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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로 즐기는 신개념 놀이문화!

일을 내려놓은 시간, “뭐 하고 놀까?” 현대인이 마주한 삶의 화두 중의 하나입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사회를 배우고, 어른들은 소진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일로 돌아갈 수 있는 긍정적 순환고리를 만듭니다. 놀이에도 학습이 필요해 돈 버는 것만큼이나 잘 노는 일도 쉽지 않은데요. 미술, 연극, 음악공연 등 오늘날의 문화 예술은 작품성을 담보로 점점 더 감상의 장벽이 높아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문가의 놀이문화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런 건 어떨까요? 생활 속 아이디어와 미디어아트가 만나서 탄생한 신개념 문화 놀이터를 소개합니다.
서울시민의 복합문화공간 시민청. ⓒ 문화포털 기자단 변경랑
놀이의 진화: 상상력과 기술이 만드는 기상천외한 유희 세상
‘놀이의 진화’ 서울시 상상력발전소 시범사업 프로젝트 개막식 행사에서 하이브의 작품 ‘잎’을 들여다보는 관객의 모습. ⓒ 문화포털 기자단 변경랑
서울시가 순수한 즐거움을 주는 놀이문화를 위하여 시민 주도의 창조적 문화활동을 계획 추진합니다. 지난 2013년부터 융. 복합 문화콘텐츠센터 건립을 위한 시범사업 추진으로 ‘상상력발전소’을 가동했습니다. 첫 프로젝트로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이 ‘예술과 놀이 랩’ 부문을 시범 운영했습니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어린이들을 위한 예술과 기술이 만난 새로운 형태의 놀이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놀이의 진화’라는 주제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최종적으로 다섯 개의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지난 10월 복합문화공간 시민청에서 <놀이의 진화> 미디어아트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전시에 기술과 예술이 복합된 총 다섯 팀의 작품이 발표되었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시작 단계부터 워크숍을 진행, 10대 고등학생에서 50대 기업대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일반인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실생활에 유용하면서도 재미있는 진화된 놀이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상상력발전소 예술가들의 창작과정에 시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과정
10월 1일 전시 개막 행사에는 각 작품 제작과정을 소개하는 ‘5분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었습니다. 참여 작가가 작품 제작 동기와 아이디어 구현 과정, 일반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방식 등을 공개하였는데요.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은 모래 위에 사는 가상 생물을 키우는 <인공자연: 모래- 섬- 생명(지하루)>, 나뭇잎을 통해 타인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교감하도록 장치한 <잎(하이브)>, 어두운 골목에 영상을 비추어 빛과 생기를 주는 <라인스(김은수)>,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바람의 움직임과 소리, 감촉을 느껴보는 <숨결의 소리(강유진, 이수연)>, 가상의 공으로 실재 장애물을 장치한 핀볼 보드에서 게임을 즐기는 <증강현실 핀볼게임(464)> 등입니다.
서울시 상상력발전소 프로젝트, ’놀이의 진화’ 개막 행사 중 진성은 퓨전 타악 퍼포먼스 ‘핸드팬’ 축하공연 장면. ⓒ 문화포털 기자단 변경랑
예술로 놀자 - ‘놀이의 진화’ 전시 작품 소개
서울시 상상력발전소 프로젝트, ’놀이의 진화’ 개막 행사 중 김은수 작가의 강연 장면. ⓒ 문화포털 기자단 변경랑
따뜻한 빛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상의 공간, 김은수의 라인스(Lines)는 익숙한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안합니다. 밤길 골목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빛과 영상을 이용하여 색다른 골목길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작가는 어두운 통로에 여러 가닥의 줄을 설치하여 이미지를 비춥니다. 이때 회전하는 줄에 이미지의 환영이 맺히는데, 영상은 관객의 거리에 따라 강약이 조절됩니다.
‘놀이의 진화’ 전시 참여 작품 중 하이브의 <잎 Leaf> ⓒ 문화포털 기자단 변경랑
이야기를 담는 나무, 하이브의 <잎 Leaf>는 개막식 당일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설치된 조각 그대로도 한 그루의 나무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의미가 있는데요. 막상 가동하면 재미있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관객이 나무 앞에 설치된 터치 보드에 사연을 입력하면 나뭇가지 끝에서 메시지가 적힌 종이가 팔랑팔랑 잎처럼 떨어집니다. “정원아 사랑해!” “나도 합격!””행복이란?””나도 바쁨” 자신의 메시지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앞서 다녀간 이들의 마음을 대신 읽으며 익명의 도시 속에서 누군가와 연결된 느낌을 전해 받습니다.
하이브의 <잎 Leaf> 작품에 관심을 보이는 어린이의 모습. ⓒ 문화포털 기자단 변경랑
지하루의 <모래- 섬- 생명(Artificial Nature)> 미디어아트 작품을 직접 체험하면서 즐거워하는 관객의 모습. ⓒ 문화포털 기자단 변경랑
모래 놀이로 체험하는 가상자연, 지하루의 <모래- 섬- 생명(Artificial Nature)>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모래 놀이에 착안하여 만든 인공생태계입니다. 손에 묻지 않는 키네틱 샌드로 모래 지형을 만들고 프로그래밍화된 프로젝션을 쏩니다. 관객이 직접 모래를 만지면서 모양을 바꾸면 모래의 높낮이에 따라 색이 변하고, 그 안에 사는 가상 생물체들이 반응하며 죽거나 자라게 됩니다. 작품 속에는 과학과 생물학, 컴퓨터 연산 등 여러 분야의 기술과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포함되었습니다. 전시 동안 가상 생물체에 어떤 변화가 진행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점이 즐거운 관람 포인트입니다.
모래를 만지면 색이 변하고 그 안에 사는 가상생물체들이 반응을 보이는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재미있게 노는 어린이들의 모습. ⓒ 문화포털 기자단 변경랑
서울시 상상력발전소 프로젝트, ’놀이의 진화’ 개막 행사 중 강유진, 이수연의 <숨결의 소리> 작품 설명 장면. ⓒ 문화포털 기자단 변경랑
도시 속 바람, 강유진, 이수연의 <숨결의 소리(Sound of Breath)>는 얼핏 보면 모빌 같기도 하고 피아노의 현을 닮은 듯 보입니다. 작품은 ‘자연의 바람’을 공감각적으로 나타냅니다. 관객이 입력장치에 입김을 불면 동파이프들이 움직이고, 움직이는 진동을 통해 소리가 나게 됩니다. 이때 바람의 세기에 따라 크고 작은 움직임이 다양하게 드러납니다. 관객은 바람을 시각, 청각, 촉각의 세 가지 감각으로 느끼게 되는데요.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을 잊고 사는 도시인들에게 여유로운 순간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놀이의 진화’ 전시 참여 작품 중 464의 <증강현실 핀볼게임> ⓒ 문화포털 기자단 변경랑
게임으로 즐기는 미디어아트, 464의 <증강현실 핀볼게임(Augmented pinball)>은 핀 볼의 원리를 이용하여 가상의 공과 핀볼게임의 장애물 장치를 합친 작품입니다. 핀 보드에 추상화가 칸딘스키를 재해석한 흔적이 느껴집니다. 작가는 크고 무거운 작품의 성격상 3D 프린터기를 이용해 소품을 만들어내고, 소리와 영상을 합쳐 게임의 형태로 제작했습니다. 관객이 직접 몸으로 게임을 하며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시민청 ‘놀이의 진화’ 전시장을 관람하는 시민들의 모습. ⓒ 문화포털 기자단 변경랑
“어, 생각보다 재미있네!” 전시장에서 미디어 아트와 친해진 시민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서 직접 만지고 노는 공감의 단계로 진화한 첫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볼 수 있겠는데요. 이는 계속 서울 상상력발전소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 예술과 놀이의 경계를 허무는 수많은 예술 놀이터의 등장을 기대합니다.
<관련 문의>
-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 : www.sfac.or.kr
- 서울 상상력발전소 프로젝트 페이스북 : www.facebook.com/sangsang2014
- 금천예술극장 : 02-807-4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