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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로 소통하다, ‘달려라 피아노’

문화포털 기자단 2015-10-15
피아노로 소통하다, ‘달려라 피아노’

피아노로 소통하다, ‘달려라 피아노
 

연휴가 지난 2015년 9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 신촌 연세로에서는 거리에 설치된 알록달록한 피아노가 지나가던 사람들의 손을 건반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웃음소리와 피아노 소리가 한데 섞여 아름다운 앙상블을 만들어냈습니다. 마치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지만 ‘문화가 있는 날, 달려라 피아노 캠페인’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나란히 앉아 피아노를 연주하는 연인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

 
 
달려라 피아노는 2008년 설치미술가 루크 제럼(Luke Jerram)이 영국 버밍엄 거리에 만들었던 ‘Play Me! I’m Yours!’라는 피아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루크 제럼은 자신이 다니던 빨래방에서 서로 말을 걸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소통을 위해 피아노를 설치했다고 하는데요. 거리와 같은 공공장소에 피아노를 가져다 놓으면 이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대화가 생겨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작가의 염원이 닿아서일까요. 버밍엄 거리에서 시작된 스트릿 피아노는 영국 50여 곳에서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안겨줬고, 뉴욕에도 설치되었습니다. 그리고 뉴욕의 Sing for Hope 재단을 통해 한국의 더하모니가 서울의 스트릿 피아노 프로젝트인 ‘달려라 피아노’를 시작하게 된 것이죠.  
 
 

권기수 화가의 손에서 재탄생된 피아노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

 
달려라 피아노는 자주 연주되지 않는 중고 피아노를 기증받아 아티스트의 손으로 새로 디자인됩니다. 그리고 공공장소에 설치해 지역 주민들의 소통과 즐거움을 기원하기도 하고, 지역 아동센터에 설치되어 소외 계층 아이들에게 예술 교육의 교구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피아노 기증과 공유 캠페인을 널리 알리기 위해 수준 높은 거리연주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촌 유플렉스 앞에 설치된 거리연주회 무대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
 

 
9월 문화가 있는 날 거리연주회는 <스트릿 피아노 배틀>인 1부, 왼손과 팔꿈치로 연주하는 최혜연 씨와 재즈피아니스트 <김가온 콰르텟>의 공연이 있는 2부로 진행되었는데요. 먼저, 1부인 <스트릿 피아노 배틀>은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토너먼트 형식의 피아노 배틀로서 내년 정식 행사의 출범 전 쇼케이스의 형태라고 합니다.
 
 


스트릿 피아노 배틀의 참가자
(왼쪽부터) 김민규(서울대 기악과), 최형록(서울대 기악과), 김유신(한예종 작곡과), 김기경(서울대 기악과)
ⓒ 달려라 피아노

 
피아노 배틀의 참가자들은 모두 자문위원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클래식 유망주들로서 7월과 8월에 8강전을 치르고, 이번 9월에 4강전을 치른 것인데요. 자신 있는 곡으로 대결하는 1라운드와 현장에서 제시된 가요, 동요, 클래식 곡 중에서 뽑힌 2곡을 즉흥으로 변주하여 대결하는 2, 3라운드, 그리고 팀별 대결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대결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는 참가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고자 터키행진곡처럼 널리 알려진 클래식이나 곰 세 마리, 산토끼와 같은 동요를 현장에서 뽑는 곡으로 지정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관객들의 참여도도 높아 현장에서 미션 곡을 직접 뽑거나 평가에 반영되는 관객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관객들이 투표로 참여하는 모습,
특별무대를 꾸며준 최혜연 씨, 참가자들의 대결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

 
그렇게 멋진 무대가 끝나고, 평가가 이루어지는 동안 특별무대로 왼손과 오른팔 팔꿈치만으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최혜연 씨의 연주가 이어졌습니다. 어린 시절 사고로 오른팔을 잃었지만, 피아니스트의 꿈을 놓지 않았던 그녀는 자신의 연주를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 그녀의 바람 때문이었을까요. 신촌에는 슬프지만 따뜻한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졌고, 많은 사람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최혜연 씨의 무대가 끝나고 피아노 배틀의 결승 진출자로 최형록 씨와 김기경 씨가 호명되었습니다. 평가는 현장의 관객 투표 점수와 심사위원 점수를 합산하여 이루어졌는데, 이번 배틀에서 이긴 진출자들은 10월 문화가 있는 날,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결승을 치를 예정이라고 합니다. 

 
 
 

결승에 진출한 최형록 씨(왼쪽)와 김기경 씨 ⓒ 달려라 피아노

 
피아노 배틀과 특별 연주가 끝나고, 거리연주회 2부에는 피아노 배틀의 자문위원이자 백석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인 재즈피아니스트 김가온 콰르텟의 연주가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신촌 거리에 울려 퍼지는 재즈 음악과 함께 가을밤은 더욱 깊어갔고, <문화가 있는 날, 달려라 피아노 캠페인>은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림책작가 최숙희, 디자이너 윤춘호, 일러스트레이터 밥장, 개그맨 임혁필, 화가 권기수, 웹툰 작가 김양수 등의 손길로 만들어진 아트피아노들은 바로 철수되지 않고, 10월 3일까지 신촌 거리에 남아 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트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들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

 
 
<문화가 있는 날, 달려라피아노 캠페인>은 거리캠페인 활동과 더불어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온라인모금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해피로그( http://happylog.naver.com/runpiano.do)를 통해 피아노 기증, 피아노 업사이클링을 위한 공간, 캠페인 후원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밖에도 연주자와 조율사의 재능기부, 캠페인 자원봉사 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달려라 피아노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

 
피아노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주회, 콩쿠르,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 등 피아노의 이미지는 하나같이 매우 고상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달려라 피아노는 우리에게 잊혔던 피아노의 친숙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줍니다. 어렸을 적 잠시 다녔던 피아노 학원, 교회에서 배웠던 피아노, 피아노를 치던 친구에게 배운 젓가락 행진곡. 우리는 모두 아주 조금이라도 피아노에 대한 친숙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달려라 피아노를 통해 우리는 이 기억의 악보를 꺼내어 연주합니다. 친구, 가족, 그리고 지나가던 행인까지 소통할 수 있는 힘. 달려라 피아노는 피아노로 소통하고, 거리의 빈자리를 음악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 달려라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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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02-335-3729
- 이메일 : media@runpiano.net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글) / 장수영(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