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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설날, 얼마나 알고 있나요?

문화포털 기자단 2015-12-28
우리 설날, 얼마나 알고 있나요?

우리 설날, 얼마나 알고 있나요?
- 신정과 구정을 중심으로 -

 
 
어느덧 2015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맘때쯤이면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2016년을 맞을 준비로 분주합니다. 다음 해 달력의 첫 장에 적힌 1일부터(양력 1월 1일, ‘신정新正’이라 불림) 새해가 시작됩니다. 새해 첫날이면 사람들은 서로 신년 인사를 나누고, 들뜬 마음으로 신년의 기분을 한껏 즐깁니다. 또한 양력 12월 31일 밤부터 1월 1일로 넘어가는 시간 동안 밤 잠 설치며 기다렸다가 처음 뜨는 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하는 '송년'과 '신년행사'가 자연스레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풍경이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우리가 설날(음력 1월 1일의 전통 설날, ‘구정舊正’이라 불림)이면 자주 듣는 노래 가사에서 알 수 있습니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고운 댕기도 내가드리고
새로사온 신발도 내가신어요

- 1924년 발표, 윤극영 작사의 동요 <설날> -

‘까치설날’은 ‘어제’라고 언급된 가사에서 볼 수 있듯, 우리우리 설날(음력 설날, 구정)의 하루 전날까치까치 설날(즉 섣달그믐날 혹은 음력 12월 31일을 뜻함)이었습니다. 즉, 까치 설날을 보내고 구정으로 이어지는 ‘송년-신년행사’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 가사처럼 정말 까치도 설을 쇠는 걸까요? 이러한 의문은 설날에 입는 새 옷, 즉 ‘설빔’과 관련지어 생각하면 금세 해결됩니다. 아이들은 새해 첫날을 기다리며 저마다 새해 전날에 새 옷을 꺼내 입어 봅니다. 이 날 입는 옷을 가리켜, ‘까치 옷(까치저고리, 까치두루마기도 이에 포함됨)’이라 하죠. 이 옷은 오색 천을 이용해 알록달록하게 만든 색동의 저고리와 두루마기 옷인데, 아름답고 고운 옷이라 ‘때때옷’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렇다면 ‘까치설날’은 까치가 설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까치 옷’을 입은 아이들이 설을 보낸다는 의미인 셈입니다.

* 쇠다 : ‘쇠다’란 명절, 생일, 기념을 같은 날을 맞이하여 지내다는 뜻으로, 설 명절을 보낼 때 ‘설을 쇠다’라 표현함


 
설빔인 색동저고리와 색동두루마기 ⓒ 국립민속박물관

사실상 우리의 설날은 하루 전날인 섣달그믐날부터 시작됩니다. 가령 조상들은 설 전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고 믿어 잠을 자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날부터 연날리기와 같은 전통 놀이들을 미리 즐기며 새해를 기다렸습니다. 이러한 모습으로 보아, 새해는 우리 조상들에게도 이미 하루 전부터 와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울러 한 해가 지나갔다고 해서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오히려 지나간 해는 가볍게 잊고 좋은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려고 했던 조상들의 지혜도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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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의 모습 ⓒ 국립민속박물관

까치설날이 지나면 드디어 새해 아침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날은 조선시대 5대 명절 중 하나이며, 우리 조상들이 1년 중 가장 큰 명절로 여겼던 ‘음력 설날’입니다. 요즘에도 설날에는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모여 긴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조상들도 설날 아침부터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설빔’을 입고 차례를 지내고, 성묘도 다녀옵니다. 또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세배’로 새해 인사를 합니다. 세배의 순서는 웃어른, 부부지간, 형제지간, 가까운 이웃 어른 순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이때 아랫사람이 절을 올리면 웃어른은 아랫사람에게 덕담으로 답하며, 서로가 화기애애한 아침을 맞이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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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설날 차례 지내는 모습(1997년)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

설날에 마련하는 음식은 대개 제사상에 올라가는 제사 음식을 비롯해 찾아오는 손님을 위한 접대 음식, 아랫사람에게 보내는 음식이 있습니다. 이를 통틀어 ‘세찬(歲饌)’이라 하며, 대표적으로 떡국, 시루떡, 전, 약과, 식혜, 술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새해 아침에 먹는 떡국에도 남다른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작년의 나쁜 기운은 하얀 떡처럼 깨끗하게 비워내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자는 뜻입니다. 그리고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면 나이 한 살을 더 먹은 셈으로 여겼습니다. 때문에 ‘설날’이 나이(歲)를 한 살 더 먹는 날이란 뜻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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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중 하나인 떡국 ⓒ 한국농촌진흥청 요리백과

이 날은 복조리와 그림을 통해 한 해의 복을 기원하며, 나쁜 기운인 액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자 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믐날 밤까지 미리 복조리를 장만해두고, 다음날 아침에 이를 집 안에 걸어 한 해 동안 복이 한가득 들어오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리고 나쁜 액운을 막고 또 좋은 기운이 무수히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세화’라 불리던 그림을 집안에 걸어두었습니다. 세화에는 까치와 호랑이가 그려져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호랑이가 가진 용맹함으로 나쁜 기운을 물리쳐주고, 까치가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한 해 동안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함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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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까치가 그려진 ‘세화’ ⓒ 국립민속박물관

새해 첫날에는 새로이 시작하는 기분으로 여러 놀이도 마음껏 즐겼습니다. 가족단위로 즐기던 윷놀이와 여자들의 놀이인 널뛰기, 남자들이 즐기던 연날리기가 대표적입니다. 오늘날에는 가족끼리 윷놀이를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박물관이나 고궁 등의 체험공간에서도 구정을 맞아 열리는 이들 놀이를 해볼 수 있답니다. 다가오는 설날에도 집 근처의 문화유적지나 박물관에서 체험해보거나 집에서 가족끼리 새해 놀이를 한다면, 기쁨 한가득 또 추억 한가득 얻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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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윷놀이하는 모습 ⓒ 국립민속박물관 

이밖에도 새해가 밝아오면 한 해의 운수를 점쳐보고 또 농사의 풍흉을 점쳐보는 농점 등 여러 점복 행위도 잇따랐습니다. 요즘에도 신정부터 구정까지 유명한 점집이나 길거리 점집에서 들려주는 토정비결과 사주풀이를 통해 한 해의 운세를 점쳐보는 일이 빈번합니다. 좋지 않은 운세가 나올 수 있지만 또 좋은 운세가 나오면 그만큼 기분도 좋아지는 재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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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체험행사 모습(토정비결과 풍물) ⓒ 국립민속박물관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왜 양력과 음력의 1월 1일을 신정과 구정으로 따로 부르며 두 번의 새해를 보낼까요? 이렇게 된 데에는 가슴 아픈 역사가 뒤따랐습니다. 그 역사는 1886년(고종 32년)부터 태양력을 적용하면서 서서히 시작됩니다. 이때부터 양력 설날인 ‘신정’이 공식적인 설날로 정해졌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여전히 음력 설날만을 설로 인정하는 가운데 이중으로 설을 쇠는 ‘이중과세(二重過歲)’가 이어지게 됩니다. 이어서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은 우리 민족의 정신을 말살하고자 강제로 음력 설날을 보내지 못하도록 억압했습니다. 

그러다가 광복 후 1960년대 산업화 단계에서 양력 설날과 음력 설날, 이렇게 이중으로 보내는 것이 외국과의 통상관계를 할 때에 지장이 있다 하며 양력설만 쇠도록 합니다. 그 후 1985년에 본래 전통 설날이 ‘민속의 날’이란 공휴일로 지정되며, 비로소 설날답게 보내게 됩니다. 1989년부터는 본래의 명칭인 ‘설날’을 되찾았습니다. 이런 역사로 인해 지금도 양력설인 ‘신정’과 음력설인 ‘구정’을 따로 보내게 된 것입니다. 

요즘 가정에서는 신정과 구정, 2개의 설날을 모두 보내는 경우도 있고 하나만 택해서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진정한 새해는 언제부터 시작되나요? 어떤 날이 여러분의 새해이든, 새로운 출발은 언제나 설렙니다. 저무는 2015년은 잘 떠나보내고, 다가오는 2016년을 반갑게 맞이해보세요. 두근두근 설레는 ‘2016년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의 해’에, 복 한가득 받으세요!


* 참고 자료 
- 임재해, 「설 민속의 형성 근거와 ‘시작’의 시간 인식」, 『한국민속학』7, 한국민속학회, 1996년
- 김명자, 「근대화에 따른 세시풍속의 변동과정」, 『문화재』 22, 문화재관리국, 1989.

* 참고 사이트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설)
-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검색(설빔, 세화)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장명선(글) / 정미리(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