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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배고픈 당신에게 추천하는 맛있는 책

문화포털 기자단 2015-10-19
책 · 배고픈 당신에게 추천하는 맛있는 책

배고픈 당신에게 추천하는 맛있는 책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입니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소위 ‘가을을 타는’ 현상이 벌어지며 우울감을 느끼게 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음식을 먹게 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사람이 살찌는 천고인비(天高人肥)의 계절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왕 먹게 되는 음식, 스트레스 받지 말고 더 맛있게 먹는 게 어떨까요? 바로 맛있는 책들과 함께 말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보나페티!>


‘맛있게 드세요 보나페티!’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
(Qrious출판사 ‘맛있게 드세요 보나페티!’의 표지를 기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셰프(Chef)는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존재였습니다. 드라마 속 셰프들은 언제나 호통을 쳤고, 음식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은 폭언을 해도 이해가 되는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삼시세끼’를 만들어 먹고, ‘냉장고를 부탁’하게 되면서 음식, 그리고 셰프는 더 친숙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보나페티!>의 저자 정지연 씨는 비스트로펍 ‘메르삐꽁’의 셰프입니다. 그녀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기틀을 닦아 프랑스 음식 전문 셰프가 되었는데요. 그런 자신의 노하우를 담아 15개의 요리를 마치 쿠킹 클래스처럼 친절하게 책 속으로 담아 놓았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요리는 프리타타, 코코뱅, 가자미 버터구이, 토마토 홍합스튜 등 어쩌면 독자들에게 생소할 수도 있는 프랑스 음식이 주를 이루는데요. 이 음식들은 대부분 프랑스 가정에서 하는 음식이고, 그만큼 간단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책의 설명만 따라간다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책을 보고 따라 만든 프리타타(프랑스식 달걀 요리)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

 
또한, 책의 구성은 일반 레시피 책과 많이 다른데요. 보통의 레시피 책이 시금치 20g, 소금 1티스푼 등 정확한 정보만을 나열했다면, 이 책은 같은 내용이더라도 좀 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금치를 데치고 찬물에 헹군다.”라는 부분을 이 책에서는 “건져낸 시금치는 바로 찬물에 헹궈야 한다. 시금치에 잔열이 있으면 남아 있던 열이 자기 멋대로 재료를 익히기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그러한 행동을 취하는 이유까지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은 독특하게도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요리의 모습이 표현되었는데요. 그래서 딱딱하지 않고 따뜻하고 포근한 가정식의 느낌을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외식의 품격>


‘외식의 품격’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
(다산북스 출판사 ‘외식의 품격’의 표지를 기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요리는 직접 만들어 먹는 것에서 재미를 찾을 수도 있지만,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만든 요리를 먹는 것만큼 곤욕인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밖에서 다른 사람의 요리를 사서 먹는 과정 또한 직접 해먹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데요. 어떤 음식이 ‘올바른’ 음식인 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올바른 음식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건축 칼럼니스트이자 음식 평론가로 오랜 세월 자신이 먹고, 만들고, 보고, 읽고 쓴 경험을 한데 아울러 올바른 음식의 기준을 책에 담았는데요. 이를테면 “파스타는 소스의 맛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라 면의 맛으로 먹는 음식이므로 국물이 많으면 안 된다.”는 식의 기준입니다. 

물론, 입맛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국물에 말아 먹듯 먹는 파스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여기에서 저자가 말하는 기준이란 본래 그 음식의 기본을 지키자는 것입니다. 즉, 카르보나라는 지금처럼 크림소스에 듬뿍 적셔서 먹는 것이 아니라 달걀과 치즈, 후춧가루만 들어가는 것이 본토에서 먹는 기본 형식이고 식당이 지켜야 할 기준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의 구성은 외식 코스처럼 빵, 식전주, 전채, 코스, 디저트, 커피 등으로 이어지는데요. 특이한 점은 책 어디에도 그 흔한 음식 사진 한 장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대신 사진의 빈자리는 저자가 정성을 다해 쓴 글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외식의 ‘품격’을 지키기 위한 음식의 기준을 역사적, 지리적, 과학적 근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 외식에 관한 ‘근본’을 알고, 기준을 다시 세워 ‘외식의 품격’을 지킬 수 있도록 말이죠.

 

 
<서울을 먹다>


‘서울을 먹다’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
(따비 출판사 ‘서울을 먹다’의 표지를 기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한 케이블 방송사에서 방영된 ‘한식 대첩’이라는 요리 대결 프로그램에서는 서울, 강원, 충청 등 팔도의 요리 고수들이 나와 대결을 펼쳤습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그 지역 향토음식 전문가였는데요. 하지만 서울의 대표는 전통음식이나 궁중음식 전문가였습니다. 아마 조선의 수도였던 역사도 있으니 서울을 상징하는 음식이 궁중음식이라고 정의한 것 같지만, 실제 우리가 먹는 서울음식은 전혀 그렇지 않죠.

저자는 이런 ‘서울의 음식’을 다시 정의하는 것부터 책을 엮어내기 시작합니다. ‘서울 사람들이 두루 먹으며, 또 그 음식을 먹으면서 자신이 서울이라는 문화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음식’. 저자는 서울 음식을 이렇게 정의하였습니다. 그리고 서울 음식의 선정 기준을 서울 각 지역에 식당이 몰려 있는 음식, 즉 일종의 음식 마을을 형성한 곳으로 정했는데요. 바로 마포 돼지갈비, 신당동 떡볶이, 장충동 족발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장소들입니다.

책은 서울의 음식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역사를 절대 빼놓지 않습니다. 물론, 음식이라고 하면 어느 음식이나 원조논쟁이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원조보다는 가게의 역사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마포 돼지갈비의 시작이었다고 불리는 ‘최대포’라는 가게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저자는 상세히 설명합니다.

최대포의 창립자는 1954년에 경상도에서 상경한 이주민이었는데요. 당시 무일푼과 다름이 없었기 때문에 닥치는 대로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년 뒤인 1956년부터 드럼통 3개를 들여놓고 돼지고기를 안주로 내는 대폿집, 지금의 마포 돼지 갈빗집의 시작을 하게 된 것이죠.
 
 

 

양념 되어 나오는 마포 돼지갈비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
(따비 출판사 ‘서울을 먹다’의 139p를 기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책은 이처럼 서울의 음식을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모든 과정을 되짚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더해 현장감을 더 부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어떤 역사서보다 서울이 가진 이미지를 낱낱이 보여줍니다. 이주민의 도시인 서울, 그곳에서 고된 서울 살이를 했던 과거의 사람들과 현대의 사람들은 모두 이 책을 통해 맛있는 여행을 할 것입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는 맛집 정보가 넘쳐납니다. 속도가 빠르고, 사진도 올릴 수 있고, 장소도 표시할 수 있으니 맛있는 집을 널리 알리기에 매우 적합하죠. 하지만 그만큼 광고를 하기도 쉬운데요. 그럴듯한 모습에 속아 낭패를 당한 경험, 아마 있으실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럴 땐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책에서 길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속도는 느리지만, 작가들의 경험이 녹아있는 맛있는 책들은 우리를 맛의 세계로 인도하고, 입맛이 살아나는 가을을 더 맛있게 보내도록 도와줄 테니까요.

 
 
* 참고 자료
- 정지현 지음, 이혁 그림, ‘맛있게 드세요 보나페티!’ , Qrious, 2013
- 이용재, ‘외식의 품격’ , 다산북스, 2013
- 황교익, 정은숙, ‘서울을 먹다’ , 따비, 2013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글) / 장수영(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