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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서 해방된 복희야, 부디 행복해지렴!

문화포털 기자단 2014-09-22
이야기에서 해방된 복희야, 부디 행복해지렴!

이강백 극본, <즐거운 복희> 우리 시대 혼돈과 탐욕의 우화

 


가을이 오는 길목, 공들여 만든 연극 한 편이 우리 마음에 묘한 울림을 줍니다. 남산예술센터의2014년 시즌 프로그램 네 번째 공연인 <즐거운 복희>입니다. 이번 작품에서 전작 <봄날>(2009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Best 3’ 선정 작품)로 호흡을 맞췄던 이강백 작가와 이성열 연출가가 다시 만났습니다.


<즐거운 복희>는 서울 교외의 한적한 호숫가 펜션 마을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평범한 인간들의 탐욕과 이기심의 드라마입니다. 흔히 예술은 시대의 변화나 사회적 상황을 예견하는 척도라고 말합니다. 김옥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터그는 이 원로작가의 신작에서 우리의 현실에 빗댄 은유의 코드를 읽어내는데요. 관객들 역시 무대 배경의 호수와 물, 낡은 배와 침몰, 물속에 수장된 젊은 영혼과 그를 기다리는 복희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세월호를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2013년 9월 이전에 초고를 완성했습니다. 따라서 그의 작품 세계가 어느 특정한 비극적 상황을 초월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 현상을 비유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연극이 그의 초기작 <파수꾼>(1974)과 <내마>(1975)처럼 정치적 우화를 주제로 하는 또 다른 대표작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호숫가 펜션 마을, 각각 펜션을 분양 받은 일곱 사람 중 퇴역장군이 사망하자, 장군의 딸 복희가 홀로 남습니다. 다른 펜션 주인들이 장군의 유언대로 대신 보살피겠다고 맹세하지만, 그들의 이익을 위해 복희의 슬픔을 이용합니다. / 출처= 기자 직접 촬영

 


제작 및 출연진

 

 

n  극본: 이강백

() 서울예술대학극작과 교수, 동아연극상, 대한민국문학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외 다수 수상

대표작 <봄날><북어대가리><동지섣달 꽃 본 듯이><황색여관> 외 다수 

n  연출: 이성열

() 극단 백수광부 대표, 청운대학교 방송연기과 교수 한국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 <굿모닝?체홉>, 서울연극제 연출상” <Green Bench>, 9회 김상열 연극상 <물고기의 축제> 외 다수 수상

대표작 <바냐 아저씨><과부들><봄날><Green Bench><여행><키스> 외 다수

n  드라마터그: 김옥란

n  무대: 손호성

n  조명: 김창기

n  의상: 이수원

n  분장: 이동민

n  음악: 김은정

n  사진: 이동녕

n  조연출: 하동기, 김은선

n  기획 및 홍보: 남산예술센터, 코르코르디움

n  배우: 이인철(화가 역), 이호성(백작 역), 강일(박이도 역), 유병훈(김봉민 역), 박완규(남진구 역), 박혁민(조영욱 역), 전수지(유복희 역)

 

 



전직 수학교사 남진구(역)와 자서전 대필 작가 박이도(역), 20대 건달 조영욱(역)으로 펜션 주인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입니다. / 출처= 기자 직접 촬영

 



서사 - 이야기의 힘

 


애도하는 복희 이야기만으로 손님을 유치하기 어려워진 펜션 주인들이 이번에는 장군의 무덤 조문객들을 상대로 호수 음악회를 열기로 합니다. / 출처= 기자 직접 촬영

 

이 연극에서 주목할 점은 ‘이야기’의 힘입니다. 주인공 복희는 사람들의 욕망이 만들어낸 이야기 속에 갇혀 삽니다. 그녀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여섯 펜션 주인들이 정해 놓은 방식에 따라 살기를 강요당합니다. 장군의 죽음을 슬퍼하는 딸 이야기, 그 딸과 나팔수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그리고 이것을 상품화하여 돈을 버는 펜션 주인들의 이야기가 일련의 서사로 전개됩니다. 작가는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는 인간을 만든다.”라는 한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하여 작품의 주제를 드러냅니다. 이는 인간이 만든 이야기가 결국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짓는다는 뜻입니다. 거짓 이야기 속에서 그녀가 ‘진짜 복희’가 되기 위해서 펜션 주인들이 만든 ‘가짜 복희’의 경계를 벗어나는 과정을 그립니다.

 


펜션 주인들이 나팔수와 사랑에 빠진 복희가 마을을 떠나지 못하도록 길목을 막고 방해합니다. / 출처=기자 직접 촬영

 


연출 -  ‘본극’과 ‘막간극’의 독특한 구성  

 


슬픈 복희는 날마다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러 호수가 무덤에 갑니다. / 출처= 기자 직접 촬영

 

무대는 본극과 복희가 등장하는 몇 개의 막간극의 형식으로 구성됩니다. 어두운 무대 조명 속에선 복희가 허공을 향하여 혼자 읊조립니다. 그녀는 극 중 인물들과 마주치는 장면 없이 오직 막간극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데요. 여기서 관객들은 복희의 독백을 혼자만 들은 것 같은 느낌에 빠지고 이야기 속으로 더욱 빠져듭니다. 
 


나팔수와 사랑에 빠진 복희가 함께 달아나다가 그녀의 연인이 호수에 빠져 죽자 비통해합니다. / 출처= 기자 직접 촬영

 

펜션 주인들이 물에 빠져 죽은 나팔수를 건져주지 않자, 그를 그리워하던 복희도 죽음을 택하고 집에 불을 지릅니다. / 출처= 기자 직접 촬영

 

 

무대 - 드라마센터의 원형 무대 효과

 


<즐거운 복희>의 또 다른 볼거리는 무대세트입니다. 암전된 배경 속에서 무대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호수이자 등장인물들의 진실과 거짓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이강백 작가는 이 작품을 쓸 때부터 드라마센터의 원형 무대를 염두에 두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위에서 아래를 내려보는 식의 원형 무대가 연극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호수나 잠겨있는 물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무대의 양옆으로 길게 나루터를 배치해 무대 앞쪽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옵니다. 호수와 관, 보트, 초상화, 나팔 등 다채로운 소품들의 등장이 극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펜션 주인들이 호수에 빠져 죽은 나팔수가 호수 속에서 밤마다 나팔을 분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꾸며냅니다. / 출처= 기자 직접 촬영

 

복희를 사랑하는 건달 조영욱이 나팔수를 구조하지 못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호숫가를 방황합니다. / 출처=기자 직접 촬영

 

펜션에서 사망한 장군의 초상화를 그리던 화가가 극이 전개되면서 나팔수가 죽자 이번에는 나팔 그림을 그려 떼돈을 법니다. / 출처= 기자 직접 촬영

 

나팔수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진 복희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이 또한 새로운 이야기가 됩니다. / 출처= 기자 직접 촬영

 

 

결말

 


이 극은 결국 복희의 죽음으로 끝납니다. 타인이 규정해놓은 이야기 속에서 무력한 자신을 구하는 방법으로 사랑을 선택하려 했으나, 이 또한 자유로 가는 길이 될 수 없었던 거죠. 그녀는 물속에 빠진 연인과 자신의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서 타는 불길 속으로 몸을 던집니다. 이제 더는 아무도 그녀로 하여금 슬픈 복희를 강요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승의 세계에서 끝내 즐거울 수 없었던 복희의 결말이 곧 우리가 서 있는 현주소일 지도 모릅니다.

 


연극 <즐거운 복희>가 9월 21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상연되었습니다. / 출처= 기자 직접 촬영

 


공연 안내 - 즐거운 복희

 

 

l  기간: 2014.08.26()~ 09.21()

l  시간: 평일 20/ 15, 19/ 15 (월요일, 9 7~ 9일 공연 없음)

l  장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l  공연시간: 120 (중학생 이상 관람 가)

l  주최: 서울특별시

l  주관: 서울문화재단, 극단 백수광부

l  제작: 남산예술센터, 극단 백수광부

l  관람료: 전석 25,000

l  할인: 학생 18,000/ 즐거운 복희’ 18,000(성함이 복희이신 분, 신분증 지참)

l  문의: 02-758-2150

l  예매: 남산예술센터 www.nsartscester.or.kr / 인터파크 http://ticket.inter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