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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맡겨도 찾을 수는 있는 따로 또 ‘가치’ <한옥 은행>

문화포털 기자단 2016-05-19
안맡겨도 찾을 수는 있는 따로 또 ‘가치’ <한옥 은행>


한옥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최근 심심찮게 한옥에서 살고 싶다는 분들을 만나는데요. 지금은 아파트, 빌라 일반 주택에 살고 있지만, 은퇴 후에는 한옥 한 채 집고 한옥에서 남은 인생들 즐기고 싶다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하지만, 분명 십여년 전만 해도 한옥은 그저 옛날 집, 불편한 집이라고 생각하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한옥들이 헐렸고, 그 자리에는 투자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아파트나 빌딩이 들어섰는데요. 요즘 한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지만,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인해서 사라져가는 속도를 늦출 수는 없나 봅니다. 우리 고유의 주거 공간, 한옥이 경제적인 논리로 무참히 파괴되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철거되는 한옥 ⓒ 한옥 철거자재 재활용은행

철거되는 한옥 ⓒ 한옥 철거자재 재활용은행


사라지는 한옥,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지방자치단체가 있습니다. 바로 서울시 종로구인데요. 서울시 종로구에서는 한옥을 철거하면서 나온 자재들을 보관해 필요한 사람들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한옥 철거자재 재활용은행’, 간단히 말해 ‘한옥 은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옥 은행 외관 ⓒ 문화포털 기자단 손승진

한옥 은행 외관 ⓒ 문화포털 기자단 손승진


‘한옥 은행’은 한옥의 철거와 함께 너무나 쉽게 폐기되어 버리는 재사용이 가능한 부재들을 구조 하고 있습니다. 한옥에 쓰이던 부재를 다른 한옥에 다시 쓰면서 우리 문화유산인 한옥의 숨결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죠. 이것은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유일한 사업이라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아직까지 다른 지역에서는 한옥 철거자재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한옥 철거 자재, 어떻게 재활용 될까?


‘한옥 은행’에는 한옥의 주재료인 나무 부재 뿐 아니라, 기둥을 받치는 돌(초석)과 지붕을 덮는 기와까지 한옥을 구성하고 있던 다양한 철거 자재들이 있는데요. 현재 ‘한옥 은행’은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에서 가져온 자재의 한옥이 1938년, 인사동에서 가져온 자재의 한옥이 1939년의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어, 1930년대 후반의 한옥 자재들까지 확보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옥 은행에서 보관하고 있는 나무 부재와 기와들 ⓒ 문화포털 기자단 손승진

한옥 은행에서 보관하고 있는 나무 부재와 기와들 ⓒ 문화포털 기자단 손승진 


이러한 ‘한옥 은행’의 한옥 철거 자재들은 기존에 있던 한옥을 증축하거나 수리할 때, 아니면 아예 새로 한옥을 신축할 때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옥 부재로 나무를 사용할 때는 새 나무보다 좀 더 오래된 나무가 건조가 잘 된 것이라 좋은데요. 나무라는 것이 100년, 200년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만, 50년 밖에 쓰이지 않은 나무가 그대로 철거되어 버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옥 은행’은 좋은 나무 부재를 계속해서 쓸 수 있게 해주는 착한 은행인 것이죠. 


그렇다면, ‘한옥 은행’의 한옥 철거 자재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무계원’ 안채 내부 ⓒ 문화포털 기자단 손승진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무계원’ 안채 내부 ⓒ 문화포털 기자단 손승진


무계원은 부암동에 있는 최근에 새로 지은 건물로 전시, 공연, 인문학 강의가 열리고 있는 문화시설입니다. 위의 무계원 사진을 보시면, 천장에 세로로 걸쳐 있는 나무들이 보이실 텐데요. 이 나무들은 한옥에서 지붕을 받치는 부재로, ‘서까래’라고 불립니다. 보시면, 서까래의 색깔이 어떤 것은 밝고, 어떤 것은 어둡습니다. 무계원 건물을 신축할 때 새 부재와 옛 부재를 섞어 조화되도록 한 것인데요. 어두운 색깔의 서까래는 원래 종로구 익선동에 있던 한옥의 부재로 사용되던 옛 부재인데, 그 한옥이 있던 자리에 호텔이 들어서게 되자 종로구에서 버려질 뻔한 부재들을 보관하고 있다가 무계원이 새로 지어질 때 사용한 것입니다. 무계원은 나무 부재 말고도 지붕의 기와 역시 재활용하여 올렸습니다.


재활용 된 초석 ⓒ 한옥 철거자재 재활용은행

재활용 된 초석 ⓒ 한옥 철거자재 재활용은행


이외에도 ‘한옥 은행’의 부재들은 종로구 내 한옥들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기둥을 받치는 초석이 재활용 된 경우입니다. 이 건물은 종로 5가의 한옥식당인데요. 기존에 명륜동과 종로6가에 있던 한옥에 있던 초석들을 다듬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한옥식당은 철거된 종로6가의 한옥에 있던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대들보 3개도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한옥 은행’이 설립 되고 1년 5개월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주민들의 호응 속에서 지역 내 한옥 부재의 순환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좋은 움직임이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 한옥 은행 이용 Tip

마지막으로 ‘한옥 은행’을 어떻게 수 이용할 수 있는지 소개해드리고 싶은데요. 한옥 철거, 한옥 수리, 한옥 신축과 관련해서 많은 분들이 ‘한옥 은행’에 문의하고 방문하고 계시다고 하는데, 몇 가지 유의 사항이 있습니다.

- 첫 번째. 좋은 취지로 운영되고 있는 ‘한옥 은행’이지만, 서울시 종로구라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시설이다 보니 한옥 철거 자재 판매는 종로구 내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 두 번째. 철거자재 처리와 관련된 문의는 한옥 철거 예정일 보다 한 달 정도의 여유가 있는 시점에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청에서 예산을 받고, 철거 자재 구조 인력을 구하고, 실제 작업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한 달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주소 : 서울 종로구 신영동 123-3 (세검정초등학교 맞은편)

*전화번호 : 02-379-1945 

*운영날짜 : 화요일~토요일. 월요일 휴무 

*홈페이지 : www.blog.naver.com/hanok-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