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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 몰랐던 세계 속 우리음악 - 2014 여우락(樂)페스티벌

문화포털 기자단 2014-08-04
당신만 몰랐던 세계 속 우리음악 - 2014 여우락(樂)페스티벌


▲ 2014 여우락 페스티벌- 강은일&사이토 테츠&사와이 카즈에 '彈, 세월을 타다' 공연 장면입니다/ 출처=국립극장 제공

      

 

국악은 뭐랄까 서먹한 이웃 같아요. 가까이 있지만 실제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 말이죠. 혹시 그런 경험 없으세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이나 가요를 듣다가 전통장단으로 가락이 바뀌면 저절로 손이 나가, 다른 채널로 ‘휙’ 돌리게 됩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고 말로만 떠들 뿐, 음악도 전통보다 새로운 유행을 좇아가기 바쁩니다. 하지만 알면 사랑하게 되는 법! 그 동안 우리 소리가 전통과 현대를 접목하려는 세계적인 비전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해왔던 걸요. 지난 7월 국립극장에 불어 닥쳤던 우리음악 열풍 속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국립극장이 주최하는 <여우락 페스티벌>(이하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어요. 한국음악에 뿌리를 두고 세계와 소통하는 아티스트들을 만나는 국내 유일의 우리음악축제인데요. 한국 월드뮤직 대표그룹들이 시도하는 우리 음악의 현재와 참신한 해석을 만나게 됩니다.

      

2010년부터 시작된 도심 속 즐거운 난장! 여우락은 2013년에 평균객석점유율이 무려 121%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어요. 관객들로부터 동시대 음악으로서의 무한가능성을 인정받은 거지요. 지난 4년간 탄탄한 콘텐츠 기획과 공연을 통해 상징적인 여름 음악 페스티벌로 자리잡았습니다.

      


- 700석 객석을 가득 채운 20대 관객들은 라이브 콘서트 장에서처럼 탄성과 환호를 쏟아냈다 - 조선일보 (2013 여우락 리뷰)  

 

 

 

 

▲ 제5회 여우락 페스티벌 공연 포스터입니다/ 출처=국립극장 제공

 

    

 

2014 브랜드뉴(Brand-new) 여우樂 페스티벌 

 

- 핫 콜라보레이션, 전통이 현대를 만나다

      

 

7월 4일(금)부터 26일(토)까지 열렸던 여우락은 올해 5회째를 맞아 양방언 예술감독과 장재효 음악감독이 총책임을 맡았습니다. 지난 해와 달리 2014년 여우락의 모든 작품은 신작을 발표, 뛰어난 실력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콜라보레이션(협연)을 이루었습니다. 관객들은 각각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던 이들의 기존 레퍼토리 합주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신세계 음악을 접할 수 있었어요. 이게 바로 진정한 여우락의 ‘지금’과 ‘여기’ 정신인 거죠. 23일간 101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시대와 장르를 뛰어넘는 브랜드-뉴 공연! 우리음악의 탈경계를 시도하면서, ‘오프닝’, ‘크로스오버’, ‘센세이션’, ‘초이스’ 총 4개의 테마로 진행되었습니다.

     

 

▲ 여우락 행사 현수막이 쳐진 국립극장 전경입니다/ 출처=기자 직접 촬영

  

      

- 여우락 스테이지

      

 

상상 그 이상의 감동을 보장했던 오프닝, <여우락판타지>(양방언외 다수 아티스트)의 화려한 출발에 이어 총 10개 작품(20회)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세계 프리뮤직의 거장 강태환(색소폰), 판소리와 굿음악, 타악을 두루 섭렵한 소리꾼 한승석, 장영규(음악그룹 비빙, 어어부 프로젝트 리더), 이태원(음악동인 고물 음악감독) 등 저력있는 중견 예술가들이 스테이지를 이끌었는데요. 그 외 박우재(거문고), 이희문(경기민요), 정은혜(판소리) 등 독창적인 음악세계의 영 아티스트들의 합류로 새로운 한국음악의 변천과 미래를 함께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서영도(베이시스트), 슈퍼멀티플레이어 정재일, DJ소울스케이프, 최희선(기타리스트) 등 대중음악 뮤지션들과의 협연도 의미있는 성과를 꿈꾸게 합니다. 현실 속으로 단단히 뿌리내리는 국악의 면모가 점점 더 확실해지는 참이었어요.

    

 

- 여우톡, 여우락스쿨, 여우락대학생워크숍

 

      

올해는 공연 이외의 다채로운 기획행사들로 한층 더 풍성했습니다.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우리음악 토크(양방언, 정재일), 월드뮤직 그룹 ‘공명’이 진행하는 악기이야기와 공명유희 음악놀이터 체험, 무료로 진행되는 한국음악 전공 대학생들을 위한 최초의 한국음악 워크숍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어린이나 젊은 학생들이 국악의 꿈을 키우는데 매우 자극적인 기회가 될 것 같아요.

 

     

 

▲ 여우락 공연이 있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입니다/ 출처=기자 직접 촬영

    




 ▲ 강은일&사이토 테츠&사와이 카즈에<탄,세월을 타다> 티켓입니다/ 출처=기자 직접 촬영

    

    

 

초이스 : <탄, 세월을 타다>, 강은일 & 사이토 테츠 & 사와이 카즈에

      

- 해금, 함께 놀다.

 

   

 

콘트라베이스와 해금이 만나면 어떤 소리를 낼까요? 직접 듣기 전까지 상상하기 힘든 콜라보레이션이었는데요. 거기에 일본의 전통악기 고토가 음을 보탰습니다. 국악계의 독보적인 해금 솔리스트 강은일(단국대 국악과 교수), 일본 재즈계 정상급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사이토 테츠, 고토 최고 연주자 사와이 카즈에의 장르를 넘어선 환상적인 팀플레이는 다시 보기 힘든 베스트 초이스였습니다.

    

 

 

▲ 강은일&사이토 테츠&사와이 카즈에<탄,세월을 타다> 공연전 무대입니다/ 출처=기자 직접 촬영 


 

▲ <彈, 세월을 타다>의 해금 솔리스트 강은일이 연주하는 모습입니다/ 출처=국립극장 제공

 

    

- 초이스 공연: 세월호에 바치다  

 

 

때로는 말 한 마디보다 떨리는 선율 한 가락이 더 위안이 됩니다. 음악의 존재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해금, 콘트라베이스와 고토 세 거장들이 끝나지 않을 슬픔, 세월호 앞에 그들의 음악을 진혼곡으로 바쳤습니다. 도입 부분, 생사의 갈림길에 선 절망을 연주한 해플 시나위는 마치 희생자들의 깊은 울음소리처럼 들렸어요. 둔중한 콘트라베이스 음률에 미련이, 강은일의 격렬한 해금 소리에는 우리 모두의 슬픔과 분노가 고스란히 빙의 되어 드러났어요.  

 

 

▲ <彈, 세월을 타다>의 해금 솔리스트 강은일과 콘트라베이스 사이토 테츠입니다. 출처=국립극장 제공

      

 

판소리 적벽가 중 새타령으로 슬픔으로 점철된 인생을 연주했어요. 아마 구슬프면서도 모던한 느낌은 전통과 현대의 악기가 함께 만들어내는 효과가 아닌가 싶었어요. 그 다음 이어진 곡은 밀양아리랑의 주제에 의한 즉흥곡이었는데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에 익은 경상도 민요입니다. 맑고 경쾌한 느낌이 덧없음을 위로하려는 듯 더욱 애절했어요. 사와이 카즈에의 신들린 듯한 고토 연주는 망자의 혼을 달래는 무당의 춤사위였습니다. 

 

이윽고 산조 연주로 슬픔의 대단원을 풀어내는데, 해금, 콘트라베이스, 피아노 외 강은일 해금플러스 단원들의 합주가 조화로웠어요. 신명 나는 장단과 함께 어우러지는 즉흥 연주에 관객 모두 잠시 무아지경에 빠져들었죠. 독주적이고 즉흥적인 해금 특유의 기법으로 마지막 먼 훗날의 희망으로 달려갔습니다.

 

    

 

▲ 강은일&사이토 테츠&사와이 카즈에<탄,세월을 타다> 공연 피날레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출처=기자 직접 촬영

 

    

4년차에 접어든 여우락 페스티벌, 고정관념을 깨고 전통과 현대 사이 소통 가능한 지점에 제대로 안착한 것 같습니다. 내년 여름에는 국악 더 잘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알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행복하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