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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역사를 딛고 일어난 아름다움, 창경궁
문화포털 기자단
2015-05-24
아픈 역사를 딛고 일어난 아름다움, 창경궁
최근에 우리나라의 고궁들을 대상으로 한 야간개장이 열려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경복궁을 비롯하여 덕수궁, 창경궁 등이 한정된 야간개장권 발매를 시작하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 매진이 되어버리면서, 야간개장은 ‘대국민 수강신청’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대중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도심의 중앙에 위치하여 위풍당당한 위용을 뽐내는 경복궁도 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아 그 가치를 인정받는 덕수궁도 있지만, 옛 고궁의 멋과 동시에 독특한 매력을 지닌 창경궁 역시 그에 못지않은 자태를 지닌 궁입니다.
창경궁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맞을 수 있는 명정전 / ⓒ 문화재청 창경궁
창경궁을 관람하기에 좋은 점은 사람이 북적북적한 번화가에 위치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안국역에서 가볍게 걸으며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 날씨 좋은 날에는 더없이 즐거운 산책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평일에는 많은 사람이 찾지 않기 때문에 널찍하고 소담한 뜰 안에서 자유롭게 거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창경궁은 만 24세 이하와 65세 이상에게는 무료로 개방되어 있으며, 청장년층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입장료에 들 수 있어 부담 없이 오갈 수 있는 나들이 장소입니다.
창경궁 옥천교 위에 만개한 벚꽃 / ⓒ 문화재청 창경궁
창경궁의 독특한 구조와 특징들은 창경궁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왜의 침략과 내전으로 크게 손상된 창경궁은 몇 개의 전각만을 남긴 채 모두 소실되고 말았습니다. 광해군 8년에 창경궁의 일부를 재건하였으나, 순종의 즉위 이후 일제에 의해 서양식으로 개조 되는 또 한번의 수모를 겪은 후에야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전통방식의 건물이 복원되었습니다. 그 구조와 조경 역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는데, 그 영향 중 하나가 바로 벚꽃입니다. 일본의 국화인 벚꽃나무가 창경궁 내에 수백 그루가 심어지게 되어 일본인들이 밤에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1980년대 시행된 창경궁 복원 사업에 의해 다시 옛 모습을 어느 정도 복원할 수 있었지만, 아직 창경궁 안에 남아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아픈 우리의 역사를 되새기게 하는 동시에 관광객을 활짝 웃으며 맞고 있습니다.
정원 가는 길에 춘당지 / ⓒ 문화재청 창경궁
명정전에서 오른 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창경궁의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집니다. 창경궁의 낮은 수많은 꽃들과 우아한 모양새의 나무로 가득하여 햇살과 함께 푸른 내음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계절을 맞아 활짝 피어난 색색의 철쭉들과 이름 모를 꽃들을 뒤로하면, 커다란 연못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연못의 이름은 춘당지로 선비와 같이 단아한 자태를 지닌 버드나무가 둑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아름다운 연못입니다. 이 춘당지 역시 본디 임금이 농사를 짓는 논이었으나, 일제 강점기에 보트놀이를 즐기기 위해 자행한 훼손으로 인해 지금의 연못이 되었다고 합니다. 연못은 본래의 모습을 잃고 수많은 시간을 살아오며 지금의 잔잔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찾게 되었습니다.

대온실의 바깥과 내부 / ⓒ 문화재청 창경궁
전각들과 동떨어진 넓은 정원을 펼쳐놓은 듯한 구조 역시 일제의 잔재입니다. 당시 근대화의 영향을 받은 일본은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격하시켜 식물원과 동물원을 궁 안에 짓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건물들이 헐리게 되어 지금의 정원 안에서는 건물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역시 80년대의 복원 사업에 의해 동물원을 없애는 등의 조치로 복원되기도 했으나 식물원은 그 자리에 남았습니다. 이 식물원은 야외의 자생식물원과 정원의 안쪽에 위치한 대 온실로 구성되어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식물원은 실제로 우리 전통방식의 조경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궁궐 안에 위치한 서양식 조경과 온실은 이질적이면서도 전통과 근대의 어울림을 조화롭게 소화하고 있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온실 안에는 작은 연못과 분재, 갖가지 식물들을 담은 화분이 정갈하게 위치하고 있어 마치 또 하나의 세계에 온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일제 강점기에 창경궁 내에 심어진 수백 그루의 벚꽃나무들을 다시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소나무와 느티나무 등으로 바꾸어 심는 조경 복원 사업으로 인해 창경궁은 한국의 색깔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푸른 나무뿐만 아니라 울긋불긋한 꽃나무들이 함께 자리하게 되면서 창경궁 내의 전각들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식물원을 끝으로 돌아 나오는 길에 많은 꽃들 속에 다소곳이 앉은 전각들을 감상하는 것 역시 봄날의 산책길을 더욱 여유롭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명정전 나오는 길의 회랑 / ⓒ 문화재청 창경궁
창경궁의 역사에 대해 모른 채로 관람을 했다면 그저 전통적인 궁궐 구석구석에 자리한 낯선 것들에 대해 묘한 신비함만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득 곳곳에 깃든 아픈 상처와 기억이 눈에 보이게 될 때면 그 많은 시련을 겪었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다시금 아름다워진 창경궁의 모습에 더 애정이 가게 될 것입니다. 아주 오랜 옛날 왜란으로 인해 큰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장희빈의 처형과 사도세자의 죽음 등 많은 역사적 사건의 무대가 되어왔던 창경궁.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시 일제에 의해 훼손되었지만 옛날의 모습을 회복하여 동서양의 조화를 뽐내게 된 창경궁은 그 독특한 매력과 함께 우리 역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일 것입니다. 이러한 궁궐을 관람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것에 대한 애정과 사랑에 의해서라면 그 역사를 조금 더 깊이, 더 관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고궁을 사랑하는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관람 시간
춘추계 2~5월, 9~10월 : 9:00-18:00
하계 6월~8월 : 9:00-18:30
동계 11월~1월 : 9:00-5:30
*관람 요금
-24세 이하, 65세 이상 : 무료
-25세 이상 64세 이하 : 1000원
[참고 자료]
-문화재청 창경궁 사이트
-네이버 지식백과 [창경궁]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정종화(글) / 정승민(편집)
정종화의 문화공감
출처
문화포털 기자단 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