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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를 마주하다. <트라우마의 기록>

문화포털 기자단 2015-03-29
트라우마를 마주하다. <트라우마의 기록>

트라우마를 마주하다.<트라우마의 기록>

 

 

트라우마의 기록 ⓒ 문화포털 기자단 온다예

 

 

우리는 모두 트라우마를 하나씩 안고 살아갑니다. 우리가 마음에 품고 있는 트라우마엔 개인적 트라우마뿐만아니라 한국인이 안고 있는 집단적 트라우마까지 내재되어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마주한다는 건 매우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힘들고 괴로웠던 기억과 감정이 동시에 살아나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들은 트라우마를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외면하려 노력합니다. 트라우마를 일으켰던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도 사건해결에 몰두하기보다 트라우마를 느끼지 않기 위해 사건 자체를 아예 등한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원히 트라우마를 외면하고 마음속에 꼭꼭 숨겨둘 수는 없습니다.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극복할 용기를 예술로 승화시킨 전시회가 있습니다. 바로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리는 <트라우마의 기록>입니다. <트라우마의 기록>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민족, 재난, 사회 세 가지 방향으로 제시합니다.

 

section 1. 민족

 

첫 번째 섹션인 ‘민족’은 역사 속에서 발생한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분단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독립된 나라에 대한 열망이 반으로 쪼개지게 되면서 우리는 한민족이 한 국가를 이루지 못했다는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분단에 대한 트라우마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오늘날의 세대에게까지 이어집니다. 여전히 북한과 남한으로 격리되어있는 분단국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민족이지만 칼과 총을 서로에게 겨누어야만 했던 아픔과 참혹한 전쟁의 결과,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민족’섹션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임옥상, 6.25이전의 가족 ⓒ 문화포털 기자단 온다예

 


임옥상, 6.25이후의 가족 ⓒ 문화포털 기자단 온다예

 

 

임옥상 <6.25이전의 가족>, <6.25이후의 가족>은 어느 평범한 할아버지의 회갑사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작품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오른쪽 작품을 보면 가족 구성원 중 몇 명의 자리가 하얗게 비어있습니다. 한국전쟁 후 달라진 가족 구성원을 가족사진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전쟁으로 사라진 가족의 상처를 전달합니다.

 

 

손기환, DMZ-마주보기 ⓒ 문화포털 기자단 온다예

 

 

손기환 작가의 <DMZ-마주보기>는 분단에 대한 문제를 다룹니다. 미국과 북한의 수장이 서로를 망원경으로 마주보고 있고 똘이장군-소년장수바우, 캡틴아메리카-북한의 선전물의 대비가 눈에 띕니다.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그로인해 우리나라가 안고 가야하는 민족의 트라우마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section 2. 재난

 

홍수, 폭설 등과 같은 자연재해부터 자동차 사고, 비행기 추락사고 등의 인재까지 하루에도 수십 건의 사고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건 사고의 소식을 SNS, 뉴스속보, 인터넷 뉴스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접합니다. 그러다 보니 넘쳐나는 사건 사고의 홍수 속에서 우리 사회는 재난에 대해 점점 무감각해지고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망각한 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맙니다. 작가들은 재난을 망각하고 재난에 무뎌져 가는 우리 사회를 작품을 통해 표현합니다. 관객에게 재난에 대한 간접적인 고통을 경험시키고자 직접적인 표현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혜인, 눈 먼 그리기 20분 ⓒ 문화포털 기자단 온다예

 

 

이혜인 작가는 세월호 사건 이후 온 국민이 겪어야만 했던 집단적 트라우마처럼 작가 또한 그 아픔을 벗어나기 위해서 눈먼 그리기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세월호 구조 활동 당시 구조 잠수부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0분, 작가 역시 희생자를 구하는 잠수사의 입장이 되어 마스크를 쓰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연출하여 20분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희생자의 모습을 즉흥적으로 그렸습니다.

 

 

 

전채강, Today's issues 'car crush' ⓒ 문화포털 기자단 온다예 

 

 

전채강, Today's issues ⓒ 문화포털 기자단 온다예

 

 

전채강 작가의 작품엔 자동차 사고,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가 녹는 장면, 대지진 등 각종 불안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 가지의 각종 사건, 사고에 직면하고 점차 무감각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김윤경숙, 하얀 비명 ⓒ 문화포털 기자단 온다예

 

 

김윤경숙, 하얀 비명 문화포털 기자단 온다예

 

 

빨간색 통로를 지나가면 304개의 전구가 한데 모여 반짝이고 있습니다. 죽은 자를 기리며 반짝이는 빛과 숨죽인 소리를 통해 관람객은 왠지 모를 평안함을 느낍니다. 김윤경숙 작가는 우리 삶 속에 벌어지는 세월호 사고와 천안함 사건 등의 다양한 사건사고를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section 3. 사회

 

광복 이후 70년, 우리는 수많은 사회적 사건으로 인해 격동의 시기를 거쳐 왔습니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오늘날의 현대화된 대한민국의 모습을 갖췄지만, 그 성장의 이면에는 군부독재, 이익집단 간의 갈등 등으로 인해 희생당한 사람과 사회의 모습이 감춰져 있습니다. 사회 섹션에서는 계층 간의 갈등과 사회와 개인 간의 충돌로 인해 생겨난 개인의 내적 트라우마와 집단적 트라우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자발적 노력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노순택, 망자의 풍경 ⓒ 문화포털 기자단 온다예

 

 

노순택, 망자의 풍경 ⓒ 문화포털 기자단 온다예

 

      

노순택 작가의 <망각기계> 시리즈 중 <망자의 풍경>은 5.18 사건 희생자들의 옛 묘역에 있는 영정사진을 촬영한 것입니다. 오랜 시간 바람과 비를 맞으며 바래지고 훼손된 영정사진은 마치 기억이 퇴색되고 왜곡된 우리의 현실을 나타냅니다.

 

 

 

전윤정, wind off ⓒ 문화포털 기자단 온다예

 

 

전윤정 작가는 잘게 쪼갠 검은색 테이프를 일일이 붙여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표현하지 못한 복잡함 내면의 모습을 형상화하였습니다. 겹치고 쌓인 검정 테이프를 통해 작가의 무의식적인 감정이 느껴집니다.

 

 

 

노해율, self action ⓒ 문화포털 기자단 온다예

 

 

완전한 균형은 존재하진 않지만 우리는 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노해율 작가의 밸런스 시리즈는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려고 하는 인간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셀프 액션은 외부적 조건(전선이나 움직임을 제어해주는 선)이 없으면 스스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즉 어떠한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움직임이 가능한 것입니다. 노해율 작가는 이를 통해 완전한 자유는 없지만 어떠한 규율 안에서 움직이며 균형을 맞추려는 인간의 삶을 보여줍니다.

 

 

 

 

혜순황, 관람객 참여 작품 ‘Sound drawing’  ⓒ 문화포털 기자단 온다예

  

 

관람객 참여 활동을 위한 공간 ⓒ 문화포털 기자단 온다예

 

 

<트라우마의 기록>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예술 활동도 있습니다. 혜순황 작가의 <Sound drawing>에선 관람객이 직접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를 듣고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내재된 감정을 발산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또한 ‘힐링양초 만들기’, ‘반짝반짝 구급약 만들기’ 등의 관람객 참여 활동을 통해 마음 깊숙이 박혀있는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양어울림 누리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트라우마 치료 프로젝트인 <트라우마-감정발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니 내 아이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재미난 놀이를 통해 아이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오늘 지금 이 자리까지 오느라 수고한 당신, 가슴 속에 있는 마음의 짐과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대하고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날 <트라우마의 기록>을 둘러보심이 어떨까요.

 

 

* 전시 안내
- 전시명 : <트라우마의 기록>
- 장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 기간 : 2015년 3월 6일(금) ~ 2015년 5월 17일(일)
-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월요일 휴관) 
- 입장료
  1) 통합권(아람/어울림) : 7,000 원
  2) 일반 : 5,000원
  3) 학생 : 4,000원
  4) 20인 이상 단체 : 3,000원
  5) 장애인, 국가유공자 : 3,000원
  6) 만 2세 이하 ~ 만65세 이상 : 무료
  7) 문화가 있는 날(3/25, 4/29) : 1,000원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온다예(글) / 정미리(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