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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가 만들어가는 책 세상 ‘모모에게 말 걸기’ - 전북 남원 작은 도서관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고 늘 새롭게 불려 나오는 오래된 책속의 주인공, 때론 그 주인공을 현실 속에서 만나게도 되고, 우리는 그 책을 명작이라 부른다. 전북 남원에서 모모를 만나다. 책 속에 살고 있는 모모는 책을 펼치는 이에게 째깍째깍 흐르는 시간을 잊고 또 다른 모모가 되어 보자고 해맑은 미소로 말을 건다. “책만 펼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 모모가 있다”고. 청소년문학으로 잘 알려진 <모모>가 ‘회색신사’들 세상에서 모모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작은 도서관으로 탄생했다. 전북 남원의 작은 도서관 ‘모모에게 말 걸기’가 그곳이다.
‘모모에게 말 걸기’ 도서관 현판 ⓒ 문화포털기자단 임숙자
요즘 많이 회자 되는 작은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에 앞서, 도서관의 모티브가 된 청소년문학 <모모>를 살펴보기로 할까요. <모모>의 저자 미하엘 엔데(Michael Enure)의 1973년 작품으로 독일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 발간된 이후 오늘날까지 꾸준히 읽히고 있는 동화소설입니다.
책 내용 따라가 볼까요?
주인공 모모는 폐허만 남은 몰락한 도시에 꾀죄죄하고 키 작은 말라깽이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모를 함께 보살피기로 하고 함께 생활하게 되죠. 이 작은 소녀가 그들 곁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모모는 필요한 존재가 되어 갔습니다. 모모 곁에는 언제나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아무튼 모모에게 가보게”라는 말이 일상어가 될 정도였습니다.
모모에게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줄 아는 정말 탁월한 능력하나가 있습니다.
고되고 다양한 삶을 사는 우리들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위로 받고 그를 통해 다시 힘을 내기를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과연 얼마나 크고 지속적인 힘과 위로를 줄 수 있을까? 또한 그런 역할을 위해 어떤 대단한 능력을 지녀야 할까? 모모는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결코 크고 대단한 그 무엇이 아니라는 것을...
소녀는 그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열심히 귀 기울여 들어주었고, 그가 얼마든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산, 그것은 바로 ‘시간’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모모가 사는 마을에도 ‘시간을 아끼면 곱절의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삶에 임하는 회색빛 삶이 이어집니다. 시간을 아끼려하면 할수록 ‘시간’ 그것은 점점 더 빨리 흘러갔습니다.
마치 뭐든 속전속결, 효율성과 결과만이 중요하며, 그래야 여가와 사람다운 삶이 가능한 것처럼 미디어는 연일 광고를 해댔습니다. 시간을 아끼는 사이에 자신의 삶이 점점 빈곤 삭막해지고, 획일화 되고,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 점을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오직 아이들 몫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시간조차 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삶에 있어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이며, 경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작가 미하일 엔데는 작품을 통해 이야기 합니다.
“이 세상에는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으면,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파멸에 이르는 그런 보물이 있다”는 사실을.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시간을 쪼개어 매진했음에도 마음속 한편의 공허함은 우리를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기억을 소환하곤 합니다. 시간은 넘치도록 많았고, 지루할 틈 없이 행복했던 시절. 언제부터 시간이 이토록 빨리 흐르고, 쪼개어도 시간은 항상 모자랄까?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그리고 한순간 한순간의 과정을 즐기며 목표에 이르는 길은 어떤 것일까? <모모>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주민이 재능기부로 만들어 벽에 걸어준 소품 ⓒ 문화포털기자단 임숙자
전라북도 남원에 이 질문에 응답한 곳이 있습니다. 모모가 사는 집, 바로 ‘모모에게 말 걸기’라는 사립 작은 도서관입니다. ‘모모’를 꿈꾸며 따뜻한 마을공동체를 위해 설립된 이곳은 책과 아이들을 좋아하는 엄마들과 몇몇 아이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모두가 주인이라고 도서관 활동가들은 이야기 합니다.
‘모모에게 말 걸기’는 주인과 손님의 경계가 없습니다. 누구나 내 것처럼 고민하고, 관리하고, 함께 이루어가는 모두가 주인으로 참여할 때, 유지와 성장이 가능한 자율 순수 ‘민영도서관’이랍니다.
‘모모에게 말 걸기’ 도서관 실내모습 ⓒ 문화포털기자단 임숙자
도서관에 소장된 도서들은 사회각층의 관심과 기부로 채워졌습니다. 모모도서관의 취지를 알고, 어린이, 학부모, 출판사 등 다양한 곳에서 한 권, 한 질, 한 박스의 다양한 형태로 책을 모아 보내주었고, 활동가들은 개미처럼 즐겁게 받아 정리하였답니다.
‘모모에게 말 걸기’ 도서관 실내모습 ⓒ 문화포털기자단 임숙자
개관식 때는 손수 농사지은 감자와 양파가 깜장봉지에 담겨 축하 선물로 오기도 하고, 지역 동장님과 통장님들, 출판사, 주변학교 등 지역의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 주셨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모모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모모도서관과 그곳을 찾는 아이들이 오동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길 축복하며 누군가가 놓아준 다육이 선물
ⓒ 문화포털기자단 임숙자
현재 도서관법에는 300세대 이상의 아파트에는 작은 도서관이 필수 조건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마을마다 작은 도서관들이 있어서 아이들과 주민들이 책과 더욱 가까워지고, 이웃끼리도 정과 정보를 나누는 사랑방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4년 현재 5,234개소의 작은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전국 공공도서관(2014년 기준, 930개)의 약 5배를 상회하는 숫자입니다. 그만큼 전국적으로 작은 도서관의 설립과 운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도서관법 제정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에는 세대수와 무관하게 작은 도서관 건립이 요원했습니다. 전북 남원의 부영1차 아파트 일원도 1300세대가 넘는 거주민들의 바람이 모모도서관으로 현실화 된 것은 책과 아이들을 좋아하는 엄마들과 아이들 몇몇 이들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작은 도서관이 마련되자, 많은 청소년과 주민들이 반기며 그곳을 이용하고 있답니다.
도서관에서 독서하고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 ⓒ 문화포털기자단 임숙자
도서관에서 혼자 앉아 독서중인 7세 아이 ⓒ 문화포털기자단 임숙자
모모...도서관은 작은 임대아파트에 시설을 꾸미고, 모든 운영비와 공간관리를 개인이 부담 하고 있으며, ‘십시일반’ 후원회원을 모집하여 함께 주인이 되고 함께 꾸려 나갈 계획이랍니다. 쉽지 않은 도서관 살림을 기꺼히 시작한 것은, 바쁜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진짜 소중한 시간의 가치를 되찾고, 아이들과 가족에게 가치로운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랍니다. 운영시간도 일반적인 공공기관의 틀을 벗어나 아이들이 하교 후 실제 올 수 있는 시간(오후 2시~10시)으로 하여, 많은 아이들의 지식과 지혜와 감성을 키우는 건강한 행복 충전소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답니다.
밖에서 본 ‘모모에게 말 걸기’ 작은 도서관 ⓒ 문화포털기자단 임숙자
<내 아이가 행복한 세상은, 주변이 평화로운 세상입니다. 모든 친구들의 행복이 세상을 밝게 합니다.> 모모도서관의 케치플레이즈입니다.
도서관 관계자는 “여의치 않은 자금사정으로 운영에 부담과 어려움이 있지만, 하교 후 밖에서 놀다 들어와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인사하며 나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 ‘참 잘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다만, 많은 일들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도서 정리 등 일이 많다보니 아이들과 책을 읽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쉬움 중의 하나지만, 조만간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라고 말합니다.
‘모모에게 말 걸기’ 전단지 ⓒ 문화포털기자단 임숙자
열악한 삶 속에서 준비한 시작은 미약하고 서툴지만, 지역공동체문화의 좋은 징검다리 역할을꿈꾸는 따뜻한 야심입니다.
여러분도 모모에게 말을 걸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모모가 되어준다면 더욱 좋겠지요. 월 커피 한잔 값(3,000원)의 가치로운 후원 참여도 방법입니다. 누구든 모모가 되어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 준다면 세상은 더욱 평화롭고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함께 꿈을 꾸고, 서로에게 의미가 되고, 힘이 되어주면서, 작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정다운 쉼터가, 청소년들에게는 길을 빚추는 반딧불이가 되어주면 참 좋겠습니다.
‘모모’라는 책1권이 작은도서관을 만들었듯이, 1권의 책이, 한 줄의 글이 한 사람의 인생을 키우기도 합니다. 우리는 작은 움직임으로도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혼자가 아닌 ‘우리’이기에.
시민의 마음이 하나 되어 함께 참여하고 이루어 가는 화합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여 제2, 제3의 모모도서관이 더 많이 생겨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