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 문화공감 > 공감마당 공감리포트

공감리포트

최신 문화이슈와 문화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문화이슈

책 속에서 길을 찾은 사람들

편집팀 2015-10-29

열심히 살고 있지만 여전히 인생의 길이 보이지 않거나, 어떤 방향으로 갈지 혼란스러울 때. 선배나 선생님들의 조언도 좋지만 나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이는 결국 ‘나’. 한 권의 책은 이런 나에게 큰 조언자가 될 수 있다. 아나운서, 소설가, 출판사 대표 등 책 속에서 길을 찾은 선배들을 통해 듣는 ‘내 인생의 책’ 이야기.

책 속에서 길을 찾은 사람들

- 내 인생의 책 한 권 - 


 

열심히 살고 있지만 여전히 인생의 길이 보이지 않거나, 어떤 방향으로 갈지 혼란스러울 때. 선배나 선생님들의 조언도 좋지만 나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이는 결국 ‘나’. 한 권의 책은 이런 나에게 큰 조언자가 될 수 있다. 아나운서, 소설가, 출판사 대표 등 책 속에서 길을 찾은 선배들을 통해 듣는 ‘내 인생의 책’ 이야기. 

 

 

 

소설가가 되게 한, 소설가로 있게 한 소설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민음사) 

by 서유미(소설가, <쿨하게 한걸음>,<판타스틱 개미 지옥>,<끝의 시작> 저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교보문고, 민음사/소설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던 4학년 때였다. 책을 추천한 사람이 같은 과 선배이자 지금의 남편인데, 그는 소설을 쓰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이 한 권에 들어있다고 소개했다. 토마시, 테레사, 사비나, 프란츠, 네 남녀의 목소리와 시선을 통해 인생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밤새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었고 토마시가 됐다가 테레사에게 몰입했다가 사비나가 되곤 했다. 좋은 책을 읽었다는 충만감과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열망으로 한동안 가슴이 뜨거웠던 기억이 난다. 이 소설은 인간을 꿰뚫어보는 통찰력과 삶을 관통하는 철학의 문장을 품고 있으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나는 인생의 어느 전환점을 돌거나 소설이 지독히 안 써질 때마다 이 책을 꺼내 들곤 한다. 졸업하고 결혼하고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도, 각자 직장을 정리하고 지방 소도시로 떠나 작가의 길을 다시 선택했을 때도, 아이를 낳고 중견 작가가 된 지금까지도 대학 시절 나를 뜨겁게 만든 이 책은 함께 하고 있다.


그 사이에 당시 젊은 층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핫한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은 어느덧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사람에 대해 모르겠다고, 사는 게 이상하다고, 그러나 그런 인생과 사람에 대해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물론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꼭 읽었으면 좋겠다.

 

 

 

시인의 아내로, ‘시인의 집’을 찾다


시인의 집(전영애, 문학동네)

by 고민정(KBS 아나운서, <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저자) 


 


시인의 집 ⓒ 교보문고, 문학동네/에세이

 

 

수없이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남편이 시인이니 시를 참 좋아하시겠네요?" 양심상 숨이 턱 막힌다. "애송하는 시 한 수 들려주세요." 고교시절 교과서에 나온 시 몇 구절이 입 속에서 뱅뱅 돈다. 시인의 아내라고 해서 시를 다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내가 라디오 방송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매주 시를 몇 편씩 추천할 일이 생겼는데 그때마다 고민이 되었다.

 

이런 고민을 풀어줄 열쇠가 된 책이 바로 <시인의 집>이다. 작가가 13명의 시인이 머문 흔적을 찾아 다니는 여정을 그린 책으로 나 같은 '시 초보자'를 위한 책이다. 문학을 공부한 저자는 구도하듯 열세 명의 시인들의 발자취와 거처를 찾아 다니며 해답을 찾았다고 한다.

 

발트해 연안, 에스토니아 문인의 집을 찾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여주시 강천면 저자의 집에서 끝난다. 책장을 덮고 나니 프란츠 카프카, 라이너 마리아 릴케, 하인리히 하이네, 프리드리히 쉴러, 요한 볼프강 괴테까지... 작품과 이름으로만 접했던 막연함에서 이제는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된 느낌이었다. 이 책에는 정작 시가 많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집'과 그 인생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들이 겪은 전쟁, 생활고, 개인사를 생생히 기록하여 시인을 생활인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13명에 대한 인물탐구가 끝난 후 나는 이들의 작품을 차례로 찾아보게 되었고 시를 통해 그 사람의 심정을 유추해보는 취미가 생겼다. 나도 모르게 시를 제대로 감상하는 법을 체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의 ‘진면목’에 대한 고민을 상담 받다


걷는 듯 천천히(고레에다 히로카즈, 문학동네) 

by 고미영(도서출판 이봄 대표)

 


걷는 듯 천천히 ⓒ 교보문고, 문학동네/에세이


우리 출판사에서 선보이고 있는 ‘마스다 미리’ 시리즈의 인기가 더해갈수록 만화책이나 여성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마스다 미리 시리즈는 이제 분신 같은 존재다. 출판사 대표로 현재의 나는 대중의 기호, 베스트셀러, 어느 기관의 추천 등에 많은 영향을 받지만 이상을 가진 편집자로 혹은 독자로의 세계도 있다.

 

최근 나를 성장 시킨 책은 영화 <아무도 모른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에세이 <걷는 듯 천천히>이다. 직업이 문인이 아닌 다른 문화계에서 일하는 사람의 에세이, 특히 직업인으로서의 삶이 녹아 있는 에세이는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공감대를 형성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어떤 것이든 ‘진면목’에 집중하는 유형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진면목’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이 책은 훌륭한 처방전이 되었다. 그 효용성이 애매모호한 다목적 비타민이 아니라, 감기에 걸린 내게 딱 필요한 처방 감기약 같은 영향을 끼쳤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인생선배에게 편집자인 내가 글을 볼 때, 책을 만들 때, 독자를 만날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상담 받은 기분이다. 관람객과 커뮤니케이션, 배우를 캐스팅하는 일에 대한 생각들이 독자와 커뮤니케이션하고, 저자를 어떻게 섭외해야 하는지에 대한 팁이 되었다. 

 

 

 

 

단 하나뿐인 ‘나만의 직함’을 고민하게 될 때


관점을 디자인하라(박용후, 프롬북스)

by 신익수(매일경제신문 여행전문기자, <닥치GO, 여행> 저자)

 


관점을 디자인하라 ⓒ 교보문고, 프롬북스/자기계발

 

 

작년 말 해외 출장을 가다 공항 서점에서 우연히 찾은 <관점을 디자인하라>는 이 삼박자를 다 갖췄다. 신선한 발상을 추구하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박용후는 ‘카카오’,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 형제들’ 등 13개 기업의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이 기업들은 하나같이 참신하고 신선한 방법의 CF, 기업 캠페인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그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닌 대중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있는 사실(팩트)를 놓고 그걸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스팩트럼이 나타난다. 예컨대, 여행에서 하늘 아래 새로운 곳은 없다. 거기서 거기일 뿐. 여기에 새로운 관점을 보는 시선을 만들면, 새로운 여행지로 탈바꿈 하는 것이다. 그냥 캠핑. 이게 방안으로 텐트를 옮겨다 놓으면 놀랍게 ‘홈핑(Homping)’이라는 근사한 놀이가 되고, 도서관으로 옮겨두면 ‘북스테이(Bookstay)’라는 기발한 숙박 장소가 된다. 이런 관점의 전환을 말해 주는 책.

 

가장 인상적인 건, 자신을 보는 관점. 직함에 얽매이지 말라는 저자의 주장이 가슴에 콱 박혔다. 예컨대 나의 경우 직함에 얽매이면, 수많은 기자 중의 한 명이 될 뿐이다. 저자는 이걸 다른 관점으로 보라고 말한다. 수많은 기자 중 한 명이 아니라, 세상에 단 한 명뿐인 직함의 사람이 되라는 것. 저자 박용후는 그런 뒤 자신의 명함에 관점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직함을 파 넣었다. 나의 명함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어떤 직업을 적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 여행, 출장 다닐 때 어떤 책이 읽기 좋을까? 

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니 책을 고를 때도 요령이 생긴다. 첫 번째는 문장. 단문이며 이해가 빠르며 짧은 호흡의 책을 무조건 고른다. 그래야 진도가 나간다. 두 번째는 재미. 공들여 책을 보는 건데, 재미까지 없으면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세 번째는 반전. 반전 없는 책이라니 정말 매력 없다._ 신익수 

 

 

  

 

문학, 예술 작품 속 요리를 맛 보고 싶지 않아?


모던 아트 쿡북: 고흐의 수프부터 피카소의 디저트까지(매리 앤 코즈, 디자인하우스)

by 김유라(미오디자인 대표, 상명대학교 패션학과 특임교수)

 

모던 아트 쿡북 ⓒ 교보문고, 디자인하우스/실용


 

자신이 먹은 요리를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먹방’에 열광하는 요즘 사람들. 그런데 이것이 비단 요즘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먹는 음식, 식탁, 그리고 모르는 음식에 대한 궁금증은 시대와 상관없다. 정물화 속에 생김새나 색깔이 다른 과일이 있으면 무엇인지 알고 싶었고, 식탁 위 물병에는 물이 들어있을까 포도주가 들어있을까, 포크가 여러 개인데 어떤 손님을 초대했을까 상상하곤 했다.

 

<모던 아트 쿡북>은 이런 나의 상상을 실행에 옮기게 한 책이다. 이 책은 예술과 요리를 접목한 예술인문요리책이기도 한데, 누구나 쉽게 입문할 수 있는 실용서이기도 하다. 현대 예술가들의 음식을 소재로 한 정물화, 요리 재료와 음식에 관련된 글, 예술가들이 먹었던 음식뿐 아니라 그 음식들의 실제 레시피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그대로 담겨 있어 요리나 인문학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은 물론, 그렇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읽으면 사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단언한다. 또한 예술가들이 실제 즐겨 먹은 음식의 레시피도 정말 간단하게 정리되어 있다.

 

성게를 머리에 얹고 찍은 사진이나 너무나 정교하고 직설적인 그림 ‘빵 바구니’를 같이 보여주면서 음식에 대한 달리의 생각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독자인 나는 여기서 나는 과연 몇 가지의 요리를 도전해볼 수 있을까 욕심이 생긴다. 실제로 책의 서평을 쓴 여러 명사들은 한결같이 “나는 000을 꼭 만들어먹어야겠다”라고 기록해서 웃음이 나온다. 세잔의 구운 토마토, 데이비드 호크니가 만들어 먹었던 딸기 케이크, 피카소의 스페인식 오믈렛은 내가 초기에 시도해본 것이기도 하다.

 

 

- 작성자 : 문화포털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