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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작품명
교감
저자
정현종(鄭玄宗)
구분
1960년대
저자
정현종(鄭玄宗, 1939~) 1939년 12월 17일 서울 출생.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신문사 문화부 기자,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교수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65년 <현대문학>에 시 <여름과 겨울의 노래> 등으로 추천 완료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60년대사화집>(1965), <사계(四季)>(1966) 등의 동인으로 참가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했고, 1972년 첫 시집 <사물의 꿈>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초기시는 전후의 허무주의, 토착적 서정시를 극복하고, 시인의 꿈과 사물의 꿈의 긴장관계 속에서 현실의 고통을 넘어설 수 있는 초월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의 시는 고통·축제, 물·불, 무거움·가벼움, 슬픔·기쁨 등과 같이 상반되는 정서의 갈등과 불화를 노래하면서도 현실을 꿈으로 고통을 기쁨으로 변형시키고자 하는 정신의 역동적 긴장을 탐구하였는데, 이러한 시적 탐구는 두 번째 시집 <나는 별 아저씨>(1987), 세 번째 시집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1984)까지 지속된다. <고통의 축제>, <공중에 떠 있는 것들 3>, <술잔을 들며> 등이 이 시기의 대표작이다. 그러나 세 번째 시집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1989)를 고비로 하여, 그는 현실과 꿈의 갈등보다는 생명현상과의 내적 교감, 자연에 대한 경이감, 생명의 황홀감을 노래하면서 갈등보다는 화해의 세계를 지향하는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적 관심의 변화는 다섯 번째 시집 <한 꽃송이>(1992)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문명과 인공(人工)이 인간을 억압하는 반면, 자연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척도라는 내용의 시 <자(尺)>는 그의 시적 관심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그의 시는 서정시의 전통을 혁신하고 새로운 현대시의 가능성을 개척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 밖에 <세상의 나무들>(1995), <이슬>(1996), <갈증이며 샘물인>(1999) 등의 시집을 발간하였다. 시집 외에도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1975), <숨과 꿈>(1982), <프로스트 시선>(1973) 등을 비롯한 여러 산문집·시론집·번역서를 냈으며, <고통의 축제>(1974)를 위시한 여러 권의 시선집이 있다.
리뷰
(……) 정현종은 행복한 시인이다. 그는 동시대에 자신의 시를 이해해주는 많은 독자를 가진 드문 시인이기 때문이다. 60년대 그의 시가 이제 하나의 세계를 향해 열리기 시작할 때 그는 이미 신촌의 그 음침한 골방에서 자신의 독자들과 가난하지만 열기에 찬 삶을 공유할 수 있었고, 그의 시집이 세상에 나올 때마다 당대의 일급 비평가들로부터 외면당한 적이 없다. 그의 첫 시집 <사물의 꿈>은 김주연의 <정현종 진화론>이라는 해설과 함께 나왔다. 김주연은 정현종의 시가 바람의 현상으로부터 별빛의 이미지로 진화되어 지상과 천상의 세계의 화해로 발전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의 두 번째 시집 <나는 별아저씨>는 김현의 <변증법적 상상력>이라는 해설을 싣고 있는데, 김현은 정현종의 시의 이미지가 ‘가벼움/무거움, 딱딱함/부드러움 등의 대립을 지양한, 대립적이면서 일원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현종의 첫 번째 시선집인 <고통의 축제>는 김우창의 해설 <사물의 꿈>과 함께 나온다. 정현종의 첫 번째 시집 제목을 글의 제목으로 삼고 있는 김우창은, 정현종의 시가 철학적인 출발을 하고 있지만 사물이 인간과 더불어 탄생하는 혼융의 이미지에 의해 꿈과 사물이 하나됨을 입증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그의 세 번째 시집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은 그와 동년배는 아니지만 그를 이해하고 있는 진형준의 <물 주기, 숨통 터주기>라는 해설과 함께 나온다. 진형준은 정현종의 시가 이 세상에 물을 주고 숨구멍 터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분석하고 거기에서 사물과의 친화력과 생명사상의 씨앗을 밝혀낸다. 그의 두 번째 시선집인 <달아 달아 밝은 달아>는 이상섭의 해설 <정현종의 ‘방법적 시’의 시적 방법>을 싣고 있다. 이상섭은 정현종의 시가 근본적으로 언어에 대한 반성에 토대를 두고 있음을 주목하고 그 반성을 가져오는 몇 가지 요인을 기독교적인 발상과 성적 이미지의 혼합, 동요적 세계와 민요적 가락의 차용, 동양적인 거지의식과 서양적인 광인의식의 비교 등에서 찾아내고 그의 시에서 나타나는 말의 재미의 핵심을 밝혀낸다. 그뿐만 아니라 김현은 71년에 <바람의 현상학>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고뇌를 바람이라는 이미지 분석에 의해 해석한 바 있고, 최하림은 <나는 별아저씨>에 대한 서평 <문법주의자들의 성채>에서 풀잎의 이미지에 의해 정현종의 시적 변화를 해명하고 있고, 김우창은 <괴로운 양심의 시대의 시>에서 정현종 시의 정치학적 독서 가능성을 시도하고 있으며, 유평근은 정현종의 시적 비밀을 ‘교감’ 현상으로 설명한 <어느 시구의 이해>를 쓰고 있다. 이처럼 정현종은 동시대의 탁월한 비평가와 시인에 의해 분석되고 이해되고 설명된 대단히 보기 드문 행복한 시인이다. 그러나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자칫하면 시인으로서의 그의 행복이 행운에 의한 것이라고 이해하게 할 수 있다. 그와 동시대에 많은 시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적 재능의 화려한 개화는 일급 비평가들로 하여금 그의 시에 주목하게 만든 것이다. 그의 시는 <고통의 축제>라는 시선집 제목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시인이 그 고통을 축제처럼 향유하고 사는 법에 도달해 있음을 보여준다. 즐거워해야 될 어떤 것도 없는 삶에서 그의 시는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비상의 날개를 편다. (……) 정현종의 시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움은 사물과 사물 사이의 바람을 일으킴으로써 사물과 사물, 시인과 세계 사이에 교감이 이루어지는 데 있다. (……) 밤이 자기의 심정처럼 켜고 있는 가등(街燈) 붉고 따듯한 가등의 정감을 흐르게 하는 안개 젖은 안개의 혀와 가능의 하염없는 혀가 서로의 가장 작은 소리까지도 빨아들이고 있는 눈물겨운 욕정의 친화(親和) - <교감> 전문 가로등에 안개가 넘실거리는 밤의 풍경에서 남녀의 성적 이미지를 끌어낸 시인의 상상력은 두 사물 사이의 교감을 충분히 아름답게 파악하고 있지만 그것이 시인이 추구하는 최종의 아름다움은 아니다. ‘서로의 가장 작은 소리까지도/ 빨아들이고 있는/ 눈물겨운 욕정의 親和’는 ‘눈물겹다’는 형용사를 사용함으로써 ‘욕정’이 가지고 있는 절실한 단계를 이야기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눈물겹다’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거나 참이 아닌 것을 참인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절망과 안타까움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절망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두 사물의 어우러짐에서 환희를 맛본다. 그리고 그 환희를 읽는 독자는 이 시인의 쾌락주의가 욕정의 노예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벗어난 상태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쾌락에 얽매여 있는 쾌락주의자가 아니라 쾌락으로부터 자유로운 쾌락주의자이다. 그래서 그의 시는 언제나 바람처럼 경쾌하고 물처럼 부드럽고 생명처럼 경이로운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그가 배우에게 ‘행동을 버릴 것’ ‘말을 버릴 것’ ‘박수 소리를 버릴 것’을 요구하는 것은 배우가 슬픔 자체가 되고 기쁨 자체가 되며 말 자체가 될 때 진정한 배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시인에게 ‘즐거울 때까지 즐거워하고’ ‘슬플 때까지 슬퍼하고’라고 요구하는 것은 ‘모두 즐거움을 완성하려 하고’, ‘모든 슬픔을 완성하려 하’는 것이 시인이기 때문이다. 그의 시인의 꿈은 그리하여 ‘저 혼자 고요하고 맑고’ ‘저 혼자 아름답다’고 하는 시를 쓰는 것이며 ‘쓸데없는 것의 쓸데있음/ 적어도 쓸데없는 투신(投身)과도 같은/ 걸음걸이로 걸어가거라’고 하는 시 창작 방법에 이르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꿈은 프랑스 말라르메나 동양의 선시(禪詩)의 꿈을 통합하는 것이다. 그의 시가 서구적인 이미지들로부터 출발해서 동양적인 융합의 세계로 넘어오는 것은 바로 그러한 통합적인 세계관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그 융합의 세계에서 가장 근원적인 가치는 ‘생명’이다. (……) 그의 시가 최근에 노래하고 있는 나무와 꽃은 생명의 근원이며 우주의 원리이다. 그는 자연사상에 어긋나는 문화와 제도를 거부하고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희망을 표현한다. 어떤 사람은 그 섬을 <행복>이나 <문학>으로 바꿔서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무미하고 질펀한 바다를 깨뜨릴 수 있는 것을 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가 곧 人間이라고 한다면 시인이 가고 싶어하는 곳은 사람들을 사람들이게끔 하는 삶이면서 사람들에게 휩쓸려도 사라지지 않는 삶이다. 그가 끊임없이 도약하고 싶고 날고 싶고 초월하고 싶은 것도 삶이지만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것도 삶이다. 결국 정현종은 그가 살고 있는 삶을 떠나고 싶어하면서 삶으로 되돌아온다. 그는 자신이 떠나고 싶은 삶과 되찾고 싶은 삶 사이에 있는 시인이다. 그래서 그는 바람처럼 발레리나처럼 끝없는 운동을 계속한다. 그리고 그는 그의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의 시에 자주 나타나는 집, 방과 같은 공간의 이미지는 앞으로 그의 생명사상이 뿌리내릴 수 있는 공간의 시학으로 발전할 것이다. 정현종은 우리 사이에 있는 섬이다. - ‘움직임과 바라봄의 시’, 김치수,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미래사, 1996
작가의 말
당신은 왜 계속 쓰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의식의 입으로가 아니라 무의식의 입으로 대답하는 게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즉 가장 그럴 듯한 대답을 무의식 중에 해버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 말인데, 예컨대 입을 열면 말이 아니라 빛이 흘러 나오는 광음천의 주민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여기는 광음천도 아니고 따라서 나는 그 주민의 한 사람도 아니니까, 저 삼라만상의 알 수 없는 움직임들이 숨겨 가지고 있는 깊은 우연을 포함한 무의식의 바다에, 아주 작지만 그러나 뜨겁게 반짝이는 의식의 배를 띄워 우리의 정신의 진주들을 낚아 올려야 하는 것이겠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가장 높은 수준의 의식은 무의식화된 의식, 혹은 운명화된 의식이라고 말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즉 정신의 어떤 무르익은 상태, 한 천년 묵은 포도주의 상태를 말하고 있다. 또는 인간의 가능성의 가장 높은 수준에 있어서의 정신이다. 초의식적 무의식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도달하려고 애쓰는 그런 수준의 정신의 광맥은 우리의 노력과는 관계없이 빛나고 있을는지 몰라도, 그러나 우리는 태양의 빛에 의해서 사는 동시에 빛은 우리에 의해서 빛나는 것이다. 까뮈식으로 말해서 우리가 심어서 열매 맺는 사과는 햇빛에 의해서 익고 붉은 빛을 띠지만 동시에 그 사과의 붉은 빛에 의해서 햇빛은 빛나는 것이다. 만일 나는 왜 쓰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나 자신이 가지고 있다면 나를 절대로 계속 쓸 수 없을 것이고 쓴다고 해도 별게 아닌 것에 지나지 않을 터인데, 결과적으로 그 사람의 작품이 가장 잘 대답해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작품이야말로 가능성의 가장 높은 상태로서의 정신을 찾아가는 한 작가의 열렬한 흔적이기 때문이다. (……) 나는 왜 쓰고 있는가? 아마 살고 있기 때문에 계속 쓰고 있을 것이다. 죽음과 타협하고 나면 모든 일이 다 가능하다. 그러나 이 말의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는 점도 아울러 명심해야 한다. 즉 죽음과 타협하는 방법이나 태도에 따라 한 작가의 진실과 허위는 갈라진다는 것이다. 이 점에 관해서는 엄격할 필요가 있다. 이 점을 이해하고 나면 ‘모든 일이 다 가능하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가 드러날 것이다. 죽음과의 타협- 삶으로부터 창조된 작품은 개인 단위로는 그 개인의 전체이며 ‘우리’ 단위로는 우리의 전체인데, 이것은 더 큰 전체인 생명의 원줄기에 봉사한다. 그리고 우리의 작품이 왜 쓰느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라고 했는데 그러나 작품은 대답인 동시에 또 다른 질문이 된다. 그러므로 대답인 동시에 질문인 우리의 작품은 ‘마침내 질문하지 않는 자’에 봉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그 질문하지 않는 자가 각자의 몫이다. 즉 이름 붙일 수 없고, 단지 ‘마침내 질문하지 않는 자’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그 자의 몫을 우리들 각자는 얼마나 훔쳐냈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가능성의 수준이 높여진다는 말이다. 되풀이 말해서 마침내 질문하지 않는 자가 각자의 몫이고 우리들의 몫일 따름이다. (……) ‘왜 쓰는가’, 정현종,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민음사, 1975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영원한 시작: 정현종과 상상의 힘>, 정과리 외, 민음사, 2005 <정현종 시전집>, 정현종, 문학과지성사, 1999 <정현종 깊이 읽기>, 이광호 편, 문학과지성사, 1999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정현종, 미래사, 1996 <한국대표시인선 50>, 중앙일보사, 1995 <문학의 즐거움>, 유종호, 민음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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