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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그림책이 잊혀지나요?

편집팀 2015-10-19

심심한 아이들이 커다란 그림책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고사리 손으로 책장을 넘긴다. 고단한 하루를 보낸 어른들이 아름다운 그림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아 곱씹으며 그림책을 펼치고 또 펼친다. 신비한 이야기로 아이들을 매료시키고 먼지 날리는 창고 속에 갇혀 굳었던 어른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며, 어른이 되어 잠시 잊었다가도 결국 다시 찾게 된다는 마법 상자 같은 그림책 이야기.

어른이 되면 그림책이 잊혀지나요?

- 그림책이라는 마법상자 -

 

  

 

심심한 아이들이 커다란 그림책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고사리 손으로 책장을 넘긴다. 고단한 하루를 보낸 어른들이 아름다운 그림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아 곱씹으며 그림책을 펼치고 또 펼친다. 신비한 이야기로 아이들을 매료시키고 먼지 날리는 창고 속에 갇혀 굳었던 어른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며, 어른이 되어 잠시 잊었다가도 결국 다시 찾게 된다는 마법 상자 같은 그림책 이야기.

 

 

 

다시, 그림책을 만나다


생각해보면 ‘어린시절의 나’는 질문이 참 많았다. 새로운 세상에 왔으니 모르는 게 많고 궁금한 것도 많고 그래서 마음에서는 늘 질문들이 꿈틀거렸다. ‘친구는 어떻게 사귀는 것일까?’, ‘엄마는 나를 얼마나 사랑할까?’, ‘세상은 왜 이런 모양일까?’ 끊임없이 쏟아내는 질문에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아이는 그림책이라는 친구를 만들었다. 그림책 친구가 안내하는 시간 속에서, 아이는 즐겁게 놀면서 세상이라는 커다란 두려움에 맞설 용기를 얻기도 하고 ‘나’라는 존재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세상을 살면서 아는 것이 많아진 어른들은 더 이상 묻지 않게 된다. 답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아보니 원래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다르다. 뭐든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어긋나서 당황스럽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서 허탈하고, 그날이 다 그날 같아서 지루하고, 남들의 생각과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아 짜증이 난다. 그런데 여기서 ‘왜?’ 라고 묻는 대신 ‘에잇, 원래 다 그렇지 뭐...’하며 말줄임표를 찍는다. 더 이상 묻지를 않으니 돌아오는 대답도 없다. 그러다 어느날 그림책을 만났다. 처음 본 것 같은데도 낯설지가 않다. 이 아이 옆에서는 궁금한 게 많아지고 자꾸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된다. 그러다 마치 막혔던 기억회로가 재작동한 것처럼 어릴 적의 나와 그 옆에서 항상 붙어 다니던 단짝 친구들에 대한 추억이 빠르게 지나간다.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단짝 친구, 그림책이 내 인생에 다시 들어온 신비로운 순간.

 

 

 

그림책에서 세상에 대한 해답을 찾다


프랑스의 그림책 비평가인 소피 반 데 린덴(Sophie Van Der Linden)은 ‘아이들에게 그림책이란, 낯선 세상에 대한 불안과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주고 내면이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던져진 그림책들을 자기식대로 먹고 마시며 소화시킨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생각을 읽고 행동을 따라 하고 마음을 만지면서 한 뼘씩 세상에 다가간다. 그렇게 세상 속에 들어간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이 쉬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자신감을 점점 잃어가고 있어요”,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요?”, “사람과의 관계가 너무 어려워요”, “전 항상 부족하기만 한 것 같아요” 타인은 물론 나에 대한 불신이 많아지고 차고 넘치던 용기는 눈 녹듯 사라져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해진 어른들에게 그림책 속에 담긴 단순한 그림과 짧은 글은 세상에 막 나선 여리고 약한 ‘어릴 때 나’를 다독여주었듯이 어른 아이로 자란 우리를 크게 보듬어준다. 때론 명쾌한 답을 알려주기도 하고 좀더 시간을 두고 마음으로 생각을 해보라고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어른이 더 큰 위로와 위안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살이가 점점 힘겹게 느껴지고 타인에 둘러싸여있지만 늘 혼자인 것만 같은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축 처진 어깨를 토닥토닥해줄 포근한 그림책 한 권이다.

 

 


그림책의 마법에 빠질 시간


다양한 미디어와 수많은 SNS에 둘러싸여있으면서도 늘 공감과 소통의 부재를 말하고,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지만 사진 속의 진심을 도무지 알 길 없는 현실에서 이 얇은 한 권의 그림책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루의 긴 시간 중에 겨우 15분, 그림책은 그 짧은 시간에 사람의 마음을 만지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그 사람은 내 옆의 친구일 수도, 가족일 수도, 익명의 타인일 수도, 어쩌면 어린 날의 나일 수도 있다. 그렇게 사람과 연결되고, 타인을 통해 나를 돌아보며,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그림책의 힘은 상상 그 이상이다.


그림책이 더욱 특별한 건 그 안에서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 때문이다. 그림도 단순하고 글자도 몇 없는데 아이도, 어른도 휙휙 넘기질 못한다. 손가락만 톡톡 치면 휴대폰에서 LTE급 속도의 만화영화가 튀어나오는 세상이지만 그림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지루하리만큼 길다. 아이들은 그림을 꼼꼼히 뜯어보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느라 그렇고, 어른들은 그림과 글자, 그 여백의 바다 속에 잠겨있는 의미들을 조심스럽게 건지는 데 긴 시간을 보낸다. 눈이 돌아갈 만큼 빠른 속도로 흐르면서 어느 한 순간도 낭비하지 말 것을 강요하는 시대에서 그림책은 아이들을 느리게 놀게 하고, 어른들을 천천히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그림책은 우리가 어린 시절 쉼 없이 그랬던 것처럼 질문을 쏟아낼 수 있는 시간을 되돌려주고 나만의 방식으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자, 이제 더 이상 아이만의 것이 아닌 그림책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펼쳐볼 시간이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는 그림책 

 

고래가 보고 싶거든
- 줄리 폴리아노 / 그림 에린.E.스테드 / 번역 김경연 / 출판 문학동네

타인과 비교하며 내가 정한 목표가 흔들릴 때 우리가 해야할 일은 한 점을 바라보는 것이다. 고래를 만나기 위해 바다로 나선 아이들의 모습과 긴 기다림끝에 마침내 고래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멋진 그림 위로 펼쳐진다.
 

 

 

 

고래가 보고 싶거든 ⓒ yes24, 문학동네

 

   

고슴도치의 알
- 글·그림 다카하시 노조미 / 번역 이순영 / 출판 북극곰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알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알을 품고 있는 오리 아줌마를 본 아기 고슴도치가 자신과 닮은 밤송이를 품으면서 희망을 꿈꾸기 시작하고 결국은 ‘놀라운 반전’으로 행복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
  

  


고슴도치의 알 ⓒ yes24, 북극곰

 

   

어느날 길에서 작은 선을 주웠어요
- 글·그림 세르주 블로크 / 번역 권지현 / 출판 씨드북

어떤 계기가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일이 있다. 한 권의 그림책처럼 말이다. 길에서 주운 작은 선을 따라가다보면 프랑스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작가인 세르주 블로크의 인생을 만날 수 있다. 
 

 

 

 

어느날 길에서 작은 선을 주웠어요 ⓒ yes24, 씨드북

 


 

큰 늑대, 작은 늑대
- 나딘 브룅코슴 / 그림 올리비에 탈레크 / 번역 이주희 / 출판 시공주니어

아이든 어른이든 친구를 사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너무나도 다른 친구라면 더욱 더. 질투와 걱정, 시기를 거쳐 큰 늑대가 어떻게 마음을 열고 작은 늑대와 친구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책.
 

 

 

 

큰 늑대, 작은 늑대 ⓒ yes24, 시공주니어

 


 

나비가 되고 싶어
- 글·그림 엠마누엘레 베르토시 / 번역 이순영 / 출판 북극곰

일러스트가 너무 예뻐서 갖고만 있어도 행복해질 것만 같은 그림책. <나비가 되고 싶어>에는 자연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삶의 지혜가 한장한장 아름다운 그림 안에 담겨있다. 
 

 

 

 

나비가 되고 싶어 ⓒ yes24, 북극곰

 


  

무릎딱지
- 샤를로트 문드리크 / 그림 올리비에 탈레크 / 번역 이경혜 / 출판 한울림어린이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를 잃고 난 뒤에 우리는 어떻게 그 상실감을 이겨낼 수 있을까. 엄마를 잃은 소년이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 같았던 상실감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그림책.   
 

 

 

 

무릎딱지 ⓒ yes24, 한울림어린이

 


 

파란 시간을 아세요?
- 글·그림 안느 에르보 / 번역 이경혜 / 출판 베틀북

어른이 되면 어떤 것들은 너무나 당연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낮과 밤사이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걸까에 대한 기발한 궁금증을 환상적인 이야기와 그림으로 풀어낸 작품. 
 

   

 

파란 시간을 아세요? ⓒ yes24, 베틀북


 

 

- 작성자 : 문화포털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