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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하게 아름답게! - 양방언 Evolution 2014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문화포털 기자단 변경랑
촉촉이 비내리던 금요일, 남편과 국립극장 데이트에서 감동의 공연을 만났습니다. 우리 노래 정선아리랑의 아름다운 진화를 예고했던 <양방언 Evolution 2014>의 무대였어요. 클래식은 낯설고, 국악은 지루하고, 최신 힙합과 랩 같은 최신 가요는 나이가 주체스러운 이유로 음악 공연 잘 안 다니는 데요. 장르를 불문한 아니, 그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그의 연주에는 무방비의 감성을 뒤흔드는 무엇이 있습니다. 미래로 달려가는 듯한 경쾌한 피아노 선율과 폐부 깊숙한 곳을 돌아 나오는 태평소의 힘찬 가락이 인상적인 그의 대표곡, 프론티어를 알고부터 그의 팬이 되었습니다. 이 세계적인 크로스오버 음악가에게 매료된 이가 저만은 아닌 듯, 공연 첫날부터 빈자리 없이 객석이 꽉찼더군요.
양방언은 재일한국인 2세로 작곡가, 피아니스트, 프로듀서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는 전방위 음악가입니다. 클래식, 록, 월드뮤직, 재즈등 각각의 음악장르를 넘어선 소통을 꿈꾸는 크로스오버 연주가로서 그는 아시아는 물론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공식음악 'Frontier'로 대중에게 알려졌습니다. 2013년 소치 동계 올림픽 폐막식 공연 음악,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 KBS스페셜 '차마고도' 음악감독 등 그의 음악 세계는 다양합니다. 무엇보다국립극장 '여우락페스티벌'을 통해 그의 재능이 널리 인정받습니다. 그는 2012년부터 총 예술감독을 맡아 우리음악에 대한 방향성을 진지하게 타진하는 중입니다. 그 외에도 홍콩 감독 성룡의 영화 '썬더볼트' 음악감독, 국내 대기업 이미지 광고 음악,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 등 그가 관여하는 세상의 음악은 끝이 없습니다. 이번 그의 단독 콘서트 <양방언Evolution 2014>에서 버라이어티한 음악성이 집약되어 펼쳐집니다.
"저는 오늘 제 모든 음악을 다 펼쳐 보이고 싶습니다. 연주가 아주 길어질지도 모르겠어요. 괜찮을까요?" 막이 드리워진 무대로부터 음악이 흘러나오고, 색색 조명 아래 드러나는 환영(幻影)속으로 환상여행이 시작됩니다. 첫 곡 'Flowers of K'의 조용하고 서정적인 선율이 공연장을 살포시 휘감아 돕니다. 맑고 경쾌한 연주, 하루의 피로를 싹 잊게 하는 이런 음악이라면 누구라도 사랑할 듯합니다. 양방언이 직접 연출한 이번 공연은 ‘음악을 자연스럽게 즐기기’에 초점을 맞춘 듯, 공연 중간마다 직접 연주자 소개와 해설, 곡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를 곁들여가며 편안하게 진행되었어요. 그는 피아니스트로서 단독 연주보다 여러 장르의 음악이 서로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를 원합니다. 잔잔한 분위기에 이어 싱그러운 신록을 닮은 곡 ‘Mint Academy’가 베이스와 기타 협연으로 공연 분위기를 서서히 달굽니다. 영화 E.T.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Wish to fly’, ‘Arirang Harmony’,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음악 ‘새벽의 연화’ 곡들이 연달아 연주됩니다.
<양방언 Evolution 2014> 공연 ⓒ 문화포털
Multi Percussion 무대. 공연 중반부에 들어서자 4명의 퍼커션 주자가 등장합니다. 이른바 ‘멀티 퍼커션’의 연주가 환상적으로 펼쳐집니다. 카케하시이쿠오, 크리스토퍼하디, 타카노아야, 나카자토유키노, 이들은 일본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해외 연주자입니다. 보통 마림바와 바이브라폰과 같은 클래식 퍼커션이 일반 퍼커션 연주자들과 협연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합니다. 서로 돌아가며 악기를 번갈아 이들의 즉흥 연주가 이번 공연의 아주 특별한 볼거리였어요. 리듬에 맞춰 손뼉 치고, 열광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여느 클래식 공연이라면 가능했을까요? 춤사위가 절로 나고 오감이 열리는 시간이 마치 끝나지 않을 듯 이어졌어요. 서양음악과 국악의 퓨전화? 크로스오버? 양방언의 음악을 무엇이라 불러도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색깔의 곡과 연주로 모두가 즐거워진다는 점입니다.
<양방언 Evolution 2014> 공연 ⓒ 문화포털
‘신악곡 정선아리랑’의 무대. 공연 후반부 달아오르는 분위기 속에서 드디어 양방언의 정선아리랑이 공개되었습니다.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2주년을 기념하는 신악곡 정선아리랑은 공연 일주일 전 완성되어 첫선을 보였습니다. 이날 양방언은 정선아리랑 연주곡을 직접 연주했는데, 이 곡은 직접 정선을 돌아보고 얻은 영감과 이미지를 담아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피아노와 현악기, 드럼, 베이스의 사운드가 합쳐져 독특하고 개성 있는 하모니를 이루었습니다. 전통의 한이 서린 곡조에 현재 희망의 가능성을 담은 아름다운 진화의 무대였다고 할까요? 재일교포 음악가로서 우리 것을 바라보는 경계의 시선과 다양한 동서양의 악기를 아우르는 재능이 이러한 탄생을 가능케 했던 것 같습니다. 공연에서 젊은 판소리꾼 권송희의 소리로 가창곡 정선아리랑도 들을 수 있었어요.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 공연 ‘해녀의 노래’. 양방언에게 제주는 아버지의 고향으로 그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는 기존의 해녀들이 부르는 노래가 일본 동경 행진곡 멜로디를 빌린 곡임을 알고 제주 해녀들을 위한 새 노래를 작곡했습니다. <양방언의 제주판타지 2013>을 통해 발표되던 당시 실제 해녀들의 합창으로 감동적인 무대를 이루었는데요. 이번에도 하도리 해녀 여섯 명이직접 참여했어요. 아쉽게도 금요일 첫 공연에서 그 무대를 볼 수 없었어요. 출연 사정상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 낮 공연에만 제주 해녀들이 직접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처럼 제주와 정선에 대한 그의 각별한 관심이 올해부터 유네스코 홍보대사 활동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더욱 그의 의미 있는 행보로 우리의 고유한 전통문화가 더욱 널리 알려지고 보존되는 계기가 되기 바랍니다.
<양방언 Evolution 2014> 공연 ⓒ 문화포털
90분으로 예정된 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2시간을 지났는데도 지루할 틈 없이 관객의 반응이 점점 뜨거워집니다. 마지막 피날레 곡으로 프론티어가 연주되자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터져나왔어요. ‘그런데 국카스텐은 언제 나오는거야?’ 궁금해하는 즈음 무대 뒤편에 안개가 피어오르고 현란한 조명아래 역광의 실루엣이 나타납니다. 드러머 이정길의 극적 등장으로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무대 위 악기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관객 또한 맨손으로 합일의 지점에 동참합니다.
<양방언 Evolution 2014>는 그만의 자유로운 진화를 이루어 낸 자리였어요. 때론 경쾌하고 부드러움으로, 드라마틱한 무대 연출과 강렬한 비트와 리듬이 모두 녹아있는 음악의 세계를 감상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정규앨범수록 곡과 게임곡, 애니메이션 주제곡 등 이전의 다양한 레퍼토리에 대해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익숙한 동시에 낯선 느낌으로 만나는 양방언 음악의 재발견! 또한,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협연으로 이루어낸 감동의 무대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듯 합니다. 화려하게 협연을 펼쳤던 악기 중에서도 퓨전국악밴드 억스(AUX)의 박세라의 연주로 신명 돋던 태평소 음색을 잊을 수가 없는데요. 태평소가 이렇게 멋진 악기였는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거지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의 진화가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이유 또한 세상 모든 음악의 자연스러운 공존,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양방언 단독 콘서트 <양방언Evoution 2014>
l 공연 시간: 2014년 11월 28일(금)~11월 30일(일)
l 공연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l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4~6 www.ntok.go.kr
출연진
현악 - 아시안클래시컬연주회(Asian Classical Players)- 배영미외
피아노, 아코디언 - 양방언
퍼커션 - 카케하시이쿠오, 크리스토퍼하디, 타카노아야, 나카자토유키노
기타 - 스즈키히데토시
휘슬 - 야스이타카시, 야스이마리
베이스 - 와타나베히토시
드럼 - 이정길_국카스텐
태평소 - 박세라_AUX
전통타악 - 최순호_AUX, 이우성_AUX
보컬 - 권송희
합창 - 제주하도리해녀_ 고윤자, 김경옥, 김미향, 김현순, 배순자, 임군자
(단, 11/29(토) 저녁공연, 11/30(일) 낮 공연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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