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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글 읽기 싫어하는 당신을 위한 책

문화포털 기자단 2015-10-26
책 · 글 읽기 싫어하는 당신을 위한 책

글 읽기 싫어하는 당신을 위한 책
- 어른을 위한 그림책 4권 -

 

 

 

 

큼지막한 그림책 하나를 품에 안고 밤새 듣던 아름다운 동화 속 나라 이야기들. 엄마, 아빠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예쁜 그림들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쌔근쌔근 꿈의 나라로 빠져들곤 했는데요. 벌레 우는 가을밤이면,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린 채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어린 날의 기억이 슬며시 떠오릅니다. 너무나 커버린 지금, 어린 시절 고이 모시던 그 그림책들은 먼지 쌓인 책장 속 그 자리만을 지키고 앉았습니다.

 

 

 

 

서점을 가득 채우는 다양한 장르의 책들 ⓒ 문화포털 기자단 한지현

 

 

아름다운 그림과 따뜻한 글귀로 가득한 그림책은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한데요. 특유의 귀여운 문체와 아기자기한 그림 때문에 그림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는 선입견을 벗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는 그림책 대부분이 글 읽기에 서툰 어린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때로는 유치하게만 여겨지는 이 그림들이 우리에게 글보다 더 큰 감동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글 읽기 싫어하는 당신! 일상에 지쳐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감성을 잊어버린 어른들을 동심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어른들의 세계를 담은, 어른을 위한, 이야기책보다 더욱 따뜻한 그림책 4권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첫 번째 책, 환상적인 세계로의 여행, “별이 빛나는 밤”

  

 


그림책 “별이 빛나는 밤”의 표지
씨네21북스

 

“만약 이 세상에 우리 둘만 남는다면, 넌 두려워하게 될까.”
- “별이 빛나는 밤” 中에서 -

 

아름답고 순수한 동화책 속의 세상, 어린 시절 그리던 환상의 세계를 꿈꾸는 분들에게 소개합니다. 몽환적인 그림과 상상력 가득한 스토리로 가득한 그림책 ‘별이 빛나는 밤’은 대만의 일러스트 작가 지미 리아오의 손을 거쳐 탄생했는데요. 동양의 장 자크 쌍뻬라고 불리는 그는 동화 같은 일러스트로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입니다. 감성적이고 순수한 그의 일러스트는 딱딱하고 거칠어진 우리들의 마음을 봄철의 바람처럼 따사로이 쓰다듬어 줍니다.

 

* 장 자크 쌍뻬(Jean Jacques Sempe) : 프랑스 인기 삽화가. “꼬마 니콜라”, “좀머씨 이야기”, “얼굴 빨개지는 아이” 등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홀로 남겨진 외로움을 느끼던 소녀는 우연히 겨울밤 홀로 지붕 위에서 노래 부르던 소년과 마주하게 됩니다. 미궁 안에 심어 놓은 한 그루 식물 같은 소년, 새장 안에 갇힌 작은 새와 같은 소녀. 소년과 소녀는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함께 바라보며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요. 고통 속에 외로이 살아가던 아이들은 서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나갑니다.

 

“고개를 들어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렴. 세계가 크고도 크게 변하리니…….”
- “별이 빛나는 밤” 中에서 -

 

특유의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색감은 단숨에 우리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데요. 한 편의 이야기 같은 그림들은 어린 날의 아련한 감정 속에 흠뻑 빠지게 합니다. 별이 빛나는 밤,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으로 스며드는 그림들을 만나보세요.

 

* 별이 빛나는 밤 (星空)
- 저자 : 지미 리아오
- 역자 : 김지선
- 출판사 : 씨네21북스
- 가격 : 15,000원

 


 


두 번째 책, 불투명한 미래로의 발걸음, “도착”

  

 

 

그림책 “도착”의 표지 사계절

 

 

글 없이 그림만으로 꾸려진 ‘도착’은 마치 한편의 무성 흑백 영화를 연상시킵니다. 깊은 감수성이 묻어나는 작가만의 독창적인 표현은 그림책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함인데요.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실감 나는 스케치들은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떠날 수밖에 없는 이민자들의 먹먹함을 있는 힘껏 그려냅니다. 오직 841개의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독자에게 스스로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건넵니다.

 

주인공은 모든 것을 남겨둔 채, 가족도 친구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미지의 나라로 떠납니다.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것 없는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인데요. 새로운 곳을 향하기 위해 겪어야만 했던 이별과 출발, 도착과 재회까지의 긴 여정을 작가는 가슴 먹먹한 그림들로 이야기합니다.

 

이 작품은 이민자들과 난민들의 두려움과 고독, 그리고 극복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그들의 아픔과 그리움은 작가의 상상력을 거쳐 독특한 판타지로 표현됩니다. 4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작품인 만큼, 한 장 한 장 책의 그림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참 섬세한데요. 이민자와 망명이라는 방대한 이야기를 글자 하나 없이 오로지 그림으로 담아낸 작가의 치밀함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도착(The arrival)
- 저자 : 숀 탠
- 출판사 : 사계절
- 가격 : 22,000원

 

 



세 번째 책, 사랑에 묻고 사랑에 답하다, “행복한 질문”

  

 


그림책 “행복한 질문”의 표지
북극곰

 

 

사랑을 확인하려는 여자의 마음은 이따금 남자를 곤란케 하는데요. ‘만약에…’하는 갑작스러운 질문이 시작되면 남자들은 한순간 말문이 막히곤 합니다. 「행복한 질문」은 사랑하는 연인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사랑받고 싶은 아내의 엉뚱한 질문과 그 질문에 사랑스럽게 대처하는 남편의 대답을 귀여운 그림과 감각적인 문장으로 표현해냈는데요. 밥을 먹고, 설거지하고, 침대로 가는 아주 평범한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내가 시커먼 곰으로 변한 거야.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할 거야?"
"그야… 깜짝 놀라겠지. 그리고 애원하지 않을까? ‘제발 나를 잡아먹지는 말아줘.’ 그런 다음 아침밥으로 뭘 먹고 싶은지 물어볼 것 같아. 당연히 꿀이 좋겠지?"
- “행복한 질문” 中에서 -

 

만약에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내가 시커먼 곰으로 변해 있다면? 눈을 뜨니 아내가 작은 벌레가 되어 코 위에 앉아 있다면? 남편이 갑자기 아기로 변한다면? 여자의 뜬금없는 질문과 남자의 사랑스러운 대답을 읽다 보면 절로 미소가 스며 나오는데요. 그들의 사랑스러움을 풍부하게 표현해내는 아기자기한 그림들 또한 그림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그럼 있잖아. 내일이 이 세상의 마지막 날이라면?”
“그럼 전망 좋은 언덕에 침대를 옮겨 놓고 뒹굴뒹굴하면서 하루 종일 당신과 뽀뽀할 거야.”
- “행복한 질문” 中에서 -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여자의 마음과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남자의 마음. 때로는 얼굴이 빨개지도록 쑥스러운 한마디를, 때로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한마디를 곁에 있는 사람에게 건네 보는 건 어떨까요? 당황스러운 질문도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라면 행복한 질문이 될 것입니다.

 

* 행복한 질문(幸福な質問)
- 저자 : 오나리 유코
- 역자 : 김미대
- 출판사 : 북극곰
- 가격 : 15,000원

 


 


네 번째 책,  갈색 세상 속 갈색 침묵, “갈색 아침”

  

 


그림책 “갈색 아침”의 표지
휴먼어린이

 

 

어느 날, 갈색이 아닌 것은 모조리 없애라는 무시무시한 법과 함께 세상은 온통 갈색 투성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검은색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키우던 개를 안락사시키기까지 이르렀는데요. 갈색이 아닌 것을 없애버리는 무서운 세상에는 갈색 고양이, 갈색 강아지, 그리고 갈색 신문만이 남았습니다.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모든 말에 ‘갈색’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 이르렀고, 매일매일 불안에 떨며 살아가게 되는데요. 20 페이지밖에 안 되는 이 얇은 동화책은 우리에게 커다란 진실을 알려줍니다.

 

“아아,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누굴까요? 무서워요. 아직 해도 다 뜨지 않았는데.
세상이 온통 갈색이에요.”

- “갈색 아침” 中에서 -

 

한 권의 그림책에 불과한 이 책이 놀랍게도 2002년 프랑스의 대선을 결정짓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요. 당시 혼란스럽던 대선 상황 속에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날개 돋친 듯 팔렸다고 합니다. 작은 책 하나가 프랑스 국민에게 적신호를 보내며 생각마저 변화시키다니 참 놀랍지 않나요?

 

모든 것이 이렇게 빨리 움직이고, 해야 할 일도 많고, 걱정거리도 산더미 같은데 나만 침묵하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조용히 살겠다고 그저 보기만 하고 있잖아요.”
- “갈색 아침” 中에서 -

 

이 책은 국가 권력의 독재나 부당함을 보고서도 침묵을 할 때 무시무시한 상황에 부닥쳐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데요. 내 일이 아니므로, 지금 당장 급하지 않기 때문에 침묵했던 일이 어떤 비극적인 상황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우화입니다. 마냥 동화책처럼 보이는 한 권의 그림책이 얼마나 큰 깨달음을 안겨줄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책입니다.

 

* 갈색 아침
- 저자 : (글) 프랑크 파블로프 (그림) 레오니트 시멜코프
- 역자 : 해바라기 프로젝트
- 출판사 : 휴먼어린이
- 가격 : 13,000원

 

 

 

 

어린이 코너에 비치된 그림책들 문화포털 기자단 한지현

 

 

이야기책과 그림책은 다릅니다. 이야기책이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준다면, 그림책은 그림을 통해 감동을 주는 책입니다. 글자로는 표현해내기 힘든 감성을 그림이라면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글로 얻고 나눌 수 있는 것도 많지만, 시각적인 그림으로 읽어낼 수 있는 감동과 감성도 분명 존재합니다.

 

마냥 어린아이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그림책의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데요. 그중에서도 어른을 위한 그림책은 어른들만이 느끼는 감성과 경험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성장의 아픔을 겪은 어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책입니다.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어른의 쓸쓸함이 공존하는 세상, 어른을 위한 그림책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참고 사이트
YES 24
- url : http://www.yes24.com/
알라딘
- url : http://www.aladin.co.kr/
네이버 책
- url : http://book.naver.com/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한지현(글) / 정미리(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