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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을 규정짓는 불투명한 잣대

문화포털 기자단 2015-10-05
‘비정상’을 규정짓는 불투명한 잣대

‘비정상’을 규정짓는 불투명한 잣대
- 연극 ‘에쿠우스(Equus)’가 던지는 충격과 의구심 -

 


무려 40년간 대한민국 연극 무대를 지켜온 유서 깊은 연극이 있습니다. 배우 최민식, 송승환, 최재성, 조재현 등, 한국 연극계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배출한 연극 <에쿠우스>입니다. 연극은 올해도 어김없이 관객들을 찾아왔습니다. 7마리 말의 눈을 찌른 17살 소년의 이야기. 이 충격적인 이야기는 관객들을 120분간 하나의 ‘카오스’로 인도합니다. 해괴망측한 사건에서부터 발단한 이 이야기는 도대체 관객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알런 스트랑과 마틴 다이사트의 만남


연극 <에쿠우스> 공연 ⓒ 극단 실험극장


알런은 엄격한 인쇄공 아버지와 광신도인 어머니를 둔 평범한 소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소년의 여가생활인 TV를 ‘바보상자’라며 항상 못 보게 했고, 어머니는 늘 기도하며 성경을 읽어줬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말(馬)은 소년의 억눌린 욕망을 분출할 수 있게 되는 분출구가 되었습니다. 소년에게는 욕망의 해소와 경이로운 대상으로서 ‘말’을 만나게 되었고, 그는 그렇게 말을 섬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인공 다이사트. 헤스터라는 판사는 자신의 오랜 친구 다이사트를 찾아옵니다. 다이사트는 유능한 정신과 의사였고, 헤스터가 다이사트를 찾아온 이유는, 그에게 한 범죄자의 정신 치료를 맡기기 위해서입니다. 그 범죄자는 다름 아닌, 17세 소년 알런 스트랑. 알런은 7마리 말의 눈을 찌른 비정상적인 사건의 범죄자였습니다. 헤스터는 그가 정신 치료가 필요한 소년임을 깨닫고, 소년원에 넣기보다는 정신과 의사에게 그 소년을 의뢰합니다.
 


 
‘에쿠우스’가 선사하는 숨 막히는 웅장함


연극 <에쿠우스> 공연 ⓒ 극단 실험극장


 
연극 <에쿠우스>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아주 자극적이고도 원색적인 단어들이 이 연극을 설명하고 대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편의 연극에서 어떻게 ‘신’과 ‘인간’, 그리고 ‘섹스’까지 다룰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궁금증이 피어납니다.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는 것이죠. 관객들이 너무 무거워 감당하기 어렵게 되는 연극, 혹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싱거운 연극으로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극 <에쿠우스> 공연 ⓒ 극단 실험극장


 
그러나 이 세 단어는 에쿠우스의 존재로 인해 해결됩니다. ‘에쿠우스(Equus)’란 라틴어로 말(馬)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연극에는 일곱 마리의 말이 나와 무대를 장악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곤 합니다. 말 근육을 표현할 수 있는 건장한 남성 배우들이 나와 말의 움직임을 묘사하는데, 그 유연함과 탄탄한 근육은 마치 말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맙니다. 그 역동성은 무대의 강렬한 무대음악과 조명에 어우러져 더욱이 ‘웅장하게’ 다가옵니다.

말들의 폭발적인 무대 장악은 소년의 시선에서 어째서 그들이 소년의 억눌린 욕망의 분출구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짐작이 가게 합니다. 아버지의 강압적인 통제와 어머니의 광적인 신앙이 결합되었기 때문에, 그동안의 소년은 자신의 욕망을 통제와 신앙 밑에서 봉인시켜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말들의 생동성, 폭발성, 역동성을 바라보며 소년은 자신이 가질 수 없었던 폭발적인 힘을 경험하게 되었고, 한번 시작된 소년의 열정과 욕망은 스스로는 멈출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가 보는 ‘비정상’, 다이사트가 보는 ‘정상’


연극 <에쿠우스> 공연 ⓒ 극단 실험극장


“모든 장소와 사람에게는 그들만의 신이 있고, 그 신은 ‘여기’에 있습니다.”

다이사트는 알런을 병적인 존재로 보지 않습니다. 그에게 알런은 자연스럽고 원초적인 존재였습니다. 오히려 다이사트는 알런을 부러워하며 동경의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합니다. 알런의 비정상적인 신앙을 결코 ‘비정상적’이라고 보지 않는 것입니다. 그에게 있어 알런의 신앙은 자연스럽고 당연했으니까요. 더불어 그는 자신이 알런을 ‘치료’한다는 과정을 부적절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그들만의 신이 있다”고 보는 다이사트에게, 알런의 ‘신앙’이라는 행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었고, 신앙적 대상만을 가지고 알런을 비정상이라고 치부하는 시선들에 염증을 느꼈던 것입니다.

 
 


연극 <에쿠우스> 공연 ⓒ 극단 실험극장


“이 아이를 평범한 가장, 신도, 시민으로 만드는 일이 과연 ‘정상적’입니까?”

라며, 관객들에게 되묻습니다. 다이사트는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통념들, 즉, 정상적인 것과 정상적이지 않은 것들에 대한 기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그는 자신이 알런을 정신과 치료를 하는 것이 결국 소년을 ‘유령’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자책합니다. 

맹신(盲信)의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사회는 그 사람의 신앙을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으로 나누었고, 알런은 ‘비정상적’인 쪽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의 사랑과 열정이 보편적인 형태의 것이냐, 아니냐에 따라 그는 또 한 번 그 불투명한 잣대에 놓이게 됩니다. 

 
 


연극 <에쿠우스> 포스터 ⓒ 극단 실험극장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을 혼란과 충격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관객들이 견디기 어려운 끔찍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연극이 진행될수록 관객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됩니다. 결국 알런이 저지른 그 끔찍한 사건은, 우리 사회 전체가 가지고 있는 그 보편적 통념, 정상적이 것과 비정상적인 것에 대한 인위적인 경계선을 고발하는 하나의 참상이지 않을까요.
 
 
* 공연 정보
- 공연명 : 연극 <에쿠우스>
- 기간 : 2015년 9월 4일(금)~11월 1일(일)
-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 관람시간 : 120분
- 공연시간 : 평일 오후 8시(월요일은 공연 없음) / 토요일 오후 3시, 7시 / 일요일 오후 2시, 6시
- 공연요금 : 전석 40,000원
- 관람등급 : 만 16세 이상
- 찾아가기 : 지하철 2호선 신당역 1번 출구 또는 지하철 2, 4,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이내
- 홈페이지 : http://www.cmah.or.kr/
 
 
* 참고 자료
- 두산 백과, 검색어 : 에쿠우스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장기영(글) / 장수영(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