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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그고 나누니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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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12.

‘김치’가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히나 했더니 ‘김장’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었다. 왠지 벅차고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김치가 우리 안에서는 어떤 의미일까? 어릴 때는 달갑지 않다가도 어른이 되면 어느덧 밥상머리에서 빠지지 않은, 때로 밥보다 친근한 존재가 되는 걸 보면 한국인에게 김치는 일개 반찬이 아니라 생명을 주는 ‘음식’, 그 자체일 것이다.

담그고 나누니 즐겁지 아니한가!

담그고 나누니 즐겁지 아니한가!
- 김치와 김장 -


 

 

‘김치’가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히나 했더니 ‘김장’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었다. 왠지 벅차고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김치가 우리 안에서는 어떤 의미일까? 어릴 때는 달갑지 않다가도 어른이 되면 어느덧 밥상머리에서 빠지지 않은, 때로 밥보다 친근한 존재가 되는 걸 보면 한국인에게 김치는 일개 반찬이 아니라 생명을 주는 ‘음식’, 그 자체일 것이다.

 

 

 

매년 김장철에 열리는 김치 축제는 문화 체험의 장이면서

나눔의 장이기도 하다. ⓒ 문화재청

 

 

음식(飮食)이란 무엇인가? 사람의 생명 유지와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필수 요소이니 더없이 소중하고 귀한 것이다. 오죽하면 ‘먹고산다’는 표현이 있을까. 그뿐인가. 음식에는 지리적 특성은 물론 민족성과 역사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음식만 봐도 한 민족이 지나온 시간과 살아가는 순간을 엿볼 수 있는 이유다. 때문에 한 나라의 음식을 맛보는 것은 문화의 정수를 체험하는 것과 진배없는 것이다. 우리 음식 중에서는 김치의 경우가 그렇다. 한국인은 ‘밥심’이라지만 그 힘을 받쳐주는 음식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김치 아닌가. 물론 시대가 변하여 반찬으로서의 중요도와 비중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지만 아삭하게 맛이 든 김치 한 보시기는 별다른 찬거리 없이도 한끼를 배불리 채우게 하는 여전한 밥상 위의 보배다.

 

 


세계의 주목을 받는 김장문화, 마트에서 골라먹는 김치쇼핑

 
예전 구휼 식품이 오늘날 웰빙 식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 전통 음식이나 재료가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그 중에서도 김치는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수년 전 미국의 건강전문지인 <헬스>에서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꼽더니, 급기야 2013년 12월에는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지 않았는가.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것도
가족과 이웃, 친지가 모여 품앗이하는 김장 문화에 깃든 어우러짐의 미덕과 나눔의 정신 때문이다.
ⓒ 문화재청

 

 

유네스코는 우리의 김장을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Making and Sharing Kimchi)’ 문화로 높이 평가했다. 한국의 김장은 일 년의 준비 기간을 가진다.  봄부터 젓갈을 준비하고, 여름 동안 소금과 고추를 말려두었다가 늦가을이 되면서 마침내 겨우내 먹을 ‘김장’이 시작된다. 이때는 가족, 친지, 혹은 마을 공동체가 한자리에 모여서 김치를 담그거나 집집마다 돌아가며 품앗이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공동체의 힘을 빌어 만든 성과물을 또 모두가 공유하는 전통이야말로 진정한 인류의 유산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국제적인 평가와 달리 우리의 현실은 조금 각박해졌다. 사계절 내내 백화점과 마트는 물론 동네 편의점에서도 김치를 사먹을 수 있는 풍요와 간편의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여럿이 모여 함께 담그던’ 김장은 이제는 겨울 채비로서의 의미보다는, 메마른 일상에서 특별한 재미를 찾는 현대인의 이벤트로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주부에게는 고된 연중행사라는 부정적 숙제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 문화 아니던가. 우리의 삶의 방식이고 가치관인 문화란 존재는 늘 변화하고 진화하는 법. 요즘은 김장이 놀이의 주제이자 봉사의 의미로, 고된 노동에서 즐거움과 나눔의 미덕이 공존하는 현장으로 가치를 더하고 있다. 김장 때마다 공공기관이나 봉사단체에서 대단위의 김장 이벤트가 이웃돕기까지 이어지는 것도 이런 전통의 계승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치는 좋은 재료를 찾고 준비하는 것이 절반은 된다.

그래서 김장철의 새벽 시장은 더욱 서둘러 시작될 수밖에 없다. ⓒ 문화재청

 

 

 

잘 만들어 먹지는 않더라도, ‘반드시 먹게 되는’ 김치


세계김치연구소 박채린 박사에 의하면 김장 문화뿐 아니라 오늘날 김치도 음식 자체보다 문화자산으로서 그 가치와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김치와 홍삼 등 전통상품을 대한민국 고유의 브랜드로 키울 수 있도록 유무형의 문화상품 전반에 대해 ‘우수문화상품 인증마크’를 도입·확대한다는 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

 

“김치, 된장, 고추장, 젓갈, 막걸리 등 다양한 민족고유음식(또는 민족음식) 중에서도 유독 김치를 ‘민족대표음식’이라 부르는 것은 민족적 정체성과 일체감을 유발하고, 그 대표성이 구성원들에게 수용되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반찬으로서의 중요도와 가치는 세대와 개인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사회적 필수성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치는 반드시 잘 만들어 먹지는 않더라도,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요. 그 덕분에 집에서 직접 담는 김치는 정성 가득한 고급 음식 선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오늘날 김치는 누구나 늘 먹던 필수 반찬에서 주요 문화 소비재로 가치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우리 대표 ‘국민음식’이 박제된 문화유산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밥상 위에 늘 자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직접 담근 것이라야 한다. 감각이 옅어지면 문화도 사라질 것이다. 그 옛날에는 모든 상차림에 다 올라 첩수에도 포함시키지 않던 기본 중의 기본인 찬으로, 오늘날에는 집집마다 김치 전용 냉장고가 있을 정도로 친숙한 민족 고유의 음식이니 이것 하나쯤은 담가 먹어야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답지 않겠는가. 손맛 좋은 어머니와 음식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기를, 김치란 의외로 쉬운 음식이라는 것이다. 김치를 당연히 사먹는 것으로 생각했다면 일단 생각부터 고쳐먹자. 나를 위해 혹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의 생명 활동을 위해 들이는 시간과 비용과 노력은 아무리 많다 한들 그것이 어찌 낭비일 수 있겠는가. 천하도 생명보다는 가벼운 법이다. 망치더라도 시도해보면 어떻겠는가! 감각도 자꾸 해봐야 는다.

 

 

 


김장은 농부의 정성에서부터 시작된다. 속이 알차고 고소한 배추를

수확하기까지 농부는 하루도 쉴 틈이 없다. ⓒ 문화재청

 

  

 

김치란, 의외로 쉬운 음식이다!


밥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김치라고 설파하지만, 김장이 어디 의욕만으로 되는 일인가? 이에 대한 해답으로 ‘정부지정 전통식품 명인 58호’ 이하연 김치명인은 좋은 재료를 적당히 간하고, 숙성 온도를 맞춰 주면 미생물이 다 알아서 맛을 내기 때문에 그리 어려울 것이 없다고 강조한다.

 

“어떤 재료로 누가 어떻게 담그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는 것이 김치의 매력입니다. 채소와 소금, 고춧가루 등 기본 재료를 좋은 것으로 사용하는 것은 맛있는 김치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요소이면서 시판 김치가 집에서 담근 김치만 못한 이유입니다. 꼭 배추김치만 고집할 필요도 없습니다. 배추가 김치의 대명사처럼 여겨지지만 1년에 담그는 대표 김치 수만 해도 스무 가지가 넘을 정도로, 재료에는 한계가 없다. 본디 김치란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음식이라서 그렇습니다. 제철에 나는 채소와 나물, 산야초까지 모두 훌륭한 김치 재료이니 다채롭게 담가 먹는다면 다양한 김치를 즐기면서, 김장철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입니다.”

 

봄에 나는 쑥, 달래, 씀바귀는 깔깔한 입맛을 돋우고, 여름에도 열무와 오이, 양배추만 있으면 맛있는 김치를 담글 수 있다. 김치 재료가 풍성한 가을이나 겨울은 말할 것도 없고 매일 먹는 김치 맛이 물린다 싶을 때 조금만 아이디어를 내면 전혀 색다른 김치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곧 김장철이다. 다양한 레시피와 재료의 한계성이 없는 것이 뜻밖에도 김치이니 자, 용기를 내어보시길. 혼자가 어렵다면 여럿이 함께 하고, 조금 서툴더라도 내 손으로 직접 김치 한두 개쯤 이웃과 나눈다면 그 또한 세계가 인정하는 김치와 김장 문화에 깃들어 있는 어우러짐의 미덕과 나눔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바로 문화 지킴이다.   

 

 

- 작성자 : 신민주(푸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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