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의 반란…내 발에 맞는 유리구두 어디 있죠?
어린 시절 동화 신데렐라를 읽으며 가슴 설레었던 여성분들 많으시죠? 지금도 여전히 여자 아이들은 신데렐라가 유리구두를 신고 변신하는 모습에 흥분하죠. 아슬아슬하게 왕자님과 엇갈린 신데렐라를 보면서 속상해하고, 유리구두로 다시 재회하는 장면은 영원한 로맨스죠. 세기를 넘어선 불멸의 사랑, 당신은 발에 딱 맞는 유리구두를 신고 계시나요?
많은 여성분들이 어릴 때 꿈꾸던 유리구두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결혼하면서 그 유리구두를 잃어버리신 분이 많죠. 살다보면 어느 새 유리구두를 꿈꾸던 시절은 까맣게 잊어버려요. 가끔 생각나도 코웃음치며 넘기시는 분 많죠. 숨겨두었던, 그동안 잊고 살았던 유리구두를 꺼내 신어 보세요. 여성분들의 꿈이 꼭 이뤄지길 바라며 이번 포스팅을 시작합니다.
극단 유리구두가 있습니다. 주부들로 구성된 연극배우들의 모임입니다. 역사가 무려 20년이 넘었다고 하네요. 식구를 뒷바라지하는 주부들에게도 일탈할 권리가 있잖아요. “내 인생을 사는 시간이 극단 유리구두 소속 배우로 연극무대에 서는 순간”이라고 외치는 손영실 씨를 만났습니다.

극단 유리구두는 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주부극단이다. 사진은 극단 유리구두의 공연 모습 / 제공 극단 유리구두
취미모임이 일을 내다
1993년 A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운영했던 연극반이 극단 유리구두의 모태라고 해요. 1999년 A백화점을 떠나 강남문화원 연극교실에 터를 잡으면서 본격적인 배우의 길로 들어섰대요. 햇수로만 20년이 넘었네요.
그러나 주부가 배우를 겸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극단 유리구두의 창단 멤버 중 남은 사람은 손영실 씨뿐입니다. 손영실 씨는 극단 유리구두 회장으로 활동할 만큼 20년 동안 열정으로 뛰고 계시죠.
“20여 년 동안 수많은 주부님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갔어요. 그러나 그중에서도 극단에 남아 든든히 지켜주는 단원이 있답니다. 신입도 바위처럼 남아줄 것이고요. 저를 비롯한 극단 유리구두 연극단원들은 열정 그 자체로 영원할 거예요.”

극단 유리구두의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 중 / 제공 극단 유리구두
최근 극단 유리구두는 창단 20주년을 맞이해 특집작품 ‘뮤지컬 맘마미아’를 5개월 동안 연습했대요. 그 결과물은 지난 5월 1일과 2일, 강남구민회관 2층 대공연장에 올라갔고요. 그뿐 아닙니다. 2001년 공연한 ‘배비장전’은 전국주부연극제에서 대상인 ‘문화관광부 장관상’도 받았답니다. 뮤지컬을 소화하는 주부극단으로 널리 인정받은 거죠. 그 외에도 공연작품은 많답니다. 자세한 내용은 극단 유리구두 카페(cafe.daum.net/kangnamtheatre)에서 볼 수 있어요.
만약 극단 유리구두에 가입해 배우로 활동하고 싶다면 카페에 가입하세요. 성격이 내성적이거나 다른 사람 앞에서 말을 잘 못하는 주부님도 환영한답니다. 출산 후 몸매 관리에 걱정이신 주부님에게도 극단 유리구두를 추천해요. 안무와 연기를 하면 저절로 몸과 정신이 건강해진답니다.
극단 유리구두의 연습실은 2호선 선릉역 1번 출구에서 직진하면 만날 수 있답니다. IBK기업은행이 있는 건물의 7층으로 오시면 극단 유리구두 연습실이 있어요.
열정과 다른 느린 걸음
손영실 씨의 개인적인 소원은 ‘프로 데뷔’입니다. 또한 극단 유리구두가 안정되길 바라고 있죠. 그러나 주부극단에게 현실은 매몰차요. 처음엔 공연장을 마련하지 못해 애먹었고 극단 운영비를 마련하는 것도 빠듯했죠. 지방자치단체 지원금, 공연 프로젝트를 제출해 합격하면 받는 공연금 등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고 해요. 그래도 손영실 씨는 극단 유리구두를 포기할 수 없답니다.
왜냐하면 극단 유리구두는 여성, 아니 주부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마법 같은 공간이거든요. 꽃다운 시절 결혼해 아이를 낳아 열심히 기른 우리의 어머니들. 시간이 지나면 우울증의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남편은 회사 일로 바쁘고, 자녀는 혼자 큰 줄 알죠. 폐경 등 육체적 변화까지 주부를 힘들게 합니다. 그래서 극단 유리구두에는 중년 여성이 많았다고 해요.
극단 유리구두에서 활동하는 주부는 스트레스 해소와 자아실현,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 제공 극단 유리구두
지금 극단 유리구두의 문을 두드리는 주부는 더 젊어졌습니다. 자녀가 학교와 학원에 간 사이, 자신의 꿈을 찾아 극단 유리구두에 오는 거죠. 손영실 씨는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 귀가 시간이 늦어서 불만이었던 가족이 공연날 큰 감동을 받는 경우가 있어요. 육아 스트레스로 말이 없어진 와이프가 극단 유리구두에 나온 이후 활발해져서 행복하다는 남편분도 만났답니다”며 극단 유리구두 활동이 주부에게는 힐링캠프임을 강조했어요.
“유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아세요? 모래알 속의 유리 성분의 작은 알맹이를 모아 함축하고 크리스탈처럼 투명해질 때까지 갈고 닦아요. 극단 유리구두는 조심스럽게 한걸음, 한걸음 목표를 향해 걸어가자는 의미로 지었어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덕에 한 번에 기억해주셔서 더 좋죠.”
그러나 극단 유리구두는 매번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 공연 프로젝트를 수주해 받은 공연금으로 간신히 운영되고 있대요. 심지어 처음에는 본인 출연료를 내면서 무대에 올랐대요. 손영실 씨가 든든한 지원군을 기다리고 있다고 귀띔하네요.
그래도 극단 유리구두는 앞날만 생각합니다. 재능나눔정신으로 문화소외지역 공연, 다문화가정돕기 순회공연 등을 계획합니다. 프로극 못지않은 실력과 봉사정신으로 중무장한 극단 유리구두. 과연 주부에게 꿈은 무엇일까요. 오늘 집에 가셔서 어머님께 여쭤 보세요.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는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