 31일(목)
- 장소 : 대학로 눈빛극장
- 관람시간 : 130분 (인터미션 10분)
- 공연시간 : 평일 오후 7시 30분(월요일은 공연 없음) / 토, 일, 공휴일 오후 4시
- 공연요금 : S석 30,000원 / A석 20,000원
- 관람등급 : 만 10세 이상
- 찾아가기 :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 도보 10분
- 홈페이지 : http://www.mimagi.com/xe/about_1/4347990
 
* 참고 자료
- 안톤 체홉, 『희곡선』中 <갈매기>, 범우사, 2005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장기영(글) / 장수영(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