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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캐꽃

작품명
오랑캐꽃
저자
이용악(李庸岳)
구분
1940년대
저자
이용악(李庸岳)
생애(1914~1971)
1914년 11월 함북 경성 출생. 그의 집안은 여러 대에 걸쳐 국경을 넘나드는 상업에 종사했으며, 줄곧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성보통학교를 거쳐 1938년 도쿄(東京)에 있는 조치대학(上智大學) 신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35년 <신인문학>에 <패배자의 소원>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조치대학 재학시절 김종한과 동인지 <이인(二人)>을 펴내기도 했다. 1939년 귀국해 <인문평론> 편집기자로 근무했고, 1942년 6월까지 <조선일보>, <춘추> 등에 시를 여러 편 발표했다. 8·15 해방 후 중앙신문 기자로 있으면서 1946년 2월 8~9일 조선문학가동맹이 개최한 제1회 전국문학자대회에 참가한 인상기를 남겼다. 같은 해 3월 윤곤강과 조선문학가동맹 중앙집행위원회 시부(詩部) 위원으로 활동했다. 6·25 전쟁 중 월북하여 1952년 조선문학동맹 시분과 위원장, 1956년 조선작가동맹 출판사 부주필 등을 역임했다.
주요작품 및 작품세계
1935년 <패배자의 소원>으로 등단한 이후, 초기에는 일제의 수탈로 황폐해진 고향을 배경으로 한 <북국의 가을>(1935), <두메산골>(1939) 등을 발표했고, 이어 만주 등지를 유랑하는 한민족의 피폐한 삶을 탁월한 시어로 형상화한 <오랑캐꽃>(1939), <전라도 가시내>(1940) 등을 발표했다. 1937년 첫 시집 <분수령>을 발간하였고, 이듬해 두 번째 시집 <낡은 집>을 도쿄에서 간행하였다. <분수령>에서는 시인 자신이 체험한 가혹한 가난과 고통을 형상화하여 민중시적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시집에 이르러 종전의 거칠고 직설적인 토로가 육화된 언어로서 독자적인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처럼 그는 초기 소년시절의 가혹한 체험, 고학, 노동, 끊임없는 가난, 고달픈 생활인으로서의 고통 등 자전적 체험을 일제강점기 유이민의 참담한 삶과 궁핍한 현실로 확대시켜 뛰어난 서정시로 읊었다. 해방 후 발간된 세 번째 시집 <오랑캐꽃>(1947)은 민중들이 무한히 공감할 수 있는 전형적인 비분애수를 더 심화한 경지에서 솜씨있게 형상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의 시는 주로 강한 의지력, 침통한 정조, 예민한 감수성과 풍부한 사상성을 겸비한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으며, 8·15 해방 후에는 새나라 건설로의 열려진 가능성과 투쟁을 노래한 <거리에서>(1946), <빗발 속에서>(1948) 등을 발표해 민족시의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기도 했다. 월북 후에도 북한의 <조선문학>에 시 <석탄>, <어선 민청호>, <격류한다 사회주의에로> 등 작품활동을 계속하였고,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실현한 유명한 서정시 <평남관개시초>(조선문학, 1956)와 가사 <땅의 노래>(문학신문, 1967) 등을 발표했다. 1940년 발표된 작품으로 1939년부터 1942년까지 이용악의 일제말기 창작활동이 정리되어 있는 시집 <오랑캐꽃>(1947)의 표제작이기도 하다. 시인은 오랑캐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이 오랑캐꽃으로 불리며 설움을 겪는 아름답고 조그마한 들꽃에 연민의 시선을 보낸다. 흔히 이 시에서 오랑캐꽃은 우리 민족이 처한 망국민의 비애를 표상하는 것으로 이해되곤 한다. 물론 시인의 가슴 속에 깔려 있던 망국민으로서의 비애가 불쌍한 오랑캐꽃에 투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랑캐꽃은 나라 잃은 우리 민족의 은유로 보기보다는 가혹한 역사의 변두리에서 이유없이 설움과 고통을 당하며 살아야 하는 왜소한 존재 일반을 표상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온당하다. 즉 이 시에서 오랑캐꽃은 핍박받는 존재의 보편적 표상이 되며, 그럼으로써 이 작품은 당시 고난을 겪던 우리 민족의 정서를 함축하면서도 높은 시적 성취와 시대를 뛰어넘는 호소력을 지니는 시가 된다. 서정주가 이용악을 회고하며 가난 속에서도 ‘민족적인 토착정서’를 바탕으로 망국민의 절망과 비애를 잘 표현한 시인으로 평가한 것은, 상당부분 <오랑캐꽃>과 같이 밀도 높은 비유적 암시성과 순도 높은 서정성을 획득한 시의 성과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 <한국대표시인초간본총서: 오랑캐꽃>, 이남호 편, 열린책들, 2004(······) 오랑캐꽃은 요즘 제비꽃이라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꽃의 다른 이름이다. 지방에 따라 오랑캐꽃말고도 앉은뱅이꽃, 병아리꽃, 씨름꽃, 봉기풀, 장수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이 자주색꽃은 흔하디 흔한 야생화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꽃의 하나일 것이다. (······) 시인 이용악은 이 가녀리고 아름다운 들꽃에 붙여진 당치않은 이름을 애석하게 생각하며 꽃을 대신하여 그것을 슬퍼하고 있다. 꽃의 뒷모양이 머리채를 드리운 오랑캐의 뒷머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 민간어원론의 구전 내용을 소개한 후 그 무고함과 억울함을 노래하고 있다. (······) 시에 나오는 오랑캐는 고려조에 우리의 함경도에 잠입해들어와 판도를 넓혔다가 12세기에 윤관에게 토벌을 당하였던 이른바 생여진(生女眞)족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윤관이 대첩하여 함주(咸州) 등 구성(九城)을 쌓고 한때 그 지역을 평정하였으나 결국 다시 내어주고 말았다고 역사책은 전해주고 있다. “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란 대목은 역사에 나오는 윤관의 대첩과 관련되는 전승일 것이다. (······) 어쨌든 이 첫머리의 4행은 고려군사에게 쫓기어 아마도 두만강 건너로 패주해가는 여진족의 모습을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고려의 여진족 정벌 이후 많은 세월이 흐른 것을 시인은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백년이 몇백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라고 노래한다. 흐르는 구름과 흐르는 세월은 흐름이라는 매개항을 통해서 수사적으로 동일선상에서 처리되어 있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만만치 않은 기술적 처리이다. “무지무지”, “골짝 골짝을”과 같은 되풀이는 이용악이 선용한 어법으로 운율을 성공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 자민족주의의 산물이기 때문에 오랑캐란 말은 상종 못 할 야만인이라는 함의를 진하게 풍기고 있다. 따라서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은 꽃을 오랑캐꽃이라 부르는 것은 애매한 무고라고 할 수도 있다. 여진족은 반수렵 생활을 했고, 따라서 활을 잘 쏘았으며 짐승의 털로 ‘메투리’를 삼아 신었다. 돌가마는 우리가 얘기하는 ‘돌솥밥’의 그 돌솥이다. (······) 모두 오랑캐의 풍습과 관련된 생활용품으로서 그 부족과 꽃이 무관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기능적으로 동원되고 있다. (······) 사람들은 여러 사람 앞에서 우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방 안이나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서 우는 것이 보통이다. (······) “두 팔로 햇빛을 막아”준다는 것은 남몰래 눈물 흘릴 잠정적 프라이버시의 공간을 마련해주겠다는 뜻이다. 그러니 크게 실컷 울어보라고 시의 화자는 권면한다. 서투른 시인일 것 같으면 오랑캐꽃을 앞세워서 ‘오랑캐꽃이여! 울어라’ 하고 큰소리로 외쳤을 것이요, 실제로 그러한 투의 시가 적지 않다. 오랑캐꽃이 마지막 끝자락에 놓임으로 해서 이 시는 단연 빛나고 있다. 이 작품은 정당화될 수 없는 사회적 핍박과 소외란 주제가 암묵적으로 시사되어 있는 수작이다. 오랑캐꽃에 의탁해서 정당한 사유 없이 핍박당하는 변두리 피차별자의 설움과 소외경험을 공감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 주제를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또 추상적 관념으로 흐르지 않은 채 사회의 병리적 국면을 시적 직관으로 포착하고 있다. 그것은 강한 자에게 자진해서 보비위하지만 약자에겐 가학적 차별을 가하려는, 억압적인 사회에서 더욱 무성해지는 이른바 권위주의적 성격의 집합체인 사회에서 개인이 경험하게 마련인 집단적 강제의 메커니즘에 대한 서정적 고발이요 항의이다. 이러한 경험이 일제 식민지 체제 아래에서 첨예하게 자각되었으리라는 것은 췌언의 여지가 없다. (······) <분수령>과 <낡은 집>에서 이용악이 전경화시켰던 식민지의 경제적 궁핍과 고향 상실이란 난경은 이제 ‘오랑캐꽃’이라는 고도의 암시성을 지닌 표상 뒤로 물러나면서 더욱 견고한 시적 공감의 대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시적 성취는 시집 <오랑캐꽃> 속의 몇몇 시편에 보이는 근접 비의(秘義)의 세계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적정한 표상의 선택을 통해서 시사되는 이념은 고유한 비의적 세계로 나아가게 마련이고 그것은 이념의 쇠약이 아니라 작품 성숙의 징표라는 것이 문학, 특히 서정시 고유의 내적 변증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오랑캐꽃>을 망국민의 표상으로 읽는 것은 우리에게 문학적 저항의 긍지를 안겨주기도 하고 민족적 자기 연민과 자괴감을 통한 민족의 재인식을 고취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랑캐꽃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호소력을 국지화시켜 상대적으로 왜소화시키는 측면도 있다. 오늘날에도 이용악의 ‘오랑캐꽃’은 약소민족이나 소외계층, 사회적·문화적 소수파의 표상으로서 각별한 울림을 가질 수 있다. (······) - ‘식민지 현실의 서정적 재현’, 유종호, <다시 읽는 한국시인>, 문학동네, 2002
작가의 말
<오랑캐꽃>을 내놓으며 여기 모은 시는 1939년부터 1942까지 신문 혹은 잡지에 발표한 작품들이다. 초라한 대로 나의 셋째 번 시집인 셈이다. 1942년이라면 붓을 꺾고 시골로 내려가던 해인데, 서울을 떠나기 전에 시집 <오랑캐꽃>을 내놓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듬해 봄엔 모 사건(某事件)에 얽혀 원고를 모조리 함경북도 경찰부에 빼앗기고 말았다. 8·15 이후 이 시집을 다시 엮기에 1년이 더 되는 세월을 보내고도 몇 편의 작품은 끝끝내 찾아낼 길이 없어 여기 넣지 못함이 서운하나, 위선 모여진 대로 내놓기로 한다. 끝으로 원고 모으기에 애써주신 신석정 형과 김광현·유정 양군에게 감사하여 마지않는다. (1946년 겨울) - <오랑캐꽃>, 이용악, 아문각, 1947
관련도서
<이용악 시 전집>, 창작과비평사, 1988 <한국대표시인초간본총서: 오랑캐꽃>, 이남호 편, 열린책들, 2004 <다시 읽는 한국시인>, 유종호, 문학동네, 2002 <이용악 시 연구>, 감태준, 문학세계사, 1991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출판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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