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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인문학 강연 - 도서관에서, 오페라와 함께 -

문화포털 기자단 2014-12-01
재미난 인문학 강연 - 도서관에서, 오페라와 함께 -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차이가 나는 요즘에 감기로 고생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필자도 감기로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찬바람 맞지 말고 집에서 책이라도 읽고 푹 쉬세요. 그래야 얼른 나아요. 하시는 말씀에 그 길로 바로 오랜만에 집 근처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도서를 대여해서 책을 읽으며 책의 세계에 푹 빠져보리라 하는 굳은 마음을 가지고서요. 그런데 눈이 번쩍 뜨이는 게시판의 안내문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페라와 뮤지컬에 나타나는 전통과 변화의 미학>이라는 주제로 인문독서 아카데미가 열린다는 정보였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고 한국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인문독서 아카데미는 경희대학교 연극연화학과 교수이신 김학민 강사가 118, 15, 22, 29일에 오페라 작품을 보여주면서 오페라와 뮤지컬을 더 잘 이해하고 알기 쉽도록 설명해주신다고 합니다.


< 오페라와 뮤지컬에 나타난 전통과 변화의 미학-인문독서아카데미> 안내문 ⓒ 문화포털 기자단 이난희


 우리에게 보여주는 작품도 피가로의 결혼, 여자는 다 그래, 사랑의 묘약, 라트라비아타, 카바레, 시카고, 컴퍼니 등 제목은 한 번쯤은 들어봄 직한 작품들로 보여주신다고 하니 무척 기대되는 강의였습니다. 118일 토요일에 아카데미의 첫째 날에 강의가 시작되었는데요. 김학민 강사가 얘기해 주시는 <피가로의 결혼>을 보기 전에 간단하게나마 오페라와 뮤지컬에 대한 차이점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페라는 뮤지컬보다 음악적인 요소가 더 많습니다. 오페라를 공연하는 사람을 오페라 가수라고 부릅니다. 뮤지컬은 연극적인 요소가 많아서 뮤지컬 배우는 노래와 함께 연기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연기자 출신들이 많이 활동하고 관객들과 친밀감을 높여 성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오페라는 성악가들이 우리말이 아닌 원어로 공연되며 대사도 모두 노래로 합니다. 오페라에서는 각 노래를 아리아(Aria)라고 지칭합니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전통 발성법으로 훈련된 성악가들이 클래식 음악을 노래하기 때문에 마이크 없이도 대중들에게 충분히 소리가 전달됩니다. 그래서 공연 장소도 오페라는 음향시설이 좋은 전용극장에서 공연해야 만족스러운 공연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오페라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공연하며 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공연하는 내내 무대 바로 앞의 아래로 푹 내려간 오케스트라 칸(Orchestra Box) 또는 (Orchestra pit) 안에 좁고 어두운 곳에서 먼지와 함께 두 시간 정도 연주합니다. 출연자들의 노래나 연습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관객들의 시선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관객 자석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게 설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고생하는 그들에게 격려하는 따뜻한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주어야 합니다.


오페라는 1600년부터 현재까지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문학작품과 역사적 사건이나 신화 또는 전설 등을 다루기 때문에 우리 주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하는 뮤지컬보다는 우리에게 친밀감을 덜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오페라나 뮤지컬 모두 관람하려는 공연에 대한 줄거리, 등장인물 간의 관계 등을 미리 조사해서 알고 간다면 훨씬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김학민 강사께서 이야기해주시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합니다. 피가로의 결혼은 계몽주의의 정치문화사상이 최고 절정에 다다랐던 18세기 후반에 탄생한 작품으로 프랑스 작가 보마르쉐(피가로의 결혼 1786)을 원작으로 한 오페라 부파입니다. 원작은 백작과 백작 부인이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인 속편과 결혼 후 백작이 바람을 피우는 이야기로 구성된 후편이 있습니다. 전편의 이야기를 담은 오페라가 로시니의 세빌리아 이발사이고 어렵게 결혼해 놓고도 하녀를 유혹하려 하는 백작 때문에 벌어지는 후편 이야기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입니다. <피가로의 결혼>은 말년에 쓴 삼대 오페라 부파중 하나로 사회성과 풍자, 비판의식, 교훈이 담겨있는 고품격 코미디입니다. 오페라의 장르에는 세 분야가 있는데 심각한 비극 오페라를, 오페라 세리아, 코믹한 오페라는 오페라 부파, 독일 희극으로 독일어로 쓰였고 가사와 대사로 되어있는 희극적 내용의 징슈필이 있습니다. 오페라 부파는 등장인물과 인물 간의 관계만을 파악해도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백작의 피가로의 신부이자 하녀인 수잔나의 초야 권을 취하려 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피가로 진영으로 수잔나(레제로 소프라노, 수부레트), 피가로(바리톤), 백작 부인(로지나, 리릭 소프라노)이 있고, 백작의 지지파로는 백작(바리톤), 의사 바르톨로(베이스), 하녀장 마르첼리나(메조소프라노), 음악선생 바질리오(테너) 등이 있습니다.


수잔나의 음역은 소프라노 레제로(soprano leggiero), 레제로는 가볍다는 뜻입니다. 가볍고 우아하게 노래하는 소프라노를 이렇게 부르는데 사랑스럽고 재치 있는 희극적 여주인공에게 어울리는 수브레트(soubrette, 계집종, 하녀 - 그 역의 여배우)입니다.


음악 선생 돈 바질리오처럼 남자가 테너 레제로라면 얇은 소리이기 때문에 희극적인 역을 맡은 할아버지나 아부의 상징을 나타내는 남성의 높은 음역이 우꽝스러운 효과를 내는 데 이용된다고 합니다. 프랑스 대혁명이전에는 의사도 하인과 같은 신분으로 취급되어 서민이지만 아부를 해야 출세가 보장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백작 부인은 소프라노 리릭(Lyric soprano)으로 서정적인 젊은 여성역에 어울리는 소프라노며 우리나라 성악가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고 합니다. 남성이 리릭 테너면 서정적이고 젊은 애인역에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백작이나 왕 같은 배역은 베이스가 많다고 합니다.


오페라를 성공하게 하기 위한 중요한 요점은 역할에 맞는 성악가의 보컬(Vocal) 타입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강사님이 보여준 <피가로의 결혼>2006년 코벤스 가든 실황으로 연출은 데이비드 맥비카, 지휘는 안토니오 파파노, 피가로는 어윈 슈로트, 수산나는 미아 페르손, 백작은 제랄드 핀리 등의 성악가가 출연한 공연이었습니다.


오페라를 관심이 있게 시청하고 있는 수강생들의 모습  ⓒ 문화포털 기자단 이난희


1막에서 백작의 방 옆에 신방을 제공해준 백작에게 고마워하는 피가로를 보고 백작의 의도를 눈치를 챈 수산나는 백작의 꿍꿍이를 말해줍니다. 그 장면에서 피가로와 수산나가 부르는 백작이 한밤 그대를 찾으면(Se Caso Madam)’은 이중창입니다.


장면3 수산나의 방에서 캐루비노와 음악선생 바질리오, 백작이 삼중창(앙상블)을 하는데요, “이게 무슨 말이지(cosa sento)”입니다. 헨델의 시대였던 바로크 시대에는 주로 독창을 했었다고 합니다.


백작이 캐루비노에게 군대에 가라고 명령했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는 피가로.  ⓒ 문화포털 기자단 이난희


장면4에서 부인을 넘보는 백작의 바람둥이 조카 캐루비노에게 백작은 군대에 가라고 명령을 합니다. 수산나를 유혹하려 했다는 오해를 받은 캐루비노가 군대를 가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피가로는 더 이상 날지 못하리라는 아리아를 부릅니다.


이 곡은 원래 백작의 아리아였다고 합니다. 주역들은 노래를 한 곡씩 줘야 하는데 피가로의 아리아가 없어서 이 곡을 피가로에게 줬다고 하네요. 그래서 백작이 캐루비노를 군대에 보내면서 속 시원히 치워버렸다는 기분에 젖어 부르는 아리아라고 생각하고 감정 이입해서 감상하면 더욱 재미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아리아는 트럼펫과 행진곡 리듬을 사용하여 혁명의 은폐라는 의미도 숨어있다고 합니다.


백작 부인을 의심하고 있는 백작. ⓒ 문화포털 기자단 이난희


2막 마지막 후반부에서는 부인과 캐루비노 사이를 의심하던 백작이 망신을 당하고 그 와중에 피가로가 수잔나와의 결혼식을 강행하기 위해 나타나게 됩니다. 그런데 정원사 안토니오가 나타나 누군가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보았다며 투덜거리는 바람에 백작은 다시 의심 하게 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가로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마르첼리나가 일당들과 차용증서(돈을 못 갚을 시 결혼하겠다고 쓴 피가로의 약속)를 가지고 결혼을 주장합니다. 피가로가 수잔나와 결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편과 마르첼리나와 결혼해야 한다는 편이 팽팽히 맞서면서 아수라장 속에 2막이 끝납니다. 모차르트는 한 막이 끝날 때 한 사람씩 나오게 해서 솔로에서 2중창, 2중창에서 3중창으로 노래를 부르게 해서 마지막에는 등장해 있던 배우들이 합창 하게 해서 앙상블로 마무리를 마치게 하는 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모차르트가 시작해서 다른 오페라에도 그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차르트는 앙상블의 대가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피가로의 결혼식을 다 감상하다 보면 주인공 피가로보다 신부인 수잔나의 재치가 돋보여 <수잔나의 결혼>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나 둘씩 등장한 배우들이 합창하는 장면. ⓒ 문화포털 기자단 이난희


3막에서 백작 부인과 수잔나의 편지 2중창 곡, 부드러운 산들바람은 이 오페라의 가장 대표적인 아리아라고 합니다. 백작을 불러내기 위해 소나무 아래에서 만나자는 편지를 백작 부인이 불러주는 대로 수잔나가 받아적는 내용입니다. 백작부인이 먼저 산들바람의 노래를 실어.” 하고 불러주면 수잔나가 노래를 실어.” 라고 따라 부르며 편지를 받아씁니다. 두 사람이 서로 주고받으며 노래하다가 동시에 화음으로 이중창을 하는 데 이는 모차르트 계몽주의 사상을 보여주는 아리아라고 합니다. 그 당시 백작부인과 하녀가 같이 친구처럼 어울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두 소프라노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무척 아름다운 곡으로 알려져 영화<쇼생크 탈출>에도 삽입되어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기도 했답니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공연 실황을 보면서 설명을 들으니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이 큰 차이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사님의 내용을 잘 모르고 음악을 들으면 음악이 만족하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에 백배 공감했습니다.


또 하나 오페라의 감상은 음악으로의 차원을 넘어 드라마로 같이 듣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자기가 살고 있던 동네의 가까운 곳의 도서관에서 귀하고 즐거운 인문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행운을 여러분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성인들을 위한 인문학 공부와 아이들을 위한 책과 놀이를 함께할 수 있는 수업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아이와 손잡고 인문학 공부에 푹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안내문  ⓒ 문화포털 기자단 이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