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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위드 햄릿 - 인생 참 꽃 같네

작성자
grb5735
작성일
2025-02-15 (토) 14:15
조회수
141
추천수
0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아마도 셰익스피어의 햄릿일 것 같아요.

영화로, 연극으로, 뮤지컬로 심지어 로젠크란츠와 길든스턴은 죽었다까지 수없이 각색되고 변주되더니,

드디어 한 무대에 4명의 햄릿이 등장했어요.

햄릿을 위한, 햄릿에 의한, 햄릿의 쇼! 플레이 위드 햄릿.

극장에 들어갔더니 4명의 배우들이 이미 무대에 나와 있어요.

붉은 커튼이 쳐진 어두운 다락방을 배경으로 갑자기 전화가 울려요.

뭔가 음산한 분위기에서 죽은 아버지가 복수를 부탁해요.

Adieu, Adieu, Remember Me

이제 햄릿은 혼란에 빠져요.

전화의 목소리는 정말 아버지인가 아니면 악마의 목소리인가.

오직 햄릿만이 그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더욱더 혼란스러워요.

진실은 무엇일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 혼란스러운 햄릿의 내면을 4명의 배우가 표현해요.

분열된 햄릿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극적인 장치는 없는 것 같아요.

햄릿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해요.

4명의 햄릿이 뿜어내는 대사의 양은 물론 에너지가 어마어마해서 딴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요.

기본적인 스토리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요.

분열된 햄릿 역할을 하던 배우들이 갑자기 오필리어가 되기도 하고 거트루드 역할을 하기도 해요.

지팡이만 들면 클로어디스 왕이 돼요.

모자와 지팡이 등 몇 가지 소품만으로 배역을 표현해요.

4명이 햄릿인 동시에 멀티맨이 되어 극을 이끌어 가요.

진지한 심리극인데 또 코믹한 느낌도 있어요.

현대적인 시각이 반영돼 있어 음악도 독특해요.

로시니 '윌리엄 텔 서곡', 베토벤 '운명' 뿐 아니라 엘튼 존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등

클래식과 팝 음악이 동시에 등장해 웅장하면서도 뭔가 균형이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어 우스꽝스럽기도 했어요.

It's sad, so sad, It's a sad, sad situation.

특히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를 부를 땐 슬픈 장면인데 너무 웃겨 숨죽여 웃었어요.

그리고 관객은 호레이쇼가 되어 햄릿을 지켜봐요.

햄릿은 관객에게 물어요.

“내가 살아야 할까?아니면 죽어야 할까”

저는 살아야 한다고 답했어요.

살아야 한다는 것은 당위인데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행복을 원했던 햄릿은 복수에 성공하지만 모든 이들이 죽어요.

칼 대신 젬베로 결투하는 장면이 독특하면서 신선했어요.

그런데 왜 아버지의 유령은 복수해 달라고 했을까요.?잊히기 싫어서.

그래서 'Remember Me'를 외쳤을까요.

나이 드니 햄릿이 다르게 보여요.

햄릿은 기억에 관한 연극이 아닐까요.

비록 비참하게 죽었어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아름답게 살아있다면 그것으로 성공한 인생이 아닐지.

널리 알려진 햄릿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공연이었어요.

새롭고 역동적인 햄릿.

현대적이고 위트 있는 연출로 지루할 틈이 없어요.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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