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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끝에서 한반도 끝으로! - 전남 땅끝마을 고흥 -

11월, 중부지방에는 단풍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는 나뭇가지는 천천히 겨울의 함박눈을 기다립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지나가는 계절의 아쉬움을 달래러 남쪽의 끝자락 고흥으로 향합니다. 출발 후 두 번의 휴게소를 거쳐야만 도착하는 고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여행지로 쉽게 닿을 수 없는 위치여서인지 지역의 첫인상은 맑음 그 자체였습니다.
거금도
고흥의 남서쪽 끝 거금도 ⓒ 문화포탈 기자단 허혜정
땅끝마을 고흥반도 주변은 온통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다도해라 불립니다. 반도 남부는 경치가 빼어나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
되었습니다. 거금도(居金島), 내·외 나로도(羅老島) 등 주변의 160개의 섬과 함께 고흥군을 이루고 있습니다. 거금도는 2005년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거금대교의 건설로 고립된 외딴 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대봉이 우뚝 솟은 자연체험학습장 거금도생태숲, 추억의 박치기 왕 김일 선수의 생가, 병마의 아픔을 간직한 한센인이 모여 삶의 터전을 이루었던 소록도를 품고 있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관광안내] 061 - 830 - 5347
[홈페이지] www.goheung.go.kr
거금생태숲
난대성 식물 군락지 거금생태숲 ⓒ 문화포탈 기자단 허혜정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는 높이 592m의 적대봉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주변이 바다로 둘러싸인 봉우리는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고래등 같은 모습입니다. 한반도의 남쪽에 위치한 거금생태숲에는 후박나무, 이팝나무, 소사나무, 비자나무 등 11종의 난대성 식물의 군락지가 있습니다. 숲길 왼쪽으로는 맑은 계곡이 흐르고,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올라가다 보면 봄, 여름, 가을 등 계절별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는 생태체험학습장이 있습니다. 숲 중턱의 하늘 다리를 건너 전망대에 오르면 발아래로 펼쳐진 넓은 바다와 다도해의 장관이 한눈에 들어와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기도 합니다.
[주소] 고흥군 금산면 오천리 산98-1
[문의] 061 ? 830 - 5421
[참고] 난대성 식물 - 따뜻한 기후에서 사는 식물을 말한다. 기온차가 별로 없고, 온도가 25도 이상인 곳에서 주로 자란다. 예) 후박나무, 이팝나무, 소사나무, 비자나무 등
김일 기념관
박치기왕 김일 선수의 기념관 ⓒ 문화포탈 기자단 허혜정
한국 프로 레슬링 1세대로 활약하며 1960년대부터 70년대 중반까지 박치기왕으로 전 국민으로부터 최고의 사랑을 받았던 김일 선수의 생가와 기념관이 거금도에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씨름선수로 활동하던 김일 선수는 1956년 일본으로 밀항해 역도산(力道山)을 찾아가게 됩니다. 역도산으로부터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는 사나이라는 뜻의 오오키 긴타로(大木金太郞)라는 이름을 받고 본격적으로 프로 레슬링 선수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 후 레슬링의 전성기를 꾸려가다 1985년 현역에서 은퇴하게 됩니다. 레슬링의 일인자로 그 명성이 높아 현역 시절 라이벌이었던 일본의 안토니오 이노키는 김일 선수가 병환으로 입원하자 문병을 오기도 했습니다.
[주소]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1413-6
[문의] 061-830-5864
거금대교
전남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와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를 잇는 거금대교 ⓒ 문화포탈 기자단 허혜정
거금대교는 국내 10번째 큰 섬인 전남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와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를 이어주는 다리입니다. 2002년에 첫 삽을 뜨고, 2011년까지 9년에 걸쳐 만들어진 거금대교는 다리 위로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대교 아래로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 국내 유일의 보행 · 차도 겸용 복층 교량입니다. 시간의 여유가 충분하다면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걸으며 다리를 건너보는 것도 이색체험이 됩니다.
소록도
한센인 삶의 터전 소록도 입구 수탄장길 ⓒ 문화포탈 기자단 허혜정
거금대교를 건너면 바로 소록도로 이어집니다.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닮아 소록도라 불리는 이곳에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있습니다. 현재 약 700여 명의 한센병 환자들과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이 살아가는 생활공간으로 관광지의 소란스러움보다는 차분한 모습의 섬입니다. 소록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차도와 소나무 숲길이 나뉘어있는데 이곳을 수탄장이라고 불렀습니다. 수탄장에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었는데, 전염을 우려해 환자와 환자의 자녀는 격리 생활을 했습니다. 오직 한 달에 한 번 서로 닿지 못하는 양쪽 길에서 눈으로만 가족을 바라보았던 곳으로 ‘탄식의 장소’라는 의미로 수탄장이라 불렀습니다. 비록 슬픈 사연을 담고 있는 소록도이지만, 울창한 송림과 깨끗한 백사장이 있는 소록도해수욕장과 일제 강점기 당시 강제 수용되었던 한센병 환자들이 손수 가꾼 것으로 알려진 6천 평 규모의 중앙공원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주소]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선창길 124
[문의] 061 ? 840 ? 0500, 0506
녹동항
해산물 집산지인 국가지정어항 녹동항 ⓒ 문화포탈 기자단 허혜정
고흥반도 남서쪽에 위치한 국가지정어항인 녹동항은 회, 미역, 다시마, 김, 멸치 등 해산물 집산지입니다. 항에서 바로 보이는 연륙교는 2008년에 완공되어 현재 녹동항과 소록도 거금도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연륙교의 건설로 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선착장에는 거문도, 백도, 제주도로 향하는 배편이 있어 이곳을 오가는 주민과 관광객의 두 다리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주소] 전남 고흥군 도양읍 봉암리 3907
한반도의 땅끝마을 고흥은 다도해라 불릴 만큼 많은 섬이 있습니다. 크고 작은 섬 중 고흥반도의 남서쪽에 있는 거금도는 현재 거금대교로 연결되어 있어 소록도와 녹동항을 차로 오갈 수 있습니다. 고흥은 남서쪽 가장자리에 있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여행지이지만, 병마로 쓰라린 아픔을 간직한 한센인들의 소록도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거금생태숲, 70년대 대한민국 스포츠의 영웅 김일 선수가 태어나고 잠들어 있는 생가와 기념관까지 둘러볼 곳이 가득합니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 지나가는 순간이 아쉽다면 11월에는 땅끝마을 고흥으로 떠나 보세요.
허혜정의 문화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