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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놀부전

작품명
돈놀부전
구분
1987년~1992년
작품소개
<돈놀부전>은 극단 현장의 제6회 정기공연 작품으로 판소리계 소설 <흥부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친일가문 출신 자본가 놀부와 도시에서 이농한 노동자 흥보를 둘러싸고 보수 대 연합, 무노동 무임금, 제3자 개입금지 등 노동문제의 쟁점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작품에서는 특히 사회자의 역할이 두드러지는데, 서구의 서사극과는 달리 판소리의 소리꾼처럼 장면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극을 역동적으로 출렁이게 하고 있다. 이 작품은 각 노동조합의 요청에 따라 부분부분 기존 작품들과 결합하여 공연되다가 1990년 예술극장 한마당에서 초연되었다.
작품내용
[1 판의 설명] 사회자가 등장하여 판잽이로서 자신과 세태풍자극인 <돈놀부전>을 소개한다. 관객들은 추임새를 비롯해 극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토론자 겸 배우인 두 사람이 소개되고 ‘노동자아리랑’을 부른다. [2 흥부 신세타령] 사회자의 소개로 놀부가 등장하여 욕심을 부린다. 흥보가 시골에서 갓 상경하여 사촌인 놀부 사장을 찾아온다. 흥보는 전셋값이 올라 집을 빼야 하는 처지다. 배우들이 토론자로 변해 집값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3 민주노조] 강남 갔던 제비가 흥보에게 물어다 주었던 박씨는 오늘날 노동자에겐 민주노조 건설이다. 놀부는 화를 내며 질색을 하지만 결국 회사엔 민주적인 노동조합이 건설된다. [4 88년 봄 임투] 민주노조가 건설되고 임금이 인상되자 되려 생산량이 높아진다. 놀부는 노조를 탄압할 방도를 배우러 전국경제인연합회로 달려간다. [5 돈군보 내력] 돈놀부의 아버지 돈군보는 일제 시대 친일을 하다가 해방이 되자 누이를 앞세워 미군에 붙어 설탕, 밀가루, 방직 이른바 3백(三白) 사업으로 돈을 그러모은다. 박정희 시절에는 차관을 끌어다 쓰고 아들 놀부에게는 돈으로 권력을 사라고 이른다. [6 노동법 개정 전국노동자대회] 놀부와 김부장은 노동자로 변장을 하고 전국노동자대회에 잠입한다. 노동자들은 노동악법 철폐와 민자당 타도를 외치고 놀부는 도망친다. [7 무노동 무임금 억지와 공권력 개입] 놀부의 보고를 들은 대통령이 노동자들을 탄압한다. 토론자들은 무노동 무임금과 제3자 개입금지 조항에 대해 토론한다. 놀부의 회사에는 구사대와 공권력이 투입된다. [8 민자당 출현] 김1탈과 김2탈이 등장하여 골프를 치며 보수세력의 야합을 도모한다. [9 흥보의 결단] 회사의 노조 위원장이 구속되고 흥보가 위원장 대리로 선출된다. 놀부는 신이 나서 흥보를 회유하려 하지만 흥보는 꿋꿋하다. 흥보는 열심히 싸울 것을 다짐하고 사회자는 극을 끝낸다.
출연/스태프
스태프 작/공동창작 연출/박인배
예술단체
극단 현장 극단 ‘현장’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마당극을 창작해온 극단이다. <횃불>, <노동의 새벽>, <돈놀부전> 등은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의 이야기를 담은 대표적 노동연극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극단 ‘현장’의 노동연극은 작품당 수십 회 내지 수백 회의 전국순회공연을 하며 집단적이고 자발적인 관중을 만나왔다. 대표작 <횃불>(1988), <노동의 새벽>(1988), <껍데기를 벗고서>(1988), <멋있는 동지>(1989), <돈놀부전>(1990), <심봉사 코끼리를 보다>(1993), <백두거인>(1999), <다시 온 취발이>(2003) 등
예술가
박인배(1953~) 1980년대와 1990년대 마당극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연출가.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진동아굿>, <녹두꽃>을 비롯한 많은 마당극에 관여했으며, 이후 ‘한두레’와 ‘연우무대’에서도 활동했다. 1988년 노동현장의 구체적 리얼리티를 지향하면서 “일하는 사람들의 환한 웃음”을 표방한 극단 현장을 창단하여 2006년까지 대표로 일했다. 민중문화운동협의회 사무국장 및 과천마당극제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국민족극운동협회 부이사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상임이사와 기획실 실장을 맡고 있다. <횃불>을 비롯해 노래극 <노동의 새벽>, <노래판굿 꽃다지>, <돈놀부전> 등 다수의 마당극을 연출했다.
비평
(……) 극단 현장의 여섯 번째 작품 <돈놀부전>은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기획되고 있으면서도 앞서의 다섯 작품과 그 성격이 무척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앞서의 다섯 작품은 대체로 사실주의적 기법이 많이 가미된 ‘사례극’의 범주에 속하지만 <돈놀부전>은 사실주의와는 다른 전형적인 마당판 성격을 띄고 있으며 사례극이라기보다는 ‘토론극’에 속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래민담 또는 민속적 소재를 갖고 현대의 문제를 담아보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작업과는 성격을 달리 한다. <돈놀부전>은 제목에서부터 비정상적인 느낌을 준다. 놀부는 우리의 옛이야기(혹은 판소리)에 나오는, 누구나 다 아는 인물이다. 놀부라는 인물은 우리에게 ‘욕심쟁이’, ‘게으름뱅이’, ‘일 안 하고 먹고 사는 사람’,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사람’, ‘성질이 못된 사람’ 등으로 그 인상이 전해 온다. 그런데 놀부는 우리의 옛 이야기에서 사실상 주인공(protagonist)이라기 보다는 흥부의 상대자(antagonist)에 지나지 않음에도 이번 작품에서 제목으로 승격되어 있음에 우리는 잠시 당황하게 된다. (……) 한마디로 옛이야기 흥부전의 심층적 주제(이면에 숨어있는 진짜 주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문제이다. 즉 이조 후기 농촌사회가 공동사회(GeMinSchaft)에서 이익사회(GellSchaft)로 이행되던 시기에 제기되는 모순과 역리현상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놀부는 서민부농으로서 농업경영과 고리대금업을 통해 재산을 축적한 자로 극단적인 자기이익만을 추구하는 부정적 인물이며 흥부는 농촌에서 토지를 상실하고 생활수단을 갖지 못한 채 품팔이꾼으로 전락한 영세농민을 대표한다. 따라서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흥부전의 심층적 주제는 지주와 소작인의 갈등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한국사회(국가독점자본주의로까지 치달려온)에서 놀부와 흥부 이야기는 결코 옛날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그럼 <돈놀부전>에서는 옛이야기 흥부전의 주제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는가? 70년대 <놀부뎐>에서 놀부를 주인공으로 잘못 설정했던 것과는 달리 90년대 <돈놀부전>은 어디까지나 흥부 측(집단적 흥부라고 보아도 무방할)을 주인공으로 하고 놀부를 그의 상대자, 나아가서는 적대자로 설정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바로 놀부의 성씨가 ‘돈’ 가가 됨으로 해서 그에 대한 풍자와 공격, 적대적 감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데서 이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 가의 내막을 폭로한 <돈황제>라는 소설이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사실을 상기해 보자. <돈놀부전>이란 제목은 ‘놀부’와 ‘돈황제’를 적절히 배합한 것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이는 봉건시대의 놀부를 국가독점자본주의 시대의 돈황제에 환치시키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놀부와 흥부라는 봉건시대의 전형적 인물은 오늘날 부재지주와 이농민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재벌과 민중의 문제이면서, 나아가서는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대립된 계급적 인물로 재창조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사 옛이야기 흥부전의 주제를 현대적으로 올바르게 해석한 최초의 시도를 발견하게 된다. <돈놀부전>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대본상으로 보면 우선 사회자가 있고 토론자 1, 2가 있고 놀부와 놀부 마누라가 있고 놀부의 직속부하인 김부장이 있고 놀부의 아버지인 돈군보가 등장하는가 하면 놀부의 먼 친척 동생뻘인 흥부가 있고 노조 교선부장이 있고 거기에 노동자 1, 2가 가세한다. 특기할만한 점은 1노2김의 탈 및 양키의 탈 그리고 정주영의 탈 등 여러 개의 탈이 등장하고 있는 사실이다. 대본상으로 보면 등장인물은 무려 16명에 이르지만 그러나 실제 배우들의 수는 그 절반이 채 못 되는 듯싶다. 특정한 주요인물은 1인1역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1인다역을 맡고 있는데 그러한 역할 바꾸기가 전혀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돈놀부전>의 전개가 매우 속도감 있게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분방한 역할 바꾸기와 거기로부터 나오는 재빠른 장면 전환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리고 이렇듯 자재로운 등장인물의 설정은 이 작품을 사실주의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기본 바탕이 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주요한 역할을 맡은 인물은 사회자이다. 어찌 보면 사회자 혼자서 차 치고 포 치고 다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앞서 이 연극은 사례극이 아닌 토론극의 일종이라고 소개한 바 있는데, 사회자는 바로 이 연극적 토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는 판잽이(길눈이)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관객들에게 노래도 가르치고 추임새도 가르치고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토론자를 끌어들여 극을 진행해 나가는데 서사극에서의 해설자처럼 극의 차단과 접속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그의 대사법은 우리 전통판소리의 아니리와 소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이 특이하다. 이것은 원래 흥보전이 판소리로부터 나온 판소리계 소설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당연한 발상처럼 보인다. 다만 이러한 아니리와 소리 방식이 이 작품의 기본 성격을 규정하는 주요 사항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비교하자면 서사극에서의 해설자의 대사는 관객을 향하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독백’적인 성격에 갇혀 있음에 비해 <돈놀부전>에서 사회자의 아니리는 관객과 주고 받는 ‘방백’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사법에서 방백(우리 말로 하면 ‘얼러대기’)과 방창(우리 말로 하면 ‘멕이기’)은 마당판적 활력을 얻어내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회자의 기능을 종횡무진 활용함과 동시에 모든 극중 인물들을 자유롭고 분방하게 등장시키고 또 퇴장시키는 기법은 이 작품의 가장 큰 활력이다. 과거와 현재가 거침 없이 교차하고, 해설과 대화의 묵극이 부담 없이 뒤섞이고, 토론장면과 사실적 재현장면을 수시로 넘나드는가 하면, 탈과 얼굴이 한 공간에 대비되고, 타령조와 신파조가 한 장단에 공존하고, 구호와 노래가 느닷없이 들어가는 등 이 작품의 곳곳에 ‘유연하게 살아 움직이는’ 마당극적 특성이 최대한 발휘되고 있음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 극단 현장의 <돈놀부전>은 우리의 옛 이야기가 현대적으로 어떻게 해석되고 재창조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하나의 귀감이다. ‘흥부 놀부’라는 옛스런 이름들과 ‘노동법 개정 전국노동자대회’, ‘무노동무임금’ 등의 현대적 용어들이 하나의 의미망으로 합치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리하여 <돈놀부전>은 옛이야기 <흥부전>의 주제를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라고 하는 노동자적 세계관으로 재창조하는 데 일단 성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 ‘마당판에 되살아난 옛이야기 - <돈놀부전> 관람기’, 임진택, <민족예술> 제4호, 민족예술인총연합, 1990
관련도서
<민족예술> 제4호, 민족예술인총연합, 1990
연계정보
-노동의 새벽
-극단 현장
-이바구 세상
관련사이트
극단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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