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성수동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성수동이 ‘소셜벤처 밸리’로 알려지면서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증가한 것인데요. 젊은 사람들의 유입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습니다.

변화의 시작은 2012년 중순부터였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 젊은 소셜벤처 기업들이 성수동으로 일터를 옮겨오며 소셜벤처 커뮤니티 네트워크가 형성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성수동에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공유 공간이 유독 많이 눈에 띕니다. 장맛비가 떨어지던 지난 7월 5일, 필자는 공유 공간을 중심으로 소셜벤처 밸리를 둘러봤습니다.

성수동에 위치한 각양 각색의 공유 공간

소셜벤처 밸리로 향하기 전에 필자는 먼저 성수동 ‘카우앤독’ 코워킹스페이스를 찾았습니다. 서울숲역 1번출구 뒤편에 있는 동아아파트 옆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쉽게 카우앤독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함께 좋은 일을 하다(Co Work & Do Good)’라는 의미를 지닌 카우앤독(Co.W & Do.G)은 긍정적 사회 변화를 지향하는 사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공간입니다.

공유 공간을 사용하는 젊은 청년들의 모습 ⓒ 문화포털기자단 이상국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사업설명회나 토크 콘서트 등의 각종 프로그램도 열립니다. 카우앤독은 홀로 일하고 싶은 사람, 회의 공간이 필요한 사람 등을 위해 다양한 공간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장맛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카우앤독은 꽤나 많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성수동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 문화포털기자단 이상국

필자는 카우앤독에서 자전거 우선도로인 뚝섬로1길을 따라 성수문화복지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성수문화복지회관은 서울시 공간개방 사업의 일환으로 빈 공간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공목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시민에게 개방된 곳으로 예약을 통해 성수문화복지회관 내 5,6층 프로그램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날 소셜벤처 밸리를 자세히 들여 다 보기 위해 성수문화복지회관 8층 옥상정원에 올랐는데요. 옥상정원에 오르면 오래된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사진 가운데 위치) ⓒ 문화포털기자단 이상국

성수문화복지회관을 뒤로하고 성수동 소셜벤처 기업이 밀집한 서울숲길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성수문화복지회관에서 좌측 골목을 따라 길을 걷다 보면 준 공업지역이었던 성수동의 옛 정취가 물씬 풍깁니다. 골목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이 오랜 시간 명맥을 이어온 작은 공장들이 존재를 알리고 있습니다.

학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성수동 골목길을 지나고 있다 ⓒ 문화포털기자단 이상국

본격적인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 탐방은 성수 1가 2동 주민센터에서 시작됐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소녀방앗간’이라는 한식집입니다. 소녀방앗간은 시골 농산물을 정직하게 구매해 도시 사람들에게 건강한 밥상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녀방앗간 인근에는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한 갈비골목도 보입니다. 필자는 갈비골목을 지나 서울숲6길로 향했습니다.

서울숲 6길에도 여러 공유 공간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곳이 이노베이터스 라이브러리(Innovators’ Library)라는 혁신을 테마로 한 공유도서관입니다.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이노베이터스 라이브러리는 책을 무료로 빌려줄 뿐만 아니라, 여럿이 모여 책을 읽을 수 있는 학습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합니다.

Innovators’ Library를 찾아 오는 누구나 무료로 도서를 열람 할 수 있다 ⓒ 문화포털기자단 이상국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에 몰려드는 젊은 청년 사업가들을 위해 인근 소셜벤처 회사들과 지역 기관들이 함께 책을 기증해 주었으며, 주로 기획, 마케팅, 디자인, 철학 분야와 관련된 서적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곳 옆에는 지난해 생긴 그라운드엠(GROUND M)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라운드엠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디자인과 콘텐츠로 알리는 소셜벤처 '마리몬드'가 운영하는 공간입니다.

서울숲 4길에 위치한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 문화포털기자단 이상국

이 일대에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단체들이 유독 많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울숲 옆 다루작은도서관, 사회적기업 아시아공정무역 네트워크, 비영리단체 서울그린트러스트 등 모두 근거리에 모여있습니다.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를 걷다 보면 낡은 주택을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들어옵니다. 현재 들어서 있는 약 30여 곳의 사회적기업과 비영리단체들의 공간 대부분도 오래된 다세대 주택이나 단독 주택을 현대식으로 탈바꿈한 모습인데요. 그렇다 보니 작은 물리적 공간 속에 사회혁신단체, 문화예술인, 일반 주민들이 함께 공존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실제로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 공방 등이 몰려있는 서울숲2길 곳곳에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에는 그 모습이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납니다.

보슬보슬 비가 내리던 이날 오후, 필자는 사회혁신가들의 커뮤니티 공간인 디웰살롱 앞에서 알록달록 장화를 신고 걸어 다니는 어린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봤습니다. 소셜벤처 밸리는 가끔 아이들의 놀이터로도 변하는데, 그 이유는 다세대 주택가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공간적 특성이 큰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혁신가들의 커뮤니티 공간인 디웰살롱에서 만난 아이들 ⓒ 문화포털기자단 이상국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를 탐방하며 도시 조직 내에 오밀 조밀 다양한 용도의 공간이 혼합되어 있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이날 필자는 서울숲 옆에 새롭게 생긴 창조적 공익 공간 언더스탠드 에비뉴도 둘러봤습니다.

올해 4월 문을 연 언더스탠드 에비뉴는 국내 최초로 진행된 ‘창조적 공익 공간’ 프로젝트입니다. 성동구, 롯데면세점,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아르콘이 손잡고 만들었습니다. 언더스탠드 에비뉴(UNDERSTAND AVENUE)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취약계층이 자립(stand)할 수 있도록 낮은(under)자세로 이해(understand)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언더스탠드 에비뉴 모습 ⓒ 문화포털기자단 이상국

서울숲 인근 진입로에 중고 컨테이너 박스 116개를 재활용하여 공간을 조성했습니다. 7개의 공간(유스스탠드, 하트스탠드, 맘스탠드, 아트스탠드, 파워스탠드, 소셜스탠드, 오픈스탠드)은 각기 다른 가치를 담은 스탠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울숲 부근 약 1,000평 규모 유휴부지를 활용하여 만든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청소년, 예술가, 사회적기업가, 경력 단절여성 등이 한 데 어우러져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과 자립을 도모합니다.

필자는 이러한 가치 있는 공익 공간들이 지역 사회 전역에 더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다양한 용도의 열린 공간이 시민들과 함께 했을 때 사람들의 생각이 모이고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는 공익 공간을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단체 30명 이상)을 위해 견학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의 방법은 전화(02-6959-7023) 및 이메일(jiho@understandavenue.com)로 가능합니다. 

* 참고 자료 

 - 이유리, 「사회적 경제조직의 네트워크 특성 및 지역사회에의 영향 분석 :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를 중심으로」, 2016 

 - 김수현, 「성수동 1가 뚝섬 지역 내 자생적 도시재생 특성에 관한 연구 : 용도와 도시조직을 중심으로」, 2015 

*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 

- 주소 :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5길(성수 1가 2동 주민센터) 

- 찾아오시는 길 : 분당선 서울숲역 4번 출구 3분 거리, 뚝섬역 8번 출구 3분 거리 

* 언더스탠드 에비뉴 

- 주소 :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 4길 21 

- 찾아오시는 길 : 분당선 서울숲역 1번출구 1분 거리, 뚝섬역 8번 출구 5분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