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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칠석, 유난히 반짝이던 하루

문화포털 기자단 2015-08-11
칠월칠석, 유난히 반짝이던 하루

칠월칠석, 유난히 반짝이던 하루

 

 

 

어느덧 음력 7월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 무렵은 입추(立秋)를 시작으로 가을로 들어가는 때입니다. 특히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무렵의 밤하늘은 유난히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시원한 오두막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잠시 여유를 부리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다가오는 음력 7월 7일(2015년 기준, 양력 8월 20일) 칠석날에는 유난히 천공에서 반짝이는 별들이 있습니다. 이 날, 차분히 기다렸다 맞이해 보는 건 어떨까요? 

 

 

1. 견우성과 직녀성이 만나는 날, 칠석

 

음력 7월 7일, 칠석일 밤에는 은하수 대각선 방향으로 서쪽에 위치한 견우성(독수리자리의 알파별 알타이르)과 동쪽의 직녀성(거문고자리의 알파별 베가)이 서로 가까이 다가옵니다. 이 별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불현 듯 떠오르는 이야기가 하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전래동화 <견우와 직녀 이야기>입니다.

 

하늘나라의 옥황상제에게는 직녀라는 손녀가 있었습니다. 직녀는 베를 잘 짜기로 유명했습니다. 또한 은하수 건너편에는 부지런히 일하는 목동 견우가 살고 있었습니다. 옥황상제는 그를 눈여겨보고 있다가 직녀와 혼인을 시켜주었습니다. 이렇게 사랑에 빠진 견우와 직녀는 농사일과 베 짜는 일을 모두 게을리 하고 맙니다. 이를 본 옥황상제는 크게 노하여 두 사람을 은하수 양쪽에 떨어져 살도록 벌을 내렸습니다. 결국 동쪽의 견우와 서쪽의 직녀는 떨어져 지내다가 1년 중 칠석날 딱 하루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실제 칠석날에 천체의 움직임을 보면 견우와 직녀, 두 사람이 만나는 모습과 같습니다. 원래 견우성과 직녀성은 태양 황도 상의 운행이기 때문에 가을 초저녁에는 서쪽에서 보이고, 겨울에는 태양과 함께 낮에 떠 있습니다. 그러다 봄날 저녁에는 동쪽 하늘에 나타납니다. 비로소 칠석날 천장 부근에서 보게 되므로 마치 일 년에 한 번씩 만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견우성과 직녀성이 만나는 모습 ⓒ 천문우주지식포털

 

 

1년 중 하루, 칠석날에만 만나는 견우성과 직녀성. 참으로 애절하고 안타깝습니다. 이 부부의 사연을 들은 까마귀와 까치가 도와준 덕분에 두 사람은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늘로 올라간 까마귀와 까치가 서로의 머리에 돌을 이고서 ‘오작교(烏鵲橋)’란 다리를 만들어줍니다. 견우와 직녀는 이 고마운 오작교를 건너 만났던 겁니다. 이 전설 속의 다리는 지상에도 펼쳐져 있습니다. 바로 남원 광한루의 ‘오작교’입니다. 다가오는 칠석날을 맞아, 사랑하는 사람과 이곳을 거닐면 마치 견우와 직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원 광한루의 오작교 ⓒ 남원 광한루원

 

 

한편, 오작교 위에서 견우와 직녀 부부는 만난 기쁨과 헤어질 슬픔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나 봅니다. 그들의 눈물의 양이 어찌나 많은지 그 눈물은 비가 되어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 비를 일컬어 ‘칠석우(七夕雨)’라 부릅니다. 이 날 지상에 있던 사람들은 내리는 비를 보고 이 둘의 만남과 헤어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칠석날 밤 내리는 비는 두 사람이 만나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고, 또 그 이튿날 아침에 내리는 비는 헤어짐을 슬퍼해서 흘리던 이별의 눈물이라고 말입니다.  

 


2. 밤하늘 일곱 빛깔의 ‘북두칠성’과 ‘칠성신’

 

칠석날 밤, 견우성과 직녀성이 비추는 하늘을 보면 이내 또 다른 별이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 별은 남두육성과 북두칠성입니다. 남두육성은 이름 그대로 여섯 개의 별이며,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대각선으로 떨어져 있는 견우성과 직녀성 그 사이에 있습니다. 그리고 직녀성의 북쪽으로는 북두칠성이 멈춰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처럼 얼핏 보기에도 남두육성과 북두칠성은 서로 모양새가 비슷합니다.

 

 

* 남두육성 : 궁수자리의 여섯 개 별이 북두칠성을 닮아 한국과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남두육성이라 하였으며, 두수(斗宿)라고도 하였음

 

* 북두칠성 : 북극성의 둘레에 국자 형태로 배열된 7개의 별로서 큰곰자리에 속함

 

 

 

 

남두육성과 북두칠성 ⓒ 천문우주지식포털, 예천천문우주센터

 

 

그런데 예로부터 여섯 개보다는 일곱 개의 별이 중요했던 모양입니다. 특히 민가에서 북두칠성을 ‘북두칠성님’, ‘일곱 칠성신’, ‘칠성님’이라 하여 ‘신’처럼 모셨답니다. 칠성신을 모시면 비를 내려 풍년을 이루게 해주고, 수명을 연장해주며, 재물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칠성을 상징하는 바위, 각, 단지 등 신체나 시설을 마련해놓고 바라는 일을 빌었다고 합니다. 종종 부녀자들이 집안의 뒤뜰이나 장독대 등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이 신을 향해 치성을 드리곤 했습니다. 이렇게 정성을 다해 모시면, 칠성신이 자손을 잘 보살펴 준다고 믿었답니다.

 

지역별로 민가에서는 칠석날에 칠성신을 향해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다양한 의례를 했습니다. 가령 무당을 통해 칠성굿을 하거나 절에서 칠성신을 향한 제의를 하는 것도 칠성신에 대한 믿음 때문입니다. 또한 절의 ‘칠성각’을 찾아 불공을 드리면 좋다고 하여 칠석날에 불공을 드리러 절에 가는 일도 잦았습니다. 이런 풍속 덕택에 칠월 칠석 일을 칠성님을 모시는 날이라 하여 ‘칠성날’이라고도 부릅니다.

 

 

 

 

 

서울 영화사의 삼성각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

 

 

요즘에 가정에서 ‘칠성고사’를 지내는 경우는 보기 드뭅니다. 다만 절에서 칠성신을 모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절마다 대개 ‘칠성신’이 그려진 탱화가 있으며, 칠성불공도 지냅니다. 서울 광진구의 영화사라는 절에는 칠성신을 모신 ‘삼성각’ 이란 건물이 있습니다. 인자한 미소로 우리를 내려다보는 칠성신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를 보살펴 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다가오는 칠석일을 맞아, 칠성신을 찾아가서 진심을 다해 소원을 빌어보는 건 어떨까요?  


* 탱화 : 부처나 보살, 부처의 설법하는 모습 등을 천이나 종이에 그려 법당에 걸어두는 그림 

 

* 칠성불공 : 민간 신앙에서, 북두칠성을 맡은 신에게 지내는 제사와 부처에게 하는 공양을 통틀어 이르는 말. 

 

 

 

 

 

서울 영화사의 칠성 그림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

 

 

3. 칠석날을 즐기던 다양한 모습

 

북두칠성님을 위했던 칠석날에 숫자 ‘7’은 대단히 중요한 수였을 것입니다. 칠석일인 음력 7월 7일도 양수인 홀수 7이 겹치는 날로, 길일(吉日)에 해당되는 날입니다. 이날 별도로 즐기던 놀이는 없었지만 바쁜 농사철임에도 불구하고, 이날만큼은 잠시 쉬어가는 날로 생각했답니다. 남자아이들은 서당에서 별을 보며 시를 짓거나 글공부가 잘 되기를 빌었습니다. 때로는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주제로 글짓기도 했습니다. 이 모습을 한 어린 남자아이들을 보면 참으로 정겨워 보였을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직녀를 뛰어난 바느질 능력을 가진 신격으로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칠석날 부녀자들도 직녀처럼 자신들의 바느질 실력이 늘기를 빌었습니다. 이는 ‘걸교’ 혹은 ‘별제사’(성제(星祭)라고도 함)라 불리던 풍속입니다. 부녀자들은 칠석날 새벽녘이나 밤에 바느질감과 과일을 장독대 위에 올려둔 뒤, 별을 바라보며 바느질 솜씨가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습니다. 그리고선 이튿날 아침에 음식상 위에 거미줄이 쳐져 있으면 하늘에서 소원을 들어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날 별과 관련된 풍속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무렵이 되면 삼복더위도 잦아들고 장마가 지나간 시기라, 한동안 더위 때문에 떨어진 체력을 음식으로 보충했습니다. 제철에 나는 호박, 오이, 밀 등을 이용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대표적 음식으로는 밀국수, 시루떡, 호박전, 과일 화채 등이 있습니다. 이들 음식은 요즘에도 쉽게 볼 수 있는 음식입니다. 다가오는 칠석날에 이 음식을 먹으며 그 의미를 되살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칠석날에 먹던 밀국수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

 

 

또한 칠석일 당일에는 습기가 많은 옷과 서적들을 모두 꺼내 햇볕에 말렸습니다. 이를 ‘포쇄한다’라고 했는데, 이때 말려두면 좀 먹지 않고 습한 겨울도 무사히 잘 보낼 수 있었답니다. 여름의 습기로 좀처럼 마르지 않는 옷이 걱정이라면 다가오는 칠석(2015년 8월 20일)일 낮에 옷과 책 등의 눅눅한 물건들을 모두 꺼내 햇볕에 바짝 말려보는 건 어떨까요? 오랫동안 우리의 물건들을 잘 지킬 수 있는 이런 조상들의 생활 속 지혜를 따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에도 칠석일에는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어김없이 떠올려, 이 날을 ‘연인의 날’로 부르기도 했었지요. 연인의 날이란 이름과 달리 <견우와 직녀 이야기> 속 두 사람의 사랑은 참으로 슬픕니다. 그래서 이 둘의 사랑이야기는 더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날 밤은 은하수와 그 주변에 떠오른 별자리들의 아름다운 광경에 쉽게 눈을 떼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도 칠석날 밤 영롱하게 빛나는 견우성과 직녀성 사이에서,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지 점쳐보는 건 어떨까요? 이렇게 두 주인공이 만나는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참고 사이트
- 네이버 지식백과(북두칠성, 칠성신앙, 남두육성, 칠석일, 탱화)
: http://folkency.nfm.go.kr/main/main.jsp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한국민속신앙사전, 한국세시풍속사전-칠석고사)
: http://folkency.nfm.go.kr/main/main.jsp
- 천문우주지식포털(큰곰자리, 궁수자리, 거문고자리, 독수리자리)
: http://astro.kasi.re.kr/main/mainpage.aspx
- 예천천문우주센터(가을철 별자리)
: http://www.portsky.net/

 

 

* 참고 자료
- 김명자 외 4인, 『한국 민속학 개론』, 민속원, 1998.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글) / 정미리(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