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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말을 걸다 - 연극,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

문화포털 기자단 2014-12-11
고전이 말을 걸다 - 연극,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

셰익스피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가 찰스 디킨스


“셰익스피어를 존경하지만, 디킨스는 사랑한다”는 평을 받았던 영국 작가 디킨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위대한 유산”을 명동예술극장이 올해 마지막 작품으로 무대에 올렸습니다.


한 해 동안 수준 높은 국내외 연극을 선보여 온 명동예술극장이 소설과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을 국내에서 처음 연극으로 공연한 것입니다. 이번 연극은 <목단 언니>의 김은성 작가가 두 시간짜리 상연 대본으로 각색했고 극단 작은 신화 대표 최용훈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김은성 작가는 분량이 방대하고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서 연극화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대장간 출신 소년 핍의 성장 드라마는 오늘날에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적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연출가 최용훈은 2014년 한국에서 공연하는 작품으로서의 의미를 어떻게 드러낼지 고민했다며 상류사회 신사들의 이면에 대한 풍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년 핍이 진정으로 위대한 유산을 찾아가는 이야기, 부르주아 계급의 등장에 맞춰 외형과 물질에 치중하기 시작한 19세기 영국사회를 통해 현재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점을 되짚어 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출연 배우들의 모습 ⓒ 명동예술극장 제공


명동예술극장의 올해 마지막 작품답게 호화 캐스팅이 관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주인공 핍 역으로 5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배우 김석훈과 맥위치 역의 오광록과 양영조(이중캐스팅), 길해연, 조희봉, 정승길 등 개성파 배우들의 색깔 있는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위대한 유산>은 1861년에 완성된 소설이나 디킨스의 착상은 소설이 집필되기 5년 전인 1855년경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진행된 건 1860년 여름부터라고 하네요. 당시 디킨스가 간행하던 주간잡지 <1년 내내>의 판매 부수가 현저히 떨어지면서 디킨스 자신이 새 소설의 연재를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여 <위대한 유산>은 1860년 12월에 첫 연재물이 <1년 내내>에 실리게 되고 이후 1861년 6월까지 총 36회에 걸쳐 매주 연재가 나감으로써 작품이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연재가 끝난 지 4개월 후인 1861년 10월에는 세 권으로 묶인 첫 단행본 <위대한 유산>이 책으로 출판되어 <위대한 유산>은 그 당시 디킨스의 작가적 역량과 인기를 다시 한 번 새롭게 확인시켜준 작품이 되었다고 합니다.

 

 시골소년 핍이 크리스마스이브에 탈출한 죄수를 만나 작은 선행을 베풀고 이후 큰 보답을 얻는다는 이야기인 <위대한 유산>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위선과 비도덕성,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도 곁들여져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구두약 공장에서 일하다가 작가로 성장한 찰스 디킨스의 자전적 소설로 평가받기도 한 작품입니다.


<위대한 유산>의 주인공 소년 핍이 꿈꾸었던 신사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흔히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신사라고 하면 세련된 예의범절을 지키며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 혹은 고급 양복 차림의 왠지 지팡이와 모자까지 완벽하게 갖춘 사람을 연상케 합니다.


19세기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부를 축적하며 새롭게 떠오른 중산층이 사회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때입니다. 고귀한 혈통이 아니어도 신분 상승이 가능했던 이 시기, 이상적인 신사의 개념은 재산과 사회적 지휘가 있으면서도 존경할 만한 인격과 교양을 갖춘 사람을 지칭했습니다. 즉, 물질적인 여유뿐 아니라 고귀한 품성과 소양을 고루 갖춘 인간상이었던 신사는 자본주의 체제가 확고해 지면서 점차 물질적 요소만이 결정적 기준이 되는 쪽으로 변질하고 맙니다.


찰스 디킨스는 소설 <위대한 유산>을 통해 마음이 신사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진정한 신사의 행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주인공 핍이 신사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신사의 자격이 물질적 가치나 겉모습만이 정의되고 이를 갖추면 누구든 신사로 인정받는 당대의 현실을 비판하면서 진정한 신사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이것은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 즉,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지기에 시공을 초월하여 호소력 있게 다가옵니다.


이런 작품을 명동 예술극장의 연극 <위대한 유산>은 어떤 이야기로 풀어 놓았는지 연극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핍의 1인칭 시점으로 쓰인 소설처럼 연극무대 역시 핍이 이끌어 갑니다. 어린 핍이 나올 때도 청년 핍이 관찰자로 나왔습니다. 어린 핍과 청년 핍은 무대에 계속 머물러 있었습니다.


주인공 핍은 부모가 없는 고아로 누나에 의해 길러졌습니다. 핍은 대장장이인 매부 조 밑에서 심부름을 하며 지냈는데 부모님 무덤에서 탈출한 죄수를 만나게 됩니다. 죄수 맥위치에게 줄칼을 훔쳐 갖다 주면서 빵과 피리까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주는 작은 선행을 합니다. 이 작은 선행은 핍의 인생을 전환하게 됩니다.




에스텔라의 놀이 친구로 선택된 핍 명동예술극장 제공


에스텔라때문에 신사가 되고 싶은 핍 명동예술극장 제공


한편 미스 헤비셤은 동네의 저택 세티스 하우스에서 은둔자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언제나 빛바랜 웨딩드레스를 입고 바깥 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은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결혼식 날 신랑으로부터 배신당한 과거를 안고 그 쓰라린 과거에 머물러 있기를 고집합니다. 세상에 대한 복수로 양녀인 아름다운 에스텔라 마음에 남자에 대한 파괴의 부정적인 마음을 심어놓습니다. 헤비셤은 어린 핍을 자기의 양녀와 놀아줄 소년으로 선택합니다. 그 곳에서 어린 핍은 에스텔라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지만, 그녀에게 받은 것은 가시 돋친 말과 상처뿐이었습니다. 도도한 에스텔라에게 어울리는 신사가 되기를 꿈꾸는 핍에게 어느 날 낯선 변호사(재거스)가 찾아와 누군가 핍에게 엄청난 유산을 남겼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상속의 조건은 ‘신사가 되는 것’. 뜻밖의 행운을 얻은 핍은 ‘신사’가 되기 위해 꿈의 도시 런던으로 향합니다.




뜻밖의 후원자로부터 유산을 받게 될 거라는 소식에 놀라는 핍과 외삼촌 명동예술극장 제공


신사가 되기 위해 런던에 도착해 허버트과 만난 핍 명동예술극장 제공


핍은 춤을 배우고, 극장에서 연극을 보고, 사교클럽에서 우아하게 대화하는 법,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주문하는 법, 턱시도와 넥타이와 구두를 유행에 맞게 착용하는 법을 배우면서 신사의 삶에 서서히 적응해 갑니다. 외형적으로 점점 더 신사에 가까워지는 동안 그는 자신의 출신 성분과 매형인 조를 수치스러워하고 사치와 낭비를 일삼으며 오히려 순수했던 인간성을 잃어 갑니다. 이웃에 살던 헤비셤이 양녀 에스텔라와 자신을 결혼시키기 위해 몰래 후원하는 줄 알았던 후원자가 알고 보니 유년시절 핍이 도와준 탈옥 죄수 맥워치가 준 검은 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며 큰 충격에 빠집니다. 맥워치가 잡히고 재산이 몰수당하자 어렵게 빚을 청산한 핍은 매형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사치와 낭비를 일삼으며 순수성을 잃어가는 핍 명동예술극장 제공


결국, 돈은 헛된 것이고 위대한 유산은 가족의 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핍 역의 김석훈은 어린 핍과 같은 무대에 등장하면서 어린 시절의 회상 장면과 그 상황에서 느낀 감정 등을 관객들에게 표현해 주었습니다. 어린 에스텔라와 어린 핍 둘만이 느낄 수 있는 호감을 관객들도 느낄 수 있게 하여 그들의 사랑을 더욱 안타깝게 느끼게 했습니다. 귀족 출신의 드물러와 사랑 없는 결혼을 한 에스텔라가 불행한 삶을 사는 것에 대해 관객은 늙어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린 헤비셤에게 분노를 느꼈을 것입니다. 어른 핍이 헤비셤의 손을 자신의 심장에 대게 하면서 ‘찢어지고 까맣게 타버린’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는 핍의 고통스러움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에스텔라의 불행한 결혼을 막아보려는 핍 명동예술극장 제공


헤비셤에게 가슴 아픈 사랑의 절망스러움을 토로하는 핍  명동예술극장 제공


핍이 결코 어렸을 적 순수한 인간성을 완전히 상실하진 않았으며 언제고 다시 순수성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암시를 주는 듯 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몰래 허버트에게 후원해 주느라 빚을 지게 된 장면과 사형을 받게 된 맥위치가 자신이 신사로 만든 핍이 재산을 몰수당하지는 않았는지 걱정하는 대목에서 그를 안심시켜 주는 등 상대방을 배려하는 어린 핍의 순수함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에스텔라가 옛 저택에서 헤비셤이 입었던 옷을 걸치고 똑같은 자리에 고독하게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핍이 손을 내밀어 맞잡은 마지막 장면은 두 사람에게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 부분은 연극을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팠던 마음이 충분히 보상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에스텔라의 손을 잡으며 희망을 얘기하는 핍 명동예술극장 제공


연극 <위대한 유산>은 원작에서 말하고자 했던 인간성의 문제와 연극에서 보여준 핍과 에스텔라의 사랑 이야기까지 다 담아낸 듯한 따스한 휴먼 드라마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연내용에 맞춰 보여주는 배우들의 춤과 흥겨운 음악으로 이루어지는 영국 상류사회의 파티장면, 원작속 헤비셤부인의 오래된 집을 떠올리게 하는 잡초와 갈대, 오래된 가구 등도 연극의 볼거리를 높여주었습니다. 신분상승의 욕망과 인간성 회복, 한 여자를 위해 인생을 걸었던 시골 소년 핍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담은 명작, <위대한 유산>과 함께 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시길 추천합니다. 



<위대한 유산>


공연 일자 : 2014-12-03 ~ 2014-12-28
공연시간 : 평일 19시30분 / 주말.공휴일 15시 / 12. 17(수) 오전 11시 / 12.27(토)15시, 19시30분 / 화요일 공연 없음

가격 : R석 50,000원/ S석 35,000원 /A석 20,000원

문의 : 명동예술극장 1644 -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