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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만나는 서울의 옛 얼굴' - 청진동 유적

문화포털 기자단 2016-04-08
'도심에서 만나는 서울의 옛 얼굴' - 청진동 유적


온종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고개를 떨구고 걷다가 갑작스레 서울 600년의 역사와 마주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바로 제가 그러했습니다. 마주한 곳은 바로 서울 종로구 청진동입니다. 종로 1가에 있는 초현대식 건물인 그랑 서울건물을 거닐다 역설적으로 옛 서울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 걸음 내디딘 곳에서 조선 시대 종로를 경험할 수 있는, 서울 도심 속 청진동 유적을 만나러 함께 가 보실까요?!


피마실에 자리했던 우물을 복원한 모습

피맛길에 자리했던 우물을 복원한 모습

문화포털 기자단 장은진


가장 먼저 다가선 곳에는 조선 시대의 우물 유적이 있습니다. ‘서울 종로 청진8지구 도시환경 정비사업을 과정에서 발굴된 유적 중 피맛길에 자리했던 우물을 복원한 것이었습니다. 우물은 세종 8(1426) 각 관청에서 당시 거리의 상인들에게 화재에 대비해 우물을 파 물을 저장하라는 명을 내려 만든것이라고 합니다. 우물은 과거 사람들의 식수 확보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공간으로 종로가 생활의 중심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시전행랑의 모습

조선시대 시전행랑의 모습 육의전박물관 제공


조선이 개국 되고 한양으로 천도가 결정되면서 종묘, 사직, 궁궐 및 도로의 터를 정하고 주례고공기(周禮考工記)의 원칙에 따라 도성을 건설하였습니다. 주례고공기는 중국의 도성 건설에 기본이 된 것으로, 한양도성을 건설하는데 도움이 된 원리 입니다. 이 원리를 이용하여 한양도성은 궁궐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사당인 종묘를 놓고, 오른쪽은 사직단을 배치하는 좌묘우사(左廟右社)의 원칙과 궁궐 앞쪽에는 관청을 두고, 뒤쪽에는 시장을 배치하는 전조후시(前朝後市)의 원칙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경복궁 뒤쪽은 공간이 협소해 시장을 둘 수 없어 근처 종로에 시장을 형성하였고, 사람들은 길거리에 상품을 진열하고 장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운종가에 대한 표지판

운종가에 대한 표지판 문화포털 기자단 장은진


가게가 문을 열자, 사람과 비단, 잡화 등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하여 이곳에 운종가(雲從街)’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사람과 물건이 많다 보니, 물건이 없어지는 일이 잦아 태종 12(1412)부터 종로를 시작으로 도로 양측 변으로 행랑을 건설하였다고 합니다. 하나의 점포에서 하나의 물건만 파는 것을 원칙으로 상인들에게 임대해주고 세금을 받는 이른바 시전 행랑이 형성된 것입니다.


청진6지구 층층이 노출된 건물터 모습

청진6지구 층층이 노출된 건물터 모습

문화재청 제공


시전 행랑이 형성되자 상인들과 관청의 중인들이 모여 청진동 일대는 하나의 마을이 되고, 이곳에서 도성민들 삶의 희로애락을 만들어 갔습니다. 시전 행랑과 관청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었던 생생한 삶의 현장 청진동도 근대화의 바람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점차 모습을 잃어 가던 청진동은 시간이 흐른 200312, 600년 전 잊혀졌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주상복합건물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기존 낡은 건물을 철거하는 도중에 유적이 발견된 것입니다.

그러나 문화재보호법에 의하면 3미만인 건설현장에서는 문화재 지표조사가 의무조항은 아닙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당시 황평우 관장은 문화재가 발견된 이상 그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하였고, 이후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한 끝에 본격적으로 문화재청에서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과거 땅속에 묻혔던 조선 시대의 흔적이 곳곳에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출토된 유물의 모습

출토된 유물의 모습 문화포털 기자단 장은진


유물은 다양하게 발견되었습니다. 청자와 백자편, 목조 건물터와 기왓조각, 동물의 뼈 등이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청진6지구에서 발견된 다채로운 유물과 더불어 놀라웠던 것은 조선 시대 땅속의 모습이 시기별로 층층이 남아있었다는 것입니다.


불에 탄 흔적이 남아있는 마루의 모습

불에 탄 흔적이 남아있는 마루의 모습

문화포털 기자단 장은진


조선의 건국부터 현대까지 총 6개의 문화층이 켜켜이 쌓여 있었습니다. 1문화층부터 3문화층은 현대부터 개항 이전까지의 모습이 나타났고, 4문화층부터 6문화층까지는 17세기부터 조선이 건국된 시기의 역사가 나타났습니다. 이와 더불어 발견된 시전행랑의 건물터 또한 그 형태가 온전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건물터와 함께 건물의 배치를 알 수 있는 주춧돌과 나무기둥, 배수시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심지어 불에 탄 마루의 나무 잔재도 그 형태가 오롯이 남아있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랑서울 건물 바닥에 전시된 유적의 모습

그랑서울 건물 바닥에 전시된 유적의 모습 문화포털 기자단 장은진


고층 건물 바닥에 유구의 모습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 문화유산을 접하는 감흥이 새로웠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건물의 외관은 우리가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층빌딩의 모습이었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과거의 전시 공간을 만날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이 아닌 일상공간에 전시된 유적과 유물을 보니 멀게만 느껴졌던 역사와 문화유산이 좀 더 친숙하게 다가왔습니다.


고층건물 사이에 위치한 전시관의 모습

고층건물 사이에 위치한 전시관의 모

 문화포털 기자단 장은진


서울의 매력은 새것과 옛것이 공존하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고층 건물 속에서 옛 흔적을 만난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앞으로 서울을 거닐다 보도 위에 남겨진 옛터의 흔적이나 표시를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여 봐야겠습니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서울의 모습을 이번 기회에 느껴 보는 건 어떨까요? 그 밖의 조선 시대 종로의 시전행랑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종로 3가에 있는 육의전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따뜻한 4월의 봄날 서울에 숨겨진 문화유적을 만나보세요.



* 육의전 박물관 관련 정보

- 홈페이지 http://www.yujm.org/

- 문의 : 02-722-6162

- 찾아가는 길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240번지 육의전 빌딩 B1 육의전 박물관

- 관람료 : 성인 3,000, 청소년 2,000

- 관람시간 : 오전 10~ 오후 550, 매주 월요일, 11, 설날, 추석 휴관


* 참고 자료

문화재사랑 200912월호 종로시전행랑 및 피맛길 유적, 문화재청, 2009


* 참고 사이트

- 육의전박물관

    http://www.yuj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