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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공간화, 공간의 예술화

문화포털 기자단 2015-06-15
예술의 공간화, 공간의 예술화

예술의 공간화, 공간의 예술화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5 현장제작설치 <인터플레이> -

 

 

2015년 봄과 여름, 엄숙하기만 했던 전시회에 도전하는 반엄숙(?)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끕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015년 8월 23일까지 계속되는 “2015 현장제작설치 <인터플레이>"라는 전시회입니다. 회화와 조각과 같은 미술의 고유 영역에서 출발하여 건축 및 디자인 영역으로 확장하고 협업하는 아바프, 로스 매닝, 지니 서, 오마키 신지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특히나 이번 전시는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재구성해, 공간 자체를 유기적 작품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을 공통적으로 추구하고 있습니다. 전시회는 예술의 엄숙주의로부터 자유로워진 현대 작가들의 사유를 담아,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작품들이 펼쳐지는데요. 각 예술가마다 고유성과 개성이 짙게 묻어나와 더욱 흥미롭습니다.

 


1. 화려한 패턴에 몰입되는 관객들, 아바프(avaf)

 

아바프의 <월페이퍼> ⓒ 국립현대미술관



아바프는 엘리 수드브라크와 크리스토프 아메이트-피아송가 만든 2인조 아티스트 그룹입니다. 드로잉, 페인팅, 네온 조각,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그들의 사유를 표현합니다. 하나의 방은 천장을 제외하고는, 화려한 이미지 패턴으로 둘러싸인 네 면과 바닥으로 이루어집니다. 심지어 기둥조차 패턴이 가득합니다. 게다가 한 쪽 면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현란한 영상은 관객들을 복잡한 이미지 패턴의 세계로 현혹합니다. 현란한 패턴들 사이에 그들이 주장하는 문화, 정치, 성, 국가 정체성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태도의 이미지를 접목하면서, 비판적 시각언어의 한 경향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2. 움직이는 조각, 로스 매닝(Ross Manning)

 

로스 매닝의 <스펙트라> ⓒ 국립현대미술관

 

 

한 때 TV 수리공이었다던 로스 매닝은 이번 전시에서 <스펙트라>라는 작품을 선보입니다. ‘스펙트라’란 스펙트럼의 복수형으로, 로스 매닝은 형광등과 모터 팬, 전선 등의 일상적 사물들로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어냈습니다. 천장에 달린 컬러 형광등은, 층층으로 여러 개의 연장 케이블로 연결되어 매달려 있습니다. 각각의 형광등은 끝에 달린 모터 팬으로 인해 천천히 회전하기도 합니다. 얼핏, 아기들이 좋아하는 모빌을 떠올리는 작품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흰 방에 달린 저 두 개의 조각물은, 관객들이 밟고 있는 이 공간이 마치, 갓난아기 시절 침대에 누워 모빌을 바라보았던, 우리 존재의 원초적인 시공간에 대한 향유를 불러옵니다.

 

 

3. 아늑하게, 그리고 아득하게, 지니 서(Jinnie Seo)

 

 

지니 서의 <유선사> ⓒ 국립현대미술관

 

 

지니 서의 <유선사>는 조선 중기 문인화가 ‘강희안’의 산수화와 비운의 여성시인 ‘허난설헌’의 시에 나타난 도교적 예술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유기적 형태의 설치작품입니다. 아늑한 구름은 빨대를 엮어 만든 것이고, 황토빛 산과 바위는 한지를 말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진 이 몽환적인 풍경의 세계는, 관객들의 발걸음을 아늑하게, 그리고 관객들의 시선을 아득하게 꾸며줍니다.

 

 

4. 영원과 숭고의 세계, 오마키 신지(Shinji Ohmaki)

 

 
오마키 신지의 <리미널 에어 -디센드-> ⓒ 국립현대미술관

 

 

오마키 신지의 <리미널 에어 -디센드->는 공기가 하강하면서 구름이 소멸하기 직전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을 시각화한 작업입니다. 일본 전통 매듭의 백색 끈이 무수하게 매달린 공간을 지나가면서, 숨이 막히는 답답함과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 무수한 끈들 사이로 비치는 빛은, 이 답답함과 막막함을 감수하고 그곳을 향하여 발걸음을 내딛게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환한 빛. 작가는 이 과정을 자연스럽게 영원과 숭고의 세계로 진입하는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이 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나오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아바프에서 로스 매닝으로, 로스 매닝에서 지니 서로, 지니 서에서 오마키 신지로 갔던 관객들의 행적을 거꾸로 돌아오게 하면서, 시공간적 역행의 순간을 체험하게 만듭니다. 이 네 팀의 각기 다른 예술가들의 세계에 진입했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이 듭니다. 공간과 예술의 결합된 설치미술은 이렇게 관람자의 지각과 체험 과정까지 새롭게 조망하고 있었습니다.

 

지루하고 경직된 예술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예술을 만나고 싶다면, 이곳 “2015 현장제작설치 <인터플레이>”로 발걸음을 향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전시 정보
- 전시명 : 2015 현장제작설치 <인터플레이>
- 참여작가 : 아바프, 로스 매닝, 지니 서, 오마키 신지
- 기간 : 2015년 04월 14일(화)~08월 23일(일)
-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 6전시실
- 관람시간
  1) 화, 목, 금, 일요일 : 오전 10시~오후 6시
  2) 수, 토요일 : 오전 10시~오후 9시(야간개장 오후 6시~9시 무료관람)
  3) 휴관일 :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 발권시간 : 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가능
- 관람료 : 4,000원 (24세 이하 및 65세 이상, 대학생,  무료)
- 찾아가기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 /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 홈페이지 : http://www.mmca.go.kr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장기영(글) / 장수영(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