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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활동가 훈기, 그날의 이야기 -
역대 최대 규모인 320편의 영화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린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젠 기억의 저 편으로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자원활동가로 참여한 기자에게는 문득 어떤 장면이 떠오를 때면 아직도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그만큼 ‘영화제’의 하나로서 유쾌했던 추억 뿐 아니라 자원활동가로 보낸 경험 또한 값짐 그 이상이었답니다. 그럼 이제부터 기억을 되짚어보며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할게요.
자원활동가 발대식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비교적 시간이 여유로운 방학은 새로운 경험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기회입니다. 여러 가지 정보를 찾던 중, 눈에 들어온 영화제 모음란. 특히, 시간적인 부분이나 장르영화제라는 개인적인 취향에 있어 부천국제영화제가 눈에 콕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고민 없이 자원활동가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결정의 문턱에 서게 되었습니다. 자원활동가라고 다 같은 자원활동가가 아니었습니다. ‘기술팀’, ‘기획팀’, ‘마케팅팀’, ‘총무회계팀’, ‘프로그램팀’ 등 총 열 개의 팀으로 나뉘고, 더 나아가 팀 내에서도 세부적으로 역할에 따른 모집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다양한 업무를 접하고 싶었던 필자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영화제 전반적인 운영부분을 공부할 수 있는 총무회계팀의 상황실에 지원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저의 영화에 대한 비전을 중점적으로 작성한 지원서로 1차 서류전형을 무사히 통과하였습니다. 혹시 지원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자원활동가 홈페이지(http://volunteer.bifan.kr/)에 깨알 같은 설명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선택에 탄력을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영화제의 꽃 ‘황당무개팀’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후 2차 면접전형은 부천 삼산체육관 주변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다른 면접들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셨기에 후회 없는 면접을 치러 더 좋은 결과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면접 때 역할에 있어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부분을 준비해 가시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기대하고 기대했던 그리고 행복했던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나온 뒤에 발대식, 전체교육, 팀별 세부교육 등의 일정으로 단체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공부하면서 영화제 업무에 대한 만만의 준비도 끝마쳤습니다.
자원활동가 전체교육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마침내 다가온 7월 21일, 대망의 영화제 개막식. 제 영화제 첫 임무를 담당하는 날이기도 하였습니다. 기대와 설렘은 수많은 기자들과 관객 분들께서 들어참에 따라 배가 되었습니다. 개막식의 시작을 알리는 박수와 함께 화려한 조명 그리고 레드카펫을 밟는 영화인들의 그 배경은 제가 꿈에 그렸던 배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니 필자의 흥분도 역시 수직 상승했지만, 자원활동가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했습니다. 담당했던 프레스라인 통제는 신경 쓸 부분이 많아 저희 내에서도 바쁜 파트였지만 가까이에서 기자 분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어 신선하기도 하였습니다.
개막식의 뜨거운 순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리고 다음날 22일부터 본격적으로 상황실 업무가 시작되었습니다. 상황실의 주 업무는 영화제 대부분의 전화응대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상황실팀은 영화제의 전반적인 공부뿐만 아니라 전화응대멘트와 친절응대법 등 여러 가지를 신경 쓰며 익혀나가야 했습니다. 연습은 연습일 뿐, 실전과는 달랐습니다.
첫 전화가 울리고 받는 제 모습은 긴장 그 자체였습니다. 최대한 떨지 않으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무사히 마쳤습니다. 통화를 되돌아보면서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았을까?’ 피드백을 거치고 거치면서 하루 만에 능통해진 기분이었습니다.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턴 점차 쉬워진다는 걸 새삼 느낀 하루였습니다.
상황실에서 포착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응대를 거듭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있었습니다. 영화제의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모르시는 분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받았던 질문 중에 멀티플렉스와 영화제의 차이점을 묻는 분들도 계셨고, 심지어는 영화제를 왜 진행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점은 영화제의 전반적인 홍보에 대한 아쉬움으로 다가왔지만, 이런 순간 하나하나 역시 성장통이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영화제가 지향해야할 방향성에 대한 숙제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우리가 있기에 가능하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황실에선 저를 포함해 총 6명의 자원활동가가 근무하였습니다. 한 공간에서 열흘이 넘는 시간을 근무하다보니 하루 만에 가족처럼 지내게 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안에서도 서로 간의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점을 공유하였습니다. 그런데 생가보다 놀라웠던 점은 대부분의 친구들이 단순히 ‘영화’가 좋아서 지원하기 보다는 ‘영화제’라는 콘텐츠에 흥미가 끌려 왔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저처럼 영화에 빠져 사는 사람들만 모일 걸로 예상했거든요. 영화제가 얼마나 큰 매력을 발산하는 지를 여기에서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 순간을 기점으로 영화제의 매력에 더 흠뻑 빠지게 되었고요.
더운 날씨에도 열심히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리고 영화제는 영화로 말하기 때문에 빼놓을 수 없죠. 퇴근을 하면 8~9시를 넘기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영화는 심야영화 밖에 없었지만 그 주어진 기회도 최대한 즐겼습니다. 다 같이 업무뿐만 아니라 영화제도 틈틈이 즐기면서 추억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었습니다. 힘든 경험을 같이 나눈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고 오래 본다는 말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런 추억들이 영화제를 더욱 기억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폐막식에서도 끼를 발하는 우리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마지막 11일째. 상황실을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정말 아쉬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공간과 사람들에 정이 빨리 들지도 몰랐으니까요. 저희끼리 간단한 회식을 끝으로 저희 상황실의 업무는 막이 내렸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좋은 경험은 해보신 분들만 그 소중함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상황실에서 마지막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제를 배우고자 지원한 저에게는 셀 수 없을 선물을 받았습니다. 경험, 사람, 즐거움 그리고 미래까지. 물론 영화제 가까이에서 업무를 하다보면 많은 아쉬움도 느끼기 마련입니다. 저는 이번 한 번으로 만족하려던 영화제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이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서 말이죠. 올해는 자원활동가로, 내년에는 스태프로 더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갈 예정입니다. 제가 직접 느낀 입장으로 영화제의 자원활동가에 지원해보시는 걸 고민 없이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영화라는 매체의 매력뿐만 아니라 영화제라는 콘텐츠가 보여주는 매력은 더욱 커다랗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에 원하는 분야의 활동가로 한 번 지원해 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어디서 바꿀 수 없는 경험을 말이죠.
김훈기의 문화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