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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눈

작품명
저녁눈
저자
박용래(朴龍來)
구분
1960년대
저자
박용래(朴龍來, 1925~1980)1925년 8월 24일 충남 부여 출생. 강경상업학교를 졸업했다. 1956년 <현대문학>에 <가을의 노래>, <황톳길>, <땅> 등으로 추천받아 문단에 등단했다. 이후 향토적 서정이 짙은 작품을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시집 <싸락눈>(1969), <강아지풀>(1975), <백발의 꽃대궁>(1980), <먼 바다>(1984) 등을 간행했으며 제1회 현대시학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는 향토적인 사물이나 현상의 구석구석에 편재한 아름다움을 간결한 표현으로 그려낸다.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하되, 그 정서를 시적으로 여과시켜 시어의 정수만을 골라 섬세하고도 간결한 함축미를 꾀하고 있다. 특히 시에서 언어의 군더더기를 일체 생략하고 그 행간의 여백을 중시하는 방법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1969년 간행된 박용래의 첫 시집인 <싸락눈>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박용래의 시는 향토적인 생활 정서에 뿌리박고 있다.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것을 통하여 삶의 부질없음과 누리는 것의 덧없음을 정지(靜止)적(的) 언어로 표현한다. 또한 시의 형식면을 볼 때 주로 시각적이거나 청각적인 비유에 의지하고 있다. 대상을 형상화시키는 데 그가 즐겨 사용한 방법은 소묘법이다. 비록 단조로운 단색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간결하고 날카로운 소묘는 대상을 객관화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의 많은 시가 정상적인 구문보다 명사나 명사형 어미로 시행을 마감하는 것도 그의 소묘적 방법의 한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행간의 여백을 중시하는 것도 바로 그런 때문이다. 시집 <싸락눈>의 대표작인 <저녁눈>은 이러한 그의 시의 특질을 가장 잘 대변해 주고 있는 작품이다. <저녁눈>은 지난날의 풍경과 정취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덧없이 사라지는 삶의 모습이 나타난다. 현상은 무상하여 언제나 생멸 변화하는 것이지만, 그 변화는 무궤도적인 것이 아닌, 일정한 조건하에서 일정한 움직임을 갖는 것이며, 그 움직임의 법칙을 인연이라 한다. <저녁눈>에서는 이 인(因)과 연(緣)에 의해서 생기는 연줄의 원리를 추출해 볼 수 있다. ‘저녁눈’이란 물질적 현상이다. 언젠가는 없어져야 한다는 숙명을 띤 가변의 존재다. 이런 동양적 허무주의를 공(空)의 세계로 <저녁눈>은 극복하고 있다. 공(空)은 허무주의가 아니다. 공(空)이기 때문에 모든 사물이 존재한다. 바로 사물이 공(空)이기 때문이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박용래는 1925년 음력 1월 14일 충청남도 논산군 강경읍 본정리에서 태어난 후 1980년 11월 21일 오후 1시 심장마비로 숨을 거둘 때까지 <싸락눈>(1969), <강아지풀>(1975), <백발의 꽃대궁>(1979) 등 3권의 시집과 사후에 발간된 시선집 <먼 바다>(1984) 그리고 산문집 <우리 물빛 사랑이 풀꽃으로 피어나면>(1985)을 남기고 있다. (……) 그의 실질적인 문학활동의 시작이 1940년대 중반기임에도 불구하고 첫 시집을 1969년에 발간하고 있음을 보면 그가 얼마나 과작의 시인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약간은 침체되어 있는 듯한 초기의 활동에 비해, 첫 시집 <싸락눈>을 발간하고 <현대시학>사 제정 제1회 작품상을 수상한 1969년 이후부터 그는 마치 이전의 부진을 한꺼번에 벗기라도 하듯 왕성한 창작의욕을 보여 약 4~5년 간격에 한 권꼴로 제2, 제3시집을 발간하였다. 이러한 그를 두고 오늘날 많은 평자(評者)들은 순수서정시인이니 전통적인 서정시인, 향토시인 등 다양하게 평가하고 있으나 분명한 것은 그의 시 자체가 박용래라는 인간 자체였고, 박용래라는 인간 자체가 그의 시였다는 사실이다. (……) 박용래의 시는 수용자의 관점에 따라 극단적인 편차를 드러낼 수 있다. 만일 부정적인 관점에 선다면 송재영이 지적한 바처럼 시인이 상황을 외면하고 ‘감상적인 서정과 현실도피적인 토속적 취향’(송재영, <현대문학의 옹호>, 문학과지성사, 1979)에 안주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긍정적 관점에 선다면 메마른 현대문명사회에서 소멸되어가고 버려져 가는 토착적이고 전통적인 유산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줌으로써 ‘난해시류와는 달리 폭넓은 공감대의 형성에 성공’(김재홍, <시와 진실>, 이우출판사, 1984)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박용래의 시적 변모를 제1기(1946, <동백> 이후 1969, <싸락눈> 간행시까지), 제2기 (1970~75 <강아지풀> 간행시까지), 제 3기(1976~79) <백발의 꽃대궁> 간행시까지), 제4기(1980~작고시까지)로 나누어볼 때, 그의 초기 시편들의 기본적인 모티프가 ‘고독’이라는 사실은 그의 시작의 비의마저 암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 그의 <현대문학> 추천시 <땅>을 보면 <땅>으로 표상되는 인간세계의 막막함, 그리고 그러한 막막함 속에 버려져 있는 ‘나’의 고독의 확인과 자신으로부터의 도피가 모티베이션을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 박용래의 시적 출발은 근원적인 고독의식과 절망감에 그 단초를 두고 있으며, 그는 현실을 바로 응시하지 못한 채 오히려 스스로를 과거 속으로, 부동과 정적의 공간 속으로 소멸시켜간 이 시대의 비극적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이후 박용래 시의 전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나 이 시기 그의 시 속의 시간들이 대부분 과거에 머물러 있거나 과거회상으로 기울어져 있고, 설혹 현재서술형어미를 쓰는 경우라도 거의 추상에 가까우리만치 그려져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제1시집 <싸락눈> 이후 제2기에 해당되는 박용래 시세계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그것은 ‘응시와 점묘의 미학’이라 할 만하다. 즉, 이 시기에 이르러 그는 모든 가식과 인위적 노력이 거세된 원초적 상태로서의 자연현상과 근원적인 향토애를 투시하고 그것을 순수하게 표백하고자 노력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 그의 시적 언어는 콩깍지, 장길, 민들머리, 삼베울, 무우오라기, 싸리울, 보리바심, 허드렛군, 솔개, 굴렁쇠, 상둣군, 지풀, 밀잠자리, 메꽃, 상무 등 토착어 혹은 향토어가 주류를 이루게 된다. 제3기에 이르러 박용래의 응시와 관조는 더욱 심화되며, 따라서 이 시기의 특징은 ‘과거적 상상력의 증대와 시선의 확대’를 가져오는 외향성에 있다 하겠다. 그의 시의 초기로부터 일관되어 있는 과거적 상상력은 이 시기에 이르러 더욱 증대될 뿐 아니라 다양성을 드러낸다. (……) 원초적 자연현상과 근원적인 인간애를 함께 포착하고자 노력했던 앞시기의 향토적 서정의식과 달리 그의 시선은 주변의 인간들과의 관계와 문제들에 보다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죽음의식이 그 편린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 시기 시적 특징의 하나로 덧붙일 수 있겠다. 끝으로 그의 유고를 포함하고 있는 제4기의 시세계는 박용래 시세계의 마감이자 현실로부터 그리고 자신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했던 그가 보다 대범한 눈으로 현실을, 자신을 바라보고자 노력했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비장미마저 띤다. 즉 <육십의 가을>, <꿈속의 꿈>, <보름>, <자화상(自畵像)3>과 같은 시에 이르러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는 회고적 정한이 더욱 깊어지며, 어느덧 자신의 삶의 전체를 투시하고자 하는 동양적 허무와 함께 달관의식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박용래의 시세계는 결국 ‘죽음’이라 해도 좋을 근원적 고독을 그 중심부에 놓고 변증법적인 전개과정을 거쳤음을 알 수 있다. 일견 원환의 구조라 할 수는 없어도 그는 <육십의 가을>에 나타나듯 ‘- 거기/ 그 자리’에 돌아와 섰으며 후기시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자신의 삶을 하나의 구도로 도시(圖示), 어느덧 달관이라는 정신적 높이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비록 ‘한 잔/ 백주에/ 무우오라기를/ 씹으며’(<해바라기 단장>) 세계를 응시하였지만 마침내 그 흐릿함 속에서 오히려 ‘감꽃/ 노을 속에 살아라’(<감새>)라고 외칠 수 있는 시적 진경을 이룩하였던 것이다. (……) ‘근원적 고독에의 저항’, 손종호, <저녁눈>, 미래사, 1991
작가의 말
어린 날을 금강 하류에서 보냈다. 긴 겨울이 가고 잔설이 녹으면 강물은 지면보다 먼저 부풀어 온통 감빛으로 반짝였다. 추위가 풀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곧잘 강변을 혼자서 걸었다. 이른 봄. 우연히 그 강변 삘기풀 사이에서 발견했던 처음 핀 민들레꽃 몇 송이의 감동을 영 잊을 수가 없다. 삘기풀 줄기를 씹으면 온몸에 스며들던 향긋한 냄새. 해질 무렵. 풀빛 물든 손에 민들레꽃 몇 송이를 꼭 쥐고 힘껏 달리던 높은 둑길. 갈대 뿌리에 지던 노을은 고왔다. 유난히도 갈대숲이 사운대는 마을이었다. 흩어졌다 모여들던 까마귀떼도 뒤뜰에 호젓한 대싸리나무도 고삿길 안에까지 가득했던 개구리울음도 아직은 잊을 수 없다. 그 마을. 언제나 반쯤은 둔벙에 묻힌 듯한 적막. 그런 먼 기억 속에 살아왔다. 현대시학사가 제정한 ‘작품상’의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통지를 받고 한동안 당황하였다. 전연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만큼. 고 이장희 같은 고 윤동주 같은 시 한줄 못쓰고 부끄럽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이 시골사람에게 주시는 격려의 채찍일 바에야. 맑은 날보다 비오는 날이 좋았다. 비오는 날보다 눈오는 날이 더 좋았다. 과거는 모두가 아름답고 허망하였다. 오늘따라 푸르름이 나부끼는 버드나무의 원경이 눈물겹도록 가까이 다가온다. ‘그 마을’, 박용래, <현대시학>, 1970. 8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현대시의 자연과 모더니티>, 진순애, 새미, 2003 <먼 바다>, 박용래, 창작과비평사,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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