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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걷기 좋은 옛길 경기도 삼남길 도보여행, ‘남태령에서 수원까지’

문화포털 기자단 2017-03-15
요즘 걷기 좋은 옛길 경기도 삼남길 도보여행, ‘남태령에서 수원까지’


2007년 제주도의 올레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국적으로 도보여행 붐이 인지도 어느덧 십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간 각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도보여행 코스를 만들어 누리길, 둘레길 등이 개척되면서 도보여행 열풍은 식지 않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둘레길의 1개 코스 길이는 15km 내외이며 네다섯 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걷기여행은 정해진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걸을 수 있고 비용을 들이지 않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더불어 걸으면서 여유 있게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고 유서 깊은 역사현장을 답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걷기’가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둘레길의 인기로 인해 2018년까지 코리아 둘레길이 개척될 예정인데 한반도의 외곽 전체를 이어주는 길로, 남서해안의 해안누리길, 동해안의 해파랑길, 비무장지대 외곽의 평화누리길을 연결하는 총 길이 4,500km의 세계적인 도보여행 코스가 될 것 같습니다. 특히 평화누리길 일부 구간은 60여 년간 출입이 통제되었던 곳이라 임진강변 자연환경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고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장님이 눈을 떴다는 개안마루 등 천혜의 절경과 두루미 서식지, 희귀 동식물 등이 많아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길입니다. 도보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코리아 둘레길 완주가 새로운 목표가 되리라 봅니다. 


경기도 삼남길 제1길 한양관문길 해남방향 표지판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경기도 삼남길 제1길 한양관문길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조선시대에도 현대와 같은 도로망이 있었는데 1770년 신경준, 홍봉한 등이 영조의 명에 따라 편찬을 시작한 ‘증보문헌비고’라는 책에는 전국의 도로를 총 9개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1로는 한양에서 고양과 파주, 개성, 대동강, 평양, 선천을 거쳐 의주로 가는 길로 중국으로 가는 연행길로 사용되었던 중요한 길이었고, 제2로는 한양에서 철령을 넘어 안변과 원산, 영흥, 함흥, 북청, 길주, 무산, 회령, 경흥을 거쳐 서수라로 가는 길로 귀양길이며, 함흥차사 역사가 숨쉬는 길이기도 합니다.


제3로는 한양에서 망우리고개를 넘어 원주, 대관령, 강릉, 울진을 거쳐 평해로 가는 길이며, 제4로는 한양에서 한강을 건너 판교와 용인, 충주, 조령, 문경, 유곡, 대구, 청도, 밀양, 양산을 거쳐 부산으로 가는 길로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오고갈 때 이용한 길이기도 합니다.  


남태령 옛길 표지판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남태령 옛길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제5로는 한양에서 유곡까지는 제4로와 같고 이후 상주, 성주, 현풍, 칠원, 함안, 진해를 거쳐 통영으로 가는 길이고, 제6로는 한양에서 과천, 수원, 소사, 천안, 공주, 은진, 삼례, 전주, 남원, 함양, 진주, 사천을 거쳐 통영으로 가는 길이고, 제7로는 한양에서 삼례까지는 제6로와 동일하며 이후 영암, 해남을 거쳐 제주도로 가는 길입니다.


제8로는 한양에서 소사까지는 동일하며 이후에 평택과 요로원, 신창을 거쳐 충청수영으로 가는 길이고, 제9로는 한양에서 양화진을 건너 김포와 통진, 갑곶진을 거쳐 강화로 가는 길입니다.



온온사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온온사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삼남지방으로 가는 길을 ‘삼남대로’라고 하는데 한양과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의 삼남지방을 이었던 1,000리에 달하는 긴 길을 말합니다. 조선시대 육로 교통의 중심축이었던 삼남대로는 젊은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위해 희망차게 걸었던 길이고 과거에 떨어져 낙심하며 걷던 길이기도 하며 삼남지방의 풍부한 물산이 이 길을 통해 유통되었습니다.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에 능행차를 가던 길이고,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으로 부임하던 길이고, 다산 정약용 선생, 추사 김정희 선생이 유배를 떠나던 길이기도 하며, 이몽룡이 춘향이를 만나러 가던 길로 역사와 문화적 스토리가 풍부한 길이기도 합니다. 


관악산 등산로 방향의 계곡길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관악산 등산로 방향의 계곡길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삼남길 등 경기옛길은 ‘증보문헌비고’, ‘대동지지’, ‘대동여지도’ 등 옛 문헌을 통해 확인한 옛길을 답사하면서 원형을 찾고, 주변의 문화유산을 조사해 도보여행으로 적합하고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이 용이한 곳을 도보여행 노선으로 선정한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 옛 대로와는 달리 오솔길, 들길, 산길, 등산로, 개천길 등이 포함되어 있고 여행객의 안전과 주변 상권도 고려했다고 합니다. 길이 확정되면 길이 시작되는 곳, 지나는 곳, 끝나는 곳에 안내표지판을 설치해 구간의 노선도와 거리, 소요 시간 등의 정보를 담고, 지나는 길 곳곳에 전봇대나 나뭇가지, 도로표지판에 리본, 스티커 등의 안내표지를 설치해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정부과천청사 주변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정부과천청사 주변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경기 삼남길 제1길은  한양으로 가는 관문으로 한양관문길이라고 하는데 남태령 고개 옛길 표석에서 시작해 과천성당, 온온사, 관악산 입구, 과천향교, 가자우물, 인덕원 옛터까지 약 8.7km 거리입니다. 남태령 고개에서 과천방향 좌측 산 속 오솔길을 따라 도보여행을 시작하는데 낙엽을 사뿐히 밟으며 걷는 발걸음이 가볍고도 경쾌합니다.


과천성당을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인 온온사(穩穩舍)는 정조대왕이 능행차를 갈 때 하룻밤 묵어갔던 곳입니다. 온온사는 과천지역의 관아가 있던 자리이자 객사로 사용하던 건물인데 정조대왕이 하룻밤을 어찌나 편안하게 묵었던지 이 객사의 이름을 ‘편안할 온(穩)‘자를 두 번이나 써서 명명한 것이라고 합니다.



제1길의 끝인 인덕원 옛길 표지석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제1길의 끝인 인덕원 옛길 표지석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온온사를 지나 관악산 등산로 방향은 계곡으로 난 길을 따라가기 때문에 주의해야하고 우천 시에는 반드시 우회로를 이용해야 합니다. 바위가 미끄럽고 낙엽이 많이 쌓여있어 바짝 긴장하고 걸어야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수량이 풍부하지 않을 때 계곡길을 걷는 것은 정말 운치 있는 일이지요. 과천시청과 정부종합청사를 지나면 물맛이 좋은 가자우물에 도착합니다.


가자우물은 과천시 갈현동에 있는 우물인데 정조대왕이 행차하면서 이 물을 마시고 난 후 물이 참으로 차고 맛이 좋다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이 우물에 정3품의 벼슬인 가자당상(加資堂上)을 제수하였다고 하네요. 길 곳곳에 정조대왕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길입니다.


제2길인 인덕원길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제2길인 인덕원길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가자우물을 지나 들판 길을 걸은 후 인덕원 옛터에서 제1길이 마무리 됩니다. 인덕원은 과천과 안양, 의왕을 잇는 삼남대로의 요지이며 옛길에 관련된 문헌에서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중요한 길목입니다. 인덕원 옛터에서 백운호수까지 약 3.5km가 인덕원 길인데 도심과 개천을 지나는 평이한 길이지만 이 길의 끝에 시원하게 펼쳐진 백운호수가 있어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호수 주변의 경관이 아름답고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인기가 많고 의왕시민의 휴양지로 사랑받고 있는 곳입니다.


백운호수부터 지지대비까지가 제3길인 모락산길인데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길이기도 합니다. 백운호수와 연결된 이 길은 모락산 동쪽으로 이어지고 정조대왕 능행차가 쉬어가던 사근행궁터를 지나고 골사그네를 경유해 지지대비가 있는 지지대고개까지 약 12.6km에 이릅니다.


제2길의 끝인 백운호수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제2길의 끝인 백운호수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정조대왕은 1789년에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묘(현륭원)를 수원으로 옮기고 1800년까지 13차례나 현륭원을 방문하게 됩니다. 현륭원을 참배하고 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지대고개를 넘어가면 더 이상 아버지의 묘가 보이지 않아 고개를 넘어갈 때마다 행차가 자꾸만 늦춰졌는데 이후에 고개 이름을 ‘더딜 지(遲)’를 이어 써서 지지대(遲遲臺)라고 명명하고 지지대 축대에 ‘지지대(遲遲臺)’라고 새기게 했지요. 정조대왕의 아들인 순조는 1807년에 아버지의 지극한 효심을 기리기 위해 지지대 고개에 지지대비(遲遲臺碑)를 세우고 비각을 세워 보호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삼남길은 지지대비에서 서호공원 입구까지 제4길인 서호천길 7km, 서호공원 입구에서 배양교까지 제5길인 중복들길 7km, 배양교에서 세마교까지 제6길인 화성효행길 6.8km, 세마교에서 은빛개울공원까지 제7길인 독산성길 7.2km, 은빛개울공원에서 맑음터공원까지 제8길인 오나리길 5.3km, 맑음터공원에서 원균장군묘까지 제9길인 진위고을길 17.4km, 원균장군묘에서 안성천교까지 제10길인 소사원길 14.5km가 이어집니다.


제3길의 끝인 지지대고개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제3길의 끝인 지지대고개  ⓒ 문화포털 기자단 한정규


산길, 오솔길, 들길, 개울길, 때로는 도심 길을 걸으며 역사적인 스토리를 만나 즐겁고, 아름다운 풍광을 만나 즐거운 길이 끝없이 이어지는 삼남길은 도보여행의 성지 같은 곳입니다. 자연을 즐기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는 도보여행을 떠나보세요. 좋은 친구와 좋은 얘기를 하며 걸으면 더없이 좋은 길이 됩니다.


* 도보여행 시 주의사항

- 너무 이르거나 늦은 시간에는 도보여행을 삼가야 합니다.

  (걷기 종료시간 : 여름철은 오후 6시, 겨울철은 오후 5시)

- 가급적이면 2명 이상 함께 다녀야 합니다.

- 혼자 여행을 할 경우에는 주변 사람에게 행선지를 꼭 알려줘야 합니다.

- 긴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휴대폰, 호루라기 등을 지참합니다.

   (원터치 SOS, 112앱, U-안심서비스 등 활용)

- 길 주변 농작물에는 절대 손을 대서는 안 됩니다.

- 도보여행 시 음악은 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자기 쓰레기는 반드시 자기가 가져가야 합니다.

- 숲속 동, 식물을 보호해야 합니다.

- 대중교통 이용하기를 권장합니다.

- 삼남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먼저 따뜻하게 인사를 건넵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