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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와 황홀

작품명
고뇌와 황홀
저자
박희진(朴喜璡)
구분
1960년대
저자
박희진(朴喜璡, 1931~) 1931년 12월 4일 경기도 연천 출생. 보성중학을 거쳐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55년 <문학예술>에 시 <무제(無題)>, <허(虛)>, <관세음상에서> 등이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오랫동안 동성중고등학교 교사로 재임하면서(1960~1983) 전후문학인협회 간사, <60년대 사화집>(1961~1967) 동인으로 활동하였고, 1979년부터 공간시낭송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독자와 함께 하는 시의 대중화 운동에 앞장서는 등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였다. 삶과 존재, 예술과 예술작품, 이성간의 사랑, 기행, 시사적 현실 등 다양한 세계에 대한 시적 관심을 표현한 여러 권의 시집을 발간했다. 시집으로는 <실내악>(1960), <청동시대>(1965), <미소하는 침묵>(1970), <빛과 어둠의 사이>(1976), <서울의 하늘 아래>(1980), <4행시 134편>(1982), <가슴속의 시냇물>(1982), <아이오와에서 꿈에>(1985), <라일락 속의 연인들>(1985), <북한산 진달래>(1990), <화랑연가>(1999) 등이 있고, 시선집으로는 <꿈꾸는 빛바다>(1986), <바다 만세, 바다>(1987), <한 방울의 만남>(1991) 등이 있다. 그의 시는 한국적 전통에 충실한 서정시를 지향하면서도 한 줄의 시행 속에 응축된 시상(詩想)을 표현한 1행시, 4행시, 영시의 소네트 형식을 채용한 14행시, 장시 등 다양한 형식을 실험하고 있으며, 50대 이후에는 시선일치(詩禪一致)의 불교적 세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의 시적 관심사는 다양하지만 빛과 어둠, 절망과 희망, 육신과 영혼 등 삶의 근본적인 모순의 인식에 바탕을 두고 양자간의 갈등을 넘어 평화롭고 조화로운 세계를 모색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인간성을 긍정옹호하고자 하는 그의 서정시는 한국 순수시의 전통과 닿아 있다.
리뷰
(……) 그의 시 세계를 한마디로 요약하여 ‘극기와 집중의 구도자적 시학’이라 부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극기란 청교도적 금욕주의의 강인함을 뜻하며 집중이란 극기를 바탕으로 한 시에의 열중일 터이며, 그의 시가 나아갈 길이란 구도자적 자기 세계를 추구하는 시적 일관성일 것이다. 박희진의 시 세계를 극기와 집중의 구도자적 시학이라 했을 때 우리에게 제기되는 문제는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가 그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며, 둘째가 그의 시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시인으로서 그는 누구인가. 배경은 없었다. 빛도 아니요 어둠도 아닌 박명의 그늘 속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처음 난 그를 눈뜬 소경이 아닌가 했었는데 먹빛 눈동자는 분명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재조가 속으로 엉겨 있는 사나이, 거미가 은실을 뽑아 내듯이 그는 핏속에 깃들어 있던 말을 캐내어 황홀한 얘기를 짜내는 것이다. 거의 그것들을 단숨에 써낸다. 그런 때 그는 신들린 사람이다. 그는 대체로 말이 적었다. 술에 취해도 몇 마디 아니면 그저 씽긋 웃는 게 버릇이다. 변화란 그의 엿보지 못할 내부에서만 일어난다는 듯이. 우리는 서로 이방인일까. 하지만 단 한 번 뜻밖에 그가 내게로 꺾이듯 쓰러져 왔던 사실을 기억한다. 그가 과음으로 정신을 잃었을 때. (<조용한 사나이> 전문) 이 작품은 잘 다듬어진 시는 아니다. 그러나, 시인으로서 박희진의 자화상을 찾아볼 수 있는 좋은 단서를 제공해준다. 작중의 나와 그는 한 개제의 두 분신이다. 나 속에 있는 그는 누구일까. 그는 내부를 엿보기 어려운 사람이다. 말이 적다. 재조가 속으로 엉겨 있다. 그러나, 시를 쓸 때는 신들린 사람이다. 나와 그는 이방인인가, 아니다. 나는 그이고, 그는 나이다. 핏속에 깃들어 있던 말을 캐내어 짜내는 황홀한 얘기가 그의 시이다. 바로 시에 신들린 사람, 그가 시인으로서 박희진이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그가 시에 신들리면 신들릴수록 그는 시에 절망하게 된다. 그의 추천완료작 <관세음상에게>를 읽어보면 완미한 시에 대한 열망과 미에 대한 절망이 복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신 앞에선 말을 잃습니다 美란 사람을 절망케 하는 것 절로 쉬어지는 한숨이 있을 따름입니다 관세음보살 당신의 모습을 저만치 보노라면 어느 명공의 솜씨인고 하는 건 통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만 어리석게 허나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은 저도 그처럼 당신을 기다리는 단 한 편의 완미한 시를 쓰고 싶은 것입니다 구구절절이 당신의 지극히 높으신 덕과 고요와 평화와 미가 어리어서 한 궁필의 무게를 지니도록 그리하여 저의 하찮은 이름 석자를 붙이기엔 너무도 아득하게 영묘한 시를 이 시에서 우리는 박희진 시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덕과 고요와 평화와 미가 함께 어우러진 관음상과 같은 세계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그의 시적 이상이라 할 수 있겠는데, 역설적인 것은 그의 이 열망이 간절해지면 간절해질수록 그는 절망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미란 사람을 절망케 하는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한 그가 말을 잃는다는 것과 완미한 시를 쓰려고 한다는 것은 얼마나 모순된 것인가. 그러나, 그의 극기는 여기서 비롯된다. 극기란 이 절망과의 싸움이며 또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 특이한 것은 그의 시에 드러나는 관능적 세계가 무덤과 해골과 뼈로 드러난다는 점인데, 이는 50년대 그가 체험했던 6·25 동란의 처절한 기억이 발발한 청년의 관능에 부딪힌 결과 섬광처럼 일어나는 시적 형상화가 아닌가 한다. 참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과 참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그에게는 하나로 존재하고, 여기서 뿜어내는 에너지가 그의 시적 열망으로 변용된다는 것은 그의 시를 해명하는 흥미로운 단서가 될 것이다. (……) - ‘극기와 집중의 구도자적 시학’, 최동호, <박희진 전집>, 박희진, 시와진실, 2004
작가의 말
(……) 한국 시인 일반의 공통된 약점으로 흔히 거론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쉽게 늙고 만다는 것, 다른 하나는 사상성의 박약이다. 조로 현상은 근자에 와서 다소 극복된 느낌이 있다. 그러나 사상성의 빈곤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 상태라 여겨진다. 신시의 선구자 김소월 이래 지난 100년 동안 한국사회는 시의 주제 내용이나 표현 면에서 갖가지 계발과 실험과 확충을 통해 괄목할 만한 시의식의 신장을 이룩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 현대시의 위대한 성취로다 하고 세계에 내세울만한 시업이 있었는지, 그것은 좀더 두고 볼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어찌하여 현대 한국시엔 그만한 자신이 결여되어 있는 걸까? 여러 관점에서 그 원인을 분석 검토해 볼 수 있겠지만, 핵심을 찔러 한마디로 말하건대 그것은 시인의 자기 추구 정신이 치열하지 못한 데에 있다고 할 것이다. 대상을 향한 시인의 자기추구 정신의 발현, 그것이 곧 여기서 말하는 사상성인 것이다. 또는 무엇인가를 형성해 보려는 시정신의 발현이라고 하여도 좋다. 시란 무엇인가? 언어란 무엇인가? 미란 무엇이고 표현이란 무엇인가? 시인으로서 내겐 과연 표현에 값할 만한 내용이 있는가? 시대, 사회, 역사, 문화란 무엇인가? 오늘을 사는 한국 시인으로서의 운명과 사명은 어떻게 정진해야 바람직한 일치에 도달할 수 있겠는가? 더 이상 열거할 필요는 없으리라. 이러한 갖가지 문제들과의 필연적인 만남 없이, 진지한 대결 없이, 시인은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은 자명한 이치인 것이다. 만약 시인이 대결을 회피하면 전진은 고사하고 대뜸 무기력과 침체의 늪 속에 함몰하게 될 줄 안다. 시인의 함몰은 시의 종말이다. 시인이 부단히 자기혁신의 노력을 지속해야 시는 무궁무진 개화, 결실하는 찬란한 영광을 누리지 않겠는가. 시인은 특히 죽을 때까지 기꺼이 공부하는 사람이라야 한다. 그러한 적극적 창조적 노력을 가능케 하는 것이 시인의 사상성, 즉 좀더 강력하고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의 실현을 위한 자기계발의 갖가지 정신적 모색인 것이다. 앞에서 열거한 근원적 문제들이 그러한 모색의 드러남이겠는데, 그것들의 해결은 일조일석에 되는 일이 아니다. 평생을 두고 수없이 거듭거듭 반추할 수밖에 없는 화두와도 같은 것! 화두란 삶의 에너지라 볼 수 있다. 자기 능력의 극한을 추구하는 사상의 힘 자체라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화두를 평생 천착할 힘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인 줄 안다. 나의 시작 생활이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에 들수록 더욱 왕성하고 풍요한 전개를 보이는 것은 바로 이 화두를 평생 놓지 않고 추구해온 까닭이 아닐까. (……) -‘자서’, 박희진, <박희진 전집>, 시와진실, 2004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박희진 전집>, 박희진, 시와진실, 2004 <한국현대시연구>, 김용직, 민음사,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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