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 문화공감 > 공감마당 공감리포트

공감리포트

최신 문화이슈와 문화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문화공감

헌책방 주인이 권하는 시간을 잊은 책

문화포털 기자단 2014-10-29
헌책방 주인이 권하는 시간을 잊은 책

헌책방 주인 7인이 말하는 시간을 잊은 책



꼭 오래된 책에 대한 페티시를 간직한 사람이 아니라도 이곳에 오면 어머 이건 사야 해라는 충동이 일지도 모릅니다. 신간이나 베스트셀러가 따로 없는 헌책방에서 도서의 가치는 구매자의 몫. 나에게좋은책이 곧 명작입니다. 서울의 숨은 헌책방 7곳의 사장님에게 물었습니다. 언제 읽어도 좋은 시간을 잊은 책들.

 




헌책방의 묘미



지식에게 유전자가 있다면, 활자 세포는 헌책방을 통해 전해졌으리라 생각해봅니다. 매달 대형 서점에는 새로운 책들이 쏟아지지만, 베스트셀러의 층계에 오르지 못하면 금세 외면당하고 말죠. 전자와 후자 모두 결국에는 똑같이 헌 책방 어느 한구석에서 만나게 될 책들입니다. 헌책방의 허름한 책 더미들은 유행의 폭력에서 자유롭고,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는 계층도 없습니다. 정돈되지 않은 책더미 사이에서 잠시 나를 사로잡는 책을 집는 것은 채석에 가까운 일처럼 느껴집니다. 책을 고르는 과정도 각별하지만, 가끔은 헌책에 쓰인 낙서에서 이름 모를 누군가가 남긴 사색의 흔적을 읽기도 하지요. 우연히 구매한 책에서 나와 닮은 마음을 발견하기라도 할 때는 잃어버린 일기장을 찾은 것 같이 반가운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그 역시 한 권 책에 눈길을 두기까지 숱한 시간을 서성였을 것입니다.

 



신촌 공씨책방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112-12             02)336-3058


헌책방의 전성기라 불리던 70년대 중반 대표적인 헌책방 골목은 청계천 6가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2백 개에 달하는 중고서점이 거리를 가득 메웠는데,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고 남은 가게들마저 8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서울에 남아있는 헌책방촌()은 청계천, 신촌 창천동, 서울대 녹두거리 일대. 경희대 앞에서 대학서점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공씨 책방은 청계천과 서울대를 모두 거쳐 신촌에 자리 잡은 중고서점 역사의 산증인인데요. 91년에 처음 신촌으로 옮겨와 95년부터 현재 위치에 정착했습니다. '공씨책방'이라는 이름은 초대 공진섭 사장님의 성을 따른 것입니다. 주로 인문학 서적이나 오래된 고전 전집, 대학교재들이 많지만 새 책 옛날 책할 것 없이 꾸준히 팔립니다. 헌책방은 과거의 책이 들어올 수 있고 추억의 책 또는 희귀한 책을 만날 수 있어, 취향과 필요에 따라 상대적인 책의 가치가 교환되는 장소입니다. 굳이 원하는 책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정말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곳을 찾습니다. 일반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오래된 책을 구할 수 있어서 연구를 목적으로 학자들이 많이 찾기도 하고, 추억이 담긴 절판도서를 찾으러 오는 손님도 더러 있지요. 책과 소원했던 사람도 한 번쯤 들러도 좋은 곳입니다.

 

『도스토옙스키 -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민음사)


시대에 따라 사고방식이 다르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고전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도스토옙스키 작가의 소설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 그중 하나입니다. 콩가루 형제들의 다면적인 인간상을 통해 인간의 마음속에 공존하는 선과 악을 그렸지요. 100년도 더 된 작품이지만 현대판 막장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닮았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인간 내면의 고뇌와 탐욕은 같은 성질의 것일까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표지 ⓒ 민음사




신촌 숨어있는 책

02)333-1041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86-19



머릿속에 책방대동여지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온 동네 헌책방을 다 꿰고 계신 사장님과 길고 긴 대화를 나누었는데, 막상 권하는 책은 침묵에 관한 이야기라니.


『막스 피카르트 - 침묵의 세계(까치)


말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며 침묵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책철학자 막스 피카르트는 침묵은 말이 끝나는 것과는 다른 하나의 독자적인 언어라 설명합니다. 사색하고 관조하는 삶에서, 침묵이야말로 가장 함축적인 언어가 아닐는지. 헌책방에서는 침묵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 표지 ⓒ 까치 



낙성대 흙서점

02)884-8454 서울 관악구 봉천동 1660-5



본인은 책을 안 읽는 사람이라던 말은 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이내 추천 도서가 줄줄. 짧은 글일수록 많은 것이 엉겨 있는 아름다운 문장이 많다며 6~70년대 고전은 꼭 읽어보라고 권했습니다.


『임철우-붉은방(문학사상사)』


12회 이상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임철우 작가의 단편. 이데올로기적 폭력으로 상처받는 한 개인의 인생의 한 조각을 응축시켜 1980년의 시대적 모순을 고발합니다. 6.25에서 군부정권에 이르기까지 근대사의 파편과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오늘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임철우의 '붉은방' 표지 문학사상사



응암동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070-7698-8903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 89-2 B1



독문학을 좋아하는 사장님은 카프카의 변신을 원서로 읽고 싶어 독일어를 혼자 공부했습니다. 변신의 마지막 장을 덮기까지 2년이 걸렸다고 해요.


『토마스 만-마의 산(동서문화사)』


굉장히 긴데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이유는 20세기 초 유럽이라는 배경 때문입니다.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던 당시 유럽의 상황을 엿볼 수 있어요.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고민과 더불어 문학과 사상을 아우르는 20세기 전반 서구 문명의 주요 요소들의 집대성했습니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 표지 동서문화사




외대 앞 신고서점

02)960-6421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2 257-685



PC 통신 시절부터 천리안에 가게 책들을 올리다 만든 인터넷 중고 도서몰 SINGORO가 지금은 효자몰이 되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2층에 가득한 LP 레코드판의 감성으로 사장님 소개를 대신합니다.



『오쇼 라즈니쉬-배꼽(장원)』


인도의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가 남긴 철학적 이야기들을 추려 만든 책입니다. 유머러스하지만 동시에 심각해서 삶의 지혜의 정곡을 찌르는 오쇼의 농담들을 모았답니다.



 

 

 

오쇼 라즈니쉬 배꼽의 표지  장원

 


신월동 태양서점

02-2603-6685 서울시 신월3 147-3 B1

불교에 관심이 많아 반야심경 원본 풀이까지 종류별로 갖다 놓았다는 이곳에는 유난히 스님들의 말씀을 담은 책이 많아요. 그중 단연 으뜸은 법정 스님의 말씀이라고 하시더군요.


『법정-산에는 꽃이 피네(문학의 숲)』


욕심 없는 나그네의 삶을 살았던 법정 스님의 말씀들을 류시화 시인이 뽑아 엮었습니다. 삶의 진정한 가치는 버리는 것에서 시작됨을 생각해보게 하지요. 텅 빈 충만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요.


 

 

류시화 시인이 엮은 '산에는 꽃이 피네' 표지 문학의숲




광화문 청계천서점

02)2234-5976 서울시 종로구 숭인동 234-15


요즘은 다들 자기 실속 챙기기 바빠서 너무 각박하다고 말씀하시던 사장님은,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이 곧 나의 행복이지 않으냐고 잠시 혼잣말을 하셨습니다.


『한상복-배려(위즈덤하우스)』


행복과 즐거움 그리고 성공의 조건이란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공존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2006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었죠.



 

 

 

한상복의 '배려' 표지 위즈덤하우스



중고서점 이용 TIP

헌책방조합 도매창고


지난 9월 초, 김포시 감정동에 180평에 달하는 헌책방이 문을 열었습니다. 사라져 가는 헌책방을 지켜나가고자 뜻을 모은 전국 25개의 중고서점이 마련한 물류창고 겸 도매매장인 셈. 신월동 태양서점을 기점으로 대성서점, 글벗서점 등 한 번쯤 이름 들어봄 직한 뼈대 굵은 책방들이 함께 합니다. 현재서울 서부, 경기에 가게에 한정되어있지만, 앞으로 전국적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해요. 공동 인터넷 책방이라던가 공동 책방 마을을 만들어 헤이온와이 같은 한국형 도서마을을 꿈꿉니다.


위치 : 김포시 감정동 477-15

운영시간 : 매주 목요일 10~6

문의 : 헌책방조합 010-8857-7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