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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문화포털 기자단 2015-11-11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하는 남북한의 군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한국 영화의 수작으로 꼽히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인데요. 사실 이 영화는 ‘DMZ’라는 박상연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대학로에도 영화와 동명의 뮤지컬이 공연 중인데요. 영화가 아닌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에 이번 뮤지컬에서는 영화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연출로 표현되거나 영화에는 없던 이야기들을 통해 영화와는 또 다른 감회를 느낄 수 있습니다. 군사분계선을 두고 대치하는 사람들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총격 사건 관련 조사를 받고 있는 김수혁 ⓒ 창작컴퍼니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북측 비무장지대에서 십여 띄어쓰기성이 울려 퍼지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총성이 울린 그곳에서는 수발의 총을 맞고 죽은 북측 군인 정우진와 총을 맞아 부상당한 오경필 외에 남측 군인 김수혁도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남북한은 첨예하게 대립하기 시작합니다. 수사 초기 사건에 대해 남측은 북한 병사들의 남한 병사 납치 사건으로, 북측은 남한 병사의 월북 사건으로 주장합니다. 그 어떤 권유와 협박에도 한동안 입을 열지 않던 김수혁이 진술을 하기 시작하지만, 그의 증언과 현장에 있는 증거들은 말하는 바가 달랐습니다.
 
남한 병장 김수혁은 우연히 야간 훈련 중 길을 잃고 헤매다 오경필와 정우진을 운명처럼 만나게 됩니다.  지뢰를 밟아 꼼짝하지 못하는 김수혁의 모습이 이들의 눈에 발견된 것입니다. 둘은 김수혁이 자신들이 적임에도 불구하고 살려달라고 외치는 그의 모습에 짠함을 느껴 도와주고 맙니다. 그리고 서로가 적이라는 사실 속에서도 셋은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됩니다.

 


 



친구가 되어 놀이를 즐기고 있는 남한군과 북한군 ⓒ 창작컴퍼니다

 

 

그러나 아무리 친구라고 할지라도 그들의 우정은 위험합니다. 우선 그들은 서로의 우정에 대해 함부로 발설할 수 없습니다. 군법에 의하면 그들의 행동은 엄연히 반역이기 때문입니다. 김수혁은 군대 내에 있는 먹을거리를 가지고 와서 과자든 라면이든 함께 나누어 먹습니다. 라면을 함께 먹고 공기놀이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아이처럼 순수해 보입니다. 특히 휴가를 나가기 전 무엇이 가지고 싶은지 물어보고 구해오는 모습에선 마치 타향에서 살고있는 친형제들처럼 느껴집니다.


적으로 만나 친구가 된 그들이 있었던 초소에서는 무슨 이유로 사건이 일어난 것일까요? 그 이야기 속에는 인간 본성에의 핵심인 생존에 대한 갈망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고 싶어 합니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은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의지대로 되지 않아 생겨나는 결과입니다. 김수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처음 위기에 처했을 당시 북한 병사 오경필과 정우진에게 “살려주세요”라고 절규에 가까운 도움을 요청한 것도, 오경필의 권유에 북한 초소에 처음 방문할 때에도 발각에 위험 때문에 그는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남한 병장 김수혁은 여느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남한 내무반에선 장난기가 많고 부하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지뢰 앞에서 얼음처럼 굳어버리는 그의 모습은 삶과 죽음은 바로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총격 사건 이후 모든 것을 잃은 표정으로 말이 없는 김수혁의 모습은 아마 삶과 죽음의 찰나에서 살아나온 복잡한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북한군 오경필(좌)과 정우진(우) ⓒ 창작컴퍼니다

 

 

북한 병사 오경필의 강직함이 눈에 띕니다. 그는 여러 번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군인답게 비밀 우정을 나눈 사람들 중 가장 두려움에 초연한 사람입니다. 김수혁을 위험에서 구해준 사람도 그이며, 적이 아닌 인간으로 대우해준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의 부하이자 아군인 정우진이 죽는 순간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포함해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그가 지나온 전쟁에서 마주했을 죽음과 대비되어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집니다.

 

 




외압에 고뇌하는 지그 베르사미(가운데) ⓒ 창작컴퍼니다

 

 

이들 외에도 삶과 죽음을 바로 곁에서 목격한 인물이 한 명 더 있습니다. 바로 스위스 국적의 수사관 지그 베르사미입니다. 그는 한국인의 얼굴을 갖고 있지만 국적은 스위스로 중립국의 군인으로 해당 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그의 정체성에 대한 모호함은 마치 한치 앞을 파악할 수 없는 비무장지대 내의 비밀과 닮아 있는데요. 그에게도 한 가지 말 못할 사정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가를 죽이는 장면을 목격한 바 있습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죽음으로 내모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그는 삶과 죽음 사이의 비극을 깨달았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죽음으로 내몰아야 하는 때가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무대 가운데에 매달려 있는 취조실 조명은 삶과 죽음을 그 빛의 명암으로 대비하여 표현한 듯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조명이 켜지면 세상이 밝아지지만, 조명이 꺼지면 세상이 암흑으로 바뀌는 것처럼 어쩌면 사람의 인생은 이 조명처럼 단순한 것일지 모릅니다.

 

출연배우가 많지 않은 중형 뮤지컬임에도, 연기력이 풍부한 배우들로 공연장은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야간 훈련 장면에서 무장한 배우들이 무대가 아닌 관객석 근처를 배회하며 돌아다니기 때문에 관객들도 함께 훈련을 받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몇몇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말을 걸면서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커튼콜 경례를 하고 있는 배우들 ⓒ 창작컴퍼니다

 


하나의 이야기 속에 삶과 죽음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극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우리는 김수혁과 오경필에 대한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함께 즐거워하고, 총성에 놀라고 두려워하다가, 그 사건들에 내면에는 삶에 대한 욕망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공연 후에도 깊은 여운과 삶에 대한 생각을 관객에게 남기는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였습니다.
 

 

 

* 공연 안내
- 공연명 :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 기간 : 2015년 9월 18일(금)~12월 6일(일)
-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달디파크홀
- 주최 : 우란문화재단, (주)대명문화공장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김현정(글) / 정미리(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