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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지

    작품소개
    개요 1971년 봄 <창작과비평>에 발표된 황석영의 단편소설.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던 1970년대 노동자의 노동과 투쟁의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노동소설의 문을 연 작품으로 꼽힌다. 대자본 육성과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 위주라는 파행적인 산업정책으로 인하여, 1970년대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비인간적인 근로조건을 감수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황석영은 이 작품에서 간척공사장의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과정을 짜임새 있는 구성과 사실적이고 긴박한 문체로 묘사함으로써, 산업화에 따른 현실적 모순과 열악한 노동자의 생활 및 그에 대항하는 민중의 저력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이 작품이 뛰어난 문학적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인 차원의 행위가 집단적인 행동으로 전화되는 과정을 도식적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내면 상황에 따른 미묘한 움직임을 기민한 통찰력으로 포착해 낸 점에 있다. 그는 무모한 관념적 선취를 절제하면서, 오히려 한 개인을 계급의 대표자보다는 자신의 계층을 뛰어넘고 상승하려는 폭넓은 상상력을 지닌 인간으로 파악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탐구를 추구하고 있다. 그리하여 <객지>는 소외된 민중의 비참한 생활상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탐구와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데 이르며, 이것은 바로 한 시대의 모순을 총체적으로 표출한 작가 정신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 어느 바닷가 간척 공사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노동쟁의를 벌이다 쫓겨나게 되고, 새로 여러 명의 노동자들이 합류한다. 동혁은 그 중 한 명으로 ‘5함바’에 속하여 일을 하는데, 처음 듣던 것과 달리 노임도 싼데다가 십장의 착취까지 더해져 노동자들은 도리어 빚에 시달리게 된다. 일을 하던 중 부상을 당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사 측은 깡패들을 동원해 감독조를 구성하고 노동자들의 불만을 강압적으로 억누른다. 동혁은 대위 등과 함께 노동쟁의를 준비한다. 마침 국회 답사단이 오기로 되어 있어 그 기회를 이용하기로 하는데 그러던 중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와 순식간에 쟁의가 일게 된다. 하지만 회사 측의 회유 공작으로 노동자들이 동요하여 결국 쟁의는 실패로 돌아간다. 동혁은 극한적인 행동을 하려는 각오를 한다.
    저자
    황석영(黃晳暎, 1943~) 1943년 1월 4일 만주 신경 출생. 경복고를 중퇴했다. 고교 재학 시절인 1962년 11월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입석부근(立石附近)>이 입선되면서 등단하였고,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탑>이 당선되었다. <객지>(1971), <한씨 연대기>(1972), <삼포 가는 길>(1973), <장사의 꿈>(1974), <무기의 그늘>(1983~1987), <오래된 정원>(2000), <손님>(2001) 등을 발표하면서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해 왔다. 특히 대하소설 <장길산>을 1974년부터 착수하여 10년 만에 완간함으로써 민중작가의 면모를 확고히 했다. 그는 한국의 현실을 ‘전국토적, 전민족적 실향상태’라고 규정할 만큼 어떤 의미에서건 삶의 터전을 박탈당한 실향민의 이야기를 지향해 왔다. 그에게 고향이란 단순히 태어나고 자란 곳이 아니라 연대감으로 결속된 공동체적 삶을 표상하며, 이러한 지향성은 사회구조적 모순을 주변인 혹은 국외자들의 삶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 작가의식의 주축을 이룬다. 황석영의 작품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유형은 근대화 과정, 혹은 군대제도나 전쟁 등의 상황에 의한 인간성 상실 및 삶의 황폐화를 다룬 작품들로서, 소외된 인간들이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고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탑>, <낙타눈깔>(1972), <한씨 연대기>, <섬섬옥수>(1973), <삼포 가는 길>, <장사의 꿈>, <북망, 멀고도 고적한 곳>(1975) 등이다. 둘째 유형은 개인을 물화시키고 인간미를 상실케 하는 조건에서도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인물들을 통해 훼손된 가치를 극복하고자 하는 <객지>, <돼지꿈>(1973), <몰개월의 새>(1976) 등이며, 특히 <객지>는 집단적인 노력으로 현실을 개조하려는 투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셋째 유형으로는 역사소설 <장길산>을 들 수 있다.
    리뷰
    (……) 현실을 지배하는 경제적 가치관과 예술이 추구하는 심미적이고 윤리적인 가치관 사이의 대립의 일상적 치환이 바로 황석영의 많은 작품들에 있어 표면으로 노출되는 반항과 부정의 참된 의미이다. 이 같은 대립 관계에 있어 예술이 추구하는 가치의 보편성에 대한 확신으로부터 황석영의 작가적 특성이 비롯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강하게 표명된 작품에서조차도 반항은 어떤 현실적인 이익의 획득을 위한 행위라는 좁은 의미의 틀을 벗어난다. 가령 <객지>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현실적 정의의 승리가 아니라 사적 정의에 대해 작가가 보여주는 경사이다. 부당한 방법으로 자기네들을 혹사하고 얼마 돌아오지 않는 품삯마저도 온갖 간교한 방법으로 착취하는 회사 측의 처사에 반발하여 노동자들은 쟁의를 벌인다. 단순하게 파악할 때 이것은 노사관계, 나아가서 좀 더 확대 해석하면 못 가진 자와 가진 자, 피지배자와 지배자의 대립 양상이라는 이분적 도식화가 가능하다. 이 중 어느 쪽이 현실적 악을 대변하고 있는가는 명백하다. 아무리 외따로 떨어져 있는 간척지 공사장이라고 하더라도 합리성에 근거를 둔 최소한의 노동 기준만큼은 지켜져야 할 것이라는 당위적 관점에서 볼 때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웃개일’을 얹어 노동자들을 가일층 혹사하는 회사 측은 현실의 악 그 자체이며 이에 반발하여 벌이는 노동자들의 집단 행위는 스스로 정의를 되찾으려는 도덕적 행동이라는 성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정(正)과 사(邪), 선과 악의 선명한 대립을 바탕에 깔고 있으면서 <객지>는 동일한 현실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과 그 배후에 자리 잡고 있는 이해 관계를 교차시켜 현실의 이면에 위치하는 치부를 노출시킴으로써 노동자들의 행위에 한결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있다. 그러나 <객지>의 이 같은 구성은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이 벌이는 쟁의의 동기를 점차 약화시킴으로써 소설적 긴장을 해체시킨다는 역작용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꼭 내일이 아니라도 좋다.’는 마지막의 동혁의 다짐은 <객지>가 취하고 있는 반(反)클라이맥스 구조가 도달하는 필연적 귀결이다. <객지>와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야근>에서 쟁의를 벌이고 끝내 자기네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고야 마는 기능공들의 적극적 태도에 비교해 볼 때 <객지>의 결말은 일견 맥 빠진 듯한 느낌을 주기에 알맞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서 황석영의 진정한 관심의 소재가 어디인가가 분명히 드러난다. ‘개선을 위해 쟁의를 해야지 원수 갚은 심정으로 벌이다간 끝이 없어요.’ 라는 동혁의 말에서 그 편린을 엿볼 수 있듯 작가의 진정한 관심은 현실을 두 개의 세력으로 분리시켜 보았을 때 그 한쪽씩에 각각 위치하는 세력들 사이의 자리바꿈이 아니라 그들 모두를 같은 보편적 삶의 기반 위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라는 신념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객지>가 보여주는 결말은 상이한 여러 시각의 종합을 통해 추출된 필연적 귀결이라는 점 때문에 현실의 이분적 파악이 자칫 조장하기 쉬운 계층 간의 위화감 대신에 폭넓은 휴머니즘으로 확대되어 나간다. (……) 황석영의 작중 인물들은 대부분 가난하다고 하더라고 반드시 한 군데 정착해서 살아야 할 필요는 없는 직업을 갖고 있는 인물들로 그려져 있다. 그들은 작가나 예술가(<한등>, <가객>)이거나 또는 작부, 품팔이 노동자(<객지>, <삼포 가는 길>, <몰개월의 새> 등)이거나 군인들이다. 군인에 대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논의가 복잡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논외로 치더라도 나머지 직업을 가진 인물들은 어떤 필연에 의해 반드시 그곳에 처해 있지 않아도 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자기 의사에 따라 얼마든지 옮겨 다닐 수 있는, 그런 의미의 자유로움을 가진 인물들이다. 그렇지만 실제 현실에서 직장을 중심으로 한 생활이란 결코 이렇게 자유롭지 않다. 또 반드시 물질 숭배에 현혹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일을 찾아 도시로 몰려들게 되는 것이 오늘날 사회 구조의 실상인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작가 스스로 한적한 시골로 이사해 살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작가 자신의 이 같은 행적은 일견 삶의 실제와 문학적 이념을 일치시키려는 고귀한 의지의 발로라 할 수도 있겠으나, 작가의 현실관의 경직을 초래할 위험 인자를 내포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현실적 관심의 전면에 내세워 강조하는 어떤 보편적 삶의 가치(우리가 통틀어서 예술적 가치라 부른)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나,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그 가치가 현실적 가치와 대립됨으로써만 그 진정성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오히려 현실적 가치와 끊임없는 긴장관계를 유지할 때 보다 값진 것이라는 사실일 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은 경제적, 물질적 관심마저도,예술적 가치가 그러한 것처럼 공동체적 차원에서 해방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는 것일 때라야만 정당성을 지닐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아직 이 같은 이상과 많은 거리를 지니고 있고 또 이처럼 타락한 현실을 더욱 경직시켜 항구화하는 중요한 장애 요소가 바로 물질숭배라 보는 태도가 타당성을 지니는 한 황석영의 이 같은 발상은 삶의 진정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남는다. (……) 황석영에게 귀향의 이미지는 현실과 이상을 조화시키려는 작가의 종합 의지의 표현이다. 또 ‘고향’과 ‘객지’, 하늘과 땅 사이에 펼쳐진 상징 공간은 작가가 꿈꾸고 있는 상상적 현실의 무한한 폭을 함축하는 것이기도 하다. 거의 무한대로 펼쳐진 초월의 여정에 끊임없는 긴장을 불어넣는 것은 그의 많은 소설들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 단위로 놓여 있는 ‘깨달음’이 맡고 있는 몫이다. (……) 실제 작품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작가 자신의 실생활의 체험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가는 작가 자신의 창작 과정에 대한 다음과 같은 토로를 인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예를 들면, “<객지>는 내가 신탄진 공사장에서 체험한 것과 친구의 섬진강 간석지 공사장의 체험을 복합시켜 본 것이다. 또 <한씨연대기>는 모친의 구술을 토대로 한 것이며 <아우를 위하여>는 유년시절의, <이웃 사람>은 어느 기자의, <탑>은 월남에서의 철수 작전, <입석 부근>은 등반에서의, <삼포 가는 길>은 조치원에서 청주까지 걸어가는 어느 때의 기억에서, <돼지꿈>은 공업단지에서의 공원생활을 토대로” 등등이다. 체험과 작품 사이의 관계를 염두에 둘 때 우리는 황석영이 보여주고 있는 몇몇 이례적인 작품들에 대한 논의의 근거를 얻게 된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산국>, <철길>, <가화(假花)>, <고수(苦手)>, <밀실>, <야근> 등의 작품들을 가리키는데, 이 소설들은 과연 어떤 면에서 다른 작품들과 구분되는가? 그 결론을 미리 이야기하면 그것은 체험을 수용하는 방식상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작가 자신의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음으로 해서 작가의 삶의 관심에 뿌리박은 일관된 주제 속에 용해될 수 있었던 작품들에서, 체험은 미처 가공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인 채 작품의 소재가 되어주었다. 그 단편적 체험들에 작가는 아무런 조작도 가하지 않고 작품을 에피소드화하고 있으며, 이로써 그 체험 내용들의 파편적 의미를 통괄하는 이차적 의미가 비로소 한 작품의 통일적 의미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앞서 밝힌 <객지>의 구성은 이 같은 논의를 뒷받침해준다. (……) 황석영의 문학의 기초를 이루는 현실과 문학의 대립에서 현실은 문학이 지향하는 이상적 상태에 대한 결손을 지닌 것으로 나타난다. 문학은 그 결손을 메움으로써 현실이 스스로를 초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그러나 현실은 그 넘어서는 과정에서 또 새로운 결손을 저지르며 그때 문학은 또 새로이 개입하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현실과 문학은 서로 간에 논리적인 선후 관계 없이 마구 엉켜 있는 셈이 된다. 참으로 상상적인 문학은 현실로부터 유리되기는커녕 그것과 하나가 됨으로써 문학이 꿈꾸는 이상적 상태를 실현시킬 수 있는 실천적인 힘을 사람들에게 제공해준다. 참으로 상상적인 문학만이 지상의 현실을 천상의 현실로 끌어올려 그때 비로소 모든 현실적인 것은 이상적인 것이 된다. 황석영의 작품들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파악해낼 수 있었음은 곧 그의 실생활의 체험과 문학적 상상력이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었음을 입증해주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체험과 상상력’, 권오룡, <돼지꿈>, 민음사, 2005(개정판, 1980)
    작가의 말
    그동안 써왔던 30여 편의 중·단편소설 중에서 내 나름대로 애착이 가거나, 또는 앞으로 어떻게 변모해 갈지 모르지만 작품들 사이에 서로 뚜렷한 맥락을 엿볼 수 있는 12편을 골라 뽑았다. 그런 대로 모아 놓고 보니, 역시 초라해서 이제 막 시작하려고 겨우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첫 창작집을 펴낸다는 일은 앞으로의 작업을 위한 첫출발에 지나지 않으매 두렵고 부끄러우며,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써야겠다는 마음가짐도 일단은 다져진 것 같아 시원하기도 하다. 나는 글 쓰는 일을 생업으로 알게 됨에 따라서, 여러 이웃들의 삶의 진실에 관하여 깨닫고 배우게 된 바가 많았다. 나아가서 실천의 튼튼한 뿌리를 내 생활 속에다 심는 것이 또 하나의 큰 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책을 내는 기쁨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난의 쓸쓸함과, 감춰진 뜻의 답답함과,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다. 그러나 풍우의 날 뒤에 청명한 날이 찾아오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되는 것은 삼라만상의 순리가 아닌가. 인고한 나날을 이겨서 여러 벗들과 마음 터놓고 기뻐할 때가 있기를 함께 기다리며, 책을 펴낸다는 복에 겨운 죄송스러움을 스스로 달래는 마음이다. ‘후기’, 황석영, <객지>, 창작과비평사, 1974
    관련도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권영민 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20세기 한국 문학의 탐험>, 장석주, 시공사, 2000 <포위 관념과 멀미: 소설사 쓴다>, 정현기, 연세대출판부, 2005 <황석영>, 최원식 외 엮음, 창비, 2005 <황석영 문학의 세계>, 최원식·임홍배 공편, 창비,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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