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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고도 소박한, 특별하고도 평범한”

문화포털 기자단 2015-08-18
“멋지고도 소박한, 특별하고도 평범한”

“멋지고도 소박한, 특별하고도 평범한”
-작은 소극장, 이야기가 있는 클래식 콘서트-


 
무더운 여름, 장마까지 늦게 오면서 시원함에 대한 갈급함이 나날이 늘어만 갑니다. 지난 7월 말, 어두운 지하 소극장 안에서 클래식을 만났습니다. 자그마하지만 서늘한 소극장, 여기서 클래식을 향한 갈증을 해소하고, 소극장을 향한 편견을 깨버렸습니다. 클래식과 소극장,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그러나 반전은 늘 예상치 못한 조건에서 주어지는 법이죠. 여기, 콘서트 <클래시칸과 함께 떠나는 세계음악여행 in SEORO>는 예상치 못한 조합 속에서 그들만의 멋진 시공간을 창출해냈습니다.

 
 

*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

 
지휘자 안두현 ⓒ 서촌공간 서로


 
콘서트는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에 서촌공간 서로에서 진행됩니다. 매달 한 나라를 택하여 그 나라 음악가들의 곡을 연주하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콘서트는 지휘자 안두현에 의해 이야기로 풀어 진행됐습니다. 지난 7월 28일에 진행된 공연에서는 ‘러시아’의 음악과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날은 스트라빈스키,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에프, 쇼스타코비치, 아렌스키 등 음악가들의 곡들이 피아노와 첼로, 그리고 바이올린의 선율만으로 연주되었습니다.
 
음악가 혹은 곡과 관련된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쇼스타코비치는 당시 ‘소련’이라는 공산체제 속에서 시절을 겪어야 했던 음악가였습니다. 그는 진중하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사람이었고, 실제로 곡도 그렇게 썼다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 난해한 현대 음악을 금지했던 사회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음악가들은 우리 귀의 익숙한 조성음악(음악에 쓰이는 화성이나 멜로디가 하나의 음 또는 하나의 화음을 중심으로 하여 일정한 음악관계를 가지고 있을 경우) 곡들만 작곡이 허용되었다고 하는데요. 수많은 조성음악들이 이미 작곡되고 편곡되어 온 가운데, 이제 더 이상 혁신적인 조성음악은 나올 수 없다는 시대 분위기가 풍겼답니다. 하지만 조성음악의 한계를 뛰어넘어 조성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람이 바로 ‘쇼스타코비치’라고 불리게 될 만큼, 쇼스타코비치는 새롭고도 훌륭한 조성음악의 세계를 열어주었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만나게 되는 음악가들은 더욱이 우리에게 친숙해졌고, 이야기가 곁들여진 음악 감상은 좀 더 그 음악을 이해하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음악을 향한 우리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려 주는 힘, 그것은 바로 ‘이야기’의 힘이었습니다.

 
 

* 좁은 극장, 젊은 그들

 

서촌공간 서로 소극장 내부 ⓒ 서촌공간 서로

 

 

 

화려한 클래식이 소박한 극장과 만났습니다. 클래식의 본고장인 서구 유럽 사회에서는 클래식이 그들의 삶의 일부였고 일상이었습니다. 근대를 거쳐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인, 동양 문화권에서의 클래식은 특별한 시공간과 직결되는 존재였고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가 만나는 클래식은 항상 경직되고 많은 것을 갖춘상태에서 만나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클래시칸의 콘서트는 그러한 경직된 틀을 깨버렸습니다. 콘서트는 서촌마을 주택가 한가운데 위치한 서촌공간 서로라는 곳의 지하 소극장에서 이루어졌는데, 이곳은 주차할 공간도 마땅치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는 것이 편한 곳이었습니다. 역에서 내려 서촌공간 서로로 향하는 길에서는 우리의 재래시장도 마주할 수 있었고, 너무 더워 치킨과 맥주를 즐기려는 편한 옷차림의 동네 주민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일상과 멀지 않은, 오히려 일상 속에서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서촌공간 서로 소극장 내부 서촌공간 서로

 

 

 

더구나 젊은 예술가들이 이 작고 어두운 소극장 안에 모여, 음악에 대해 토론하고, 음악회를 준비하며, 음악을 알리고자 했다는 고민들을 펼쳤을 거라는 상상에 다다르자, 이곳은 더욱이 특별한 곳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클래식을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반드시 해봐야 할 고민들을, 그들은 이곳에서 정직하게 짊어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클래식이 반드시 마주해야 할 공간은 한국의 수많은 소극장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웅장하고 화려하고 번지르르한 클래식은 편하게 느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편하지 않기 때문에, 클래식은 점차 우리의 일상과 멀어지고, 그것을 이해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러나 힘을 빼고 들어올 수 있는 이 작은 극장 안에서, 관객들은 보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편안한 자세로 클래식을 마주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은 클래식의 일상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마리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클래시칸과 함께 떠나는 세계음악여행 in SEORO> 포스터 ⓒ 서촌공간 서로

 

 

 

러시아를 여행했던 7월의 공연은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8월부터 12월까지 체코, 아르헨티나,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으로의 음악여행이 남았습니다. 무더운 여름과 가장 대비되었던 나라, 러시아로의 여행은 우리나라의 찜통더위를 잊을 만큼의 시원한 러시아 음악들을 선사해주었는데요. 앞으로의 공연들도 그 나라의 분위기와 정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연들이 펼쳐지리라 기대해봅니다. 

 

 


 

* 공연 정보

- 공연명 : 콘서트 <클래시칸과 함께 떠나는 세계음악여행 in SEORO>

- 기간 : 2015년 6월 30일(화)~12월 29일(화)

- 장소 : 서촌공간 서로(02-730-2502)

- 관람시간 : 90분

- 공연시간 :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 30분

- 공연요금 : 전석 20,000원

- 관람등급 : 만 7세 이상

- 찾아가기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 도보 15분 

- 홈페이지 : http://www.spaceseoro.com

 


 

* 참고 자료

- 위키 백과, 검색어 : 조성음악

   https://ko.wikipedia.org/wiki/%EC%A1%B0%EC%84%B1_(%EC%9D%8C%EC%95%85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장기영(글) / 장수영(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