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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야미 불개야미…

작품소개
조선후기 작자 및 연대 미상의 사설시조. 시적 화자의 억울한 심정과 진실을 청자인 ‘님’에게 과장된 우의를 통하여 호소하고 있는 작품이다.
현대어풀이
개야미 불개야미 허리가 부러진 불개야미 앞발에 정종(疔腫)나고 뒷발에 종기난 불개야미 광릉(廣陵) 샘고개를 넘어 들어 가람의 허리를 가로 물어 추켜들고 북해(北海)를 건너갔다는 말이 있습니다. 님아 님아 온 놈이 온 말을 하여도 님이 짐작하소서
어휘풀이
- 개야미 : 개미 - 등 : 등, 허리 - 정종(疔腫) : 부스럼, 종기 - 재 : 고개 - 가람 : 호랑이 - 온 놈이 온 말을 하여도 : 백 사람이 백 가지 말을 한다 해도
해설
‘개야미’는 시중 화자, ‘님’은 청자이다. ‘가람’은 시중 화자와 청자 사이에 개입하는 제3의 존재로서 일종의 삼각 관계를 이루는 인물이다. 초·중장에 표현된 개야미의 형상은 불구 환자인데, 이런 개야미가 가람의 허리를 물어 추켜든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는 용납될 수 없다. 과장된 우의인 것인데, 이 점은 다음과 같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즉, 가람은 님 이외의 또 다른 남성, 곧 시적 화자와 친근한 또 다른 인물이고, 광릉재를 넘어가 가람의 허리를 물고 북해를 건넜다는 것은 개야미와 가람의 관계가 님이 용납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진전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온 놈이 이를 실제적 진실로 받아들이는 데 비하여 시중 화자는 실제적 진실이 아님을 님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행위는 진실일 수 없으며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것도 전해지는 진술이므로 더욱 믿기 어려운 것이기에 시중 화자는 축자적 의미 규준에 기대어 자신의 진실을 청자에게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이 작품에는 두 개의 관점과 이해가 대립하고 있다. 즉, 과장적 진술을 비유적 진실로 받아들이는 세상 사람들의 관점과 그것을 축자적으로 해석하여 거짓으로 받아들이는 시중 화자의 관점이 그러하다. 시중 화자의 감정이 고조되고 격화되면서 시행의 길이가 길어지고 님과의 애정에 호소하는 “님아 님아”가 첨가되기도 하는데, 이는 시중 화자의 관점에 님을 동화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이렇게 보면, 이 작품의 의미는 일차적으로는 주변 텍스트적인 요소인 관습에 의해 규정된 것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이 작품에 대하여, “결코 위대하거나 스케일이 클 수 없는 ‘불개야미’를 소재로 하여 그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의 웅대한 스케일을 코믹하게 담아 ‘희극미’를 구현한 작품”이라든가 “위대하고 걸출한 것과는 거리가 먼 불개야미, 하잘것없는 불개야미가 가람의 허리를 물고 북해를 건너갔다는 거짓 허세, 거짓 위대성, 거짓 웅대함을 조롱하고 비꼼으로써 희극미를 구현하고 있다(<한국고전시가론>, 정병욱)”라는 주장은 일면의 타당성만 지니게 된다. ‘개야미’를 시중 화자, 청자가 아닌 제3의 인물로 설정할 경우, ‘온 놈’은 무엇인가? 전술한 바, 이 작품은 제3의 인물의 허장성세를 비꼬는 것이 아니라 화자의 억울한 심정과 진실을 청자인 님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님은 ‘나’라는 인물과 정서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주체이며 따라서 ‘나’와 무관한 인물의 행위나 사실의 진위에 대한 진실을 ‘나’는 ‘님’에게 절실한 어조로 호소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님’과 ‘나’ 사이에 제3자의 간섭이 있고 그에 따라 ‘님’과 ‘나’ 사이에 오해가 생겨났기 때문에 ‘나’의 진실을 ‘님’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욕망이 생긴 것이며 이 욕망이 노래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의 의미는 과장적 허세를 비꼬는 것이라기보다는 시기나 질시로 인하여 생긴 시적 화자의 억울한 심정을 과장된 우의를 통하여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이 작품은 비록 수사나 비유, 즉 시적 표현기법에 있어서는 새로운 가치를 지니지는 못하지만 조선후기 시가사(詩歌史)에 있어 장시조의 전개 양상을 보여준다. 장시조(사설시조)는 단형시조와 별개의 장르가 아니라 단형시조를 주된 주변 텍스트로 하여 당시의 문화적 분위기와 시가의 역사, 작자의 의식 등을 수용하고 반영한 장르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연계정보
-시조
-청구영언(靑丘永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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