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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없는 미술관, 작가의 산책길

문화포털 기자단 2016-02-02
지붕 없는 미술관, 작가의 산책길

지붕 없는 미술관, 작가의 산책길
 

제주 서귀포시에는 특별한 길이 있습니다. 그 이름만 들어도 그윽한 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은 ‘작가의 산책길’입니다. 서귀포에 머물며 예술혼을 빛낸 대향 이중섭, 소암 현중화, 우성 변시지 등의 작가들이 거닐며 영감을 받았던 길이라는 의미를 담아 지어진 이름입니다. 2012년 마을미술프로젝트 사업의 하나로 시작되어 산책길 내에 ‘유토피아로’ 조성과 ‘예술섬 프로젝트’까지 가미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단장해왔습니다. 



작가의 산책길 여정 ⓒ 문화포털 기자단 김채윤

 
총 4.9km에 이르는 작가의 산책길은 순환형 코스로 차를 가지고 왔다면 이중섭 미술관 앞 무료주차장에 주차 후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중섭 미술관, 기당 미술관, 서복 전시관, 소암 기념관을 거치면서 제주 올레길 6, 7코스와 이어지기도 합니다. 무엇을 특별히 하지 않고 길을 따라 걷기만 해도 자연 속에 어우러진 예술의 향기에 흠뻑 젖어들 수 있는 ‘작가의 산책길’ 주요 볼거리를 소개합니다. 



화가 이중섭의 숨결


작가의 산책길 시작과 끝 이중섭 거리 ⓒ 문화포털 기자단 김채윤

 
작가의 산책길에는 화가 이중섭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그가 이곳에서 피난 생활을 했던 시간은 1년 남짓이지만 서귀포는 그가 남긴 예술과 생활의 흔적을 더욱 빛나게 닦아 기억합니다. 이중섭 미술관과 그가 세 들어 산 초가를 복원한 거주지, 커뮤니티 센터까지 아우르는 이중섭 거리가 그렇고, 그의 삶과 작품을 주제로 한 야외 전시 작품들이 그렇습니다. 그의 작품 ‘울부짖는 소’, ‘물고기와 아이들’을 형상화한 가로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자구리 해안 길에는 정미진 작가의 ‘게와 아이들: 그리다’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는 이중섭이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을 그리는 장면을 형상화한 대형 조각품입니다. 김범수 작가의 ‘이중섭의 꿈’, 송재경 작가의 ‘길 떠나는 가족’ 등의 작품 역시 그를 기리며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중섭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풍경 ⓒ 문화포털 기자단 김채윤

 
이중섭 거리에는 다양한 공방, 갤러리, 카페가 있고, 매주 주말이면 열리는 문화예술시장이 그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활기찬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주말을,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평일을 택하시길 바랍니다. 



칠십리 시공원에 나타난 덕판배


숨겨진 산책 명소 칠십리 시공원 ⓒ 문화포털 기자단 김채윤

 
서귀포 칠십리 시공원을 거닐다 보면 뜻밖의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 들지도 모릅니다. 이름난 볼거리를 찾아다니는 관광객들에게는 생소할지 모를 이름이지만 공원에 들어선 순간 도심 속의 고즈넉한 풍경과 곳곳의 아름다운 작품에 매료되어 산책의 맛을 제대로 즐기게 됩니다. 

 

 


 



덕판배 미술관 ⓒ 문화포털 기자단 김채윤

 
작가의 산책길을 이미 걸어본 사람 중에도 2015년 11월에 개관한 덕판배 미술관을 아는 분은 드물 겁니다. 탐라선의 마지막 형태인 덕판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두 개의 작은 건물은 2012년에 지어진 이후 공원 내에서 이렇다 할 역할을 못 하다가 창작, 전시, 레지던시 공간을 담은 미술관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제1전시실에는 이형기 작가의 도예작품이 상시 전시되고 제2전시실에는 다도, 실습관 등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별도의 입장료가 없기에 산책 중 가볍게 발걸음 할 수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같은 공간에 작업실을 둔 작가를 직접 만나 작품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미술관 속 미술관



기당 미술관, 서복 전시관, 소암 기념관 ⓒ 문화포털 기자단 김채윤

 
지붕 없는 미술관 작가의 산책길에는 이중섭 미술관, 기당 미술관, 서복 전시관, 소암 기념관 등의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통합 입장권을 구매하면 매번 표를 구매하는 번거로움을 겪지 않아도 되고 할인도 받을 수 있습니다. 

기당 미술관은 제주가 고향인 재일교포사업가 기당 강구범 선생이 건립하여 서귀포시에 기증한 것으로 국내 최초로 시립미술관 개관을 한 곳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폭풍의 화가로 알려진 제주 출신의 화가 변시지의 작품이 상설 전시되고 있고, 기획전시실에서는 기당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매년 기획전과 특별전이 열립니다. 

서복 전시관은 중국 진나라 때 불로초를 찾아 제주도에 온 서복을 기념하여 조성된 곳입니다. 서귀포에는 서복이 삼신산 중 하나인 한라산을 찾아와 정방폭포 해안에 이르러 결국 불로초를 구하였다는 설화가 있는데, 이것을 관광자원으로 삼은 서복 전시관은 그 이야기의 재미도 재미지만 정방폭포 서쪽 암벽에 조성되어 그 풍광을 보면 ‘이곳이 바로 명당!’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다양한 체험도 하고 해설도 들을 수 있지만, 주변 해안을 굽어보며 걷다 지친 두 다리를 잠시 쉬게 하고 신선놀음에 잠시 빠져보아도 좋을 곳입니다. 

소암 기념관에서는 한국 서예의 거장 소암 현중화 선생을 기리는 곳으로 상설전시실에는 한글, 해서, 행초, 전예 등의 다양한 필체로 쓰여진 명필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주말에는 기당미술관(오후 2시), 서복전시관(오후 4시), 소암기념관(오후 4시 20분)에서 현악, 관악 공연 등이 있고 이중섭미술관에서는 은지화체험이 가능합니다. 평일에는 10명 이상의 단체 관람의 경우, 해설사와 동행하여 해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자연 속의 예술
 
 

자연과 어우러진 작품들 ⓒ 문화포털 기자단 김채윤

 
작가의 산책길 코스와 코스를 잇는 곳곳에는 ‘유토피아로’와 ‘예술 섬 프로젝트’로 이루어진 도심 속 예술 작품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도시의 건물을 끼고, 왼쪽으로는 자연 안의 예술품을 거느리고 걷다 보면 현대식 건물들마저 작품으로 느껴지는 야릇한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육지부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풍경에 ‘이국적’이라는 오묘한 찬사를 듣곤 하는 서귀포시를 이 작품들이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듭니다. 야외 전시 작품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걷느라 애초에 예정된 네 시간 남짓 되는 시간은 훌쩍 넘기게 될지도 모르니 오전에 길을 나서길 권합니다. 걷는 길은 도심에 있어 허기가 느껴지면 가까운 곳에서 음식점을 찾을 수 있고, 지치면 바로 버스를 탈 수도 있습니다. 
 


예술이 되는 자연
 

영감을 불어넣는 자연 풍경 ⓒ 문화포털 기자단 김채윤

 
이 길에 예술의 숨결이 들어찰 수 있었던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 풍광이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길을 걷다가 만나게 되는 제주 고유의 풍경이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익히 관광지로 잘 알려진 ‘천지연 폭포’나 ‘새섬’을 찾아가는 길은 멀고 지루하기도, 그래서 기대보다 못한 기분이 들어 실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술품을 관람하며 걷다가 눈을 들었을 때 멀리 혹은 가까이서 만나게 되는 자연 풍경은 관광을 위한 목적지가 아닌 길 위의 거대한 수채화가 되어 마음을 적십니다. 눈부시게 화창한 어느 날 활기차게 걸어도, 보슬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날 차분히 걸어도 좋을 작가의 산책길입니다. 


* 작가의 산책길 관련 정보
- 문의 :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064)760-2481~2484
- 찾아가는 길
1) 승용차 이용 시 : 이중섭 미술관 또는 서귀포시 이중섭로 27-3
2) 600번 리무진 버스 이용시 : 공항에서 600번 리무진 버스 탑승 후, 경남호텔 근처 리무진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도보 5분
3) 시외버스 이용 시 :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5.16도로방면 시외버스 탑승 후, 서귀포시 동문로터리에서 하차, 도보 5분
4) 도보 : 서귀포시청(서홍동)기준 도보 10분
 
※ 미술관(전시관) 통합입장권
1) 어른 1,300원 (단체 1,000원)
2) 청소년 및 군인 800원 (단체 500원)
3) 어린이 300원 (단체 300원)
 
<이중섭미술관>
1) 관람시간: 오전9시~오후6시 (하절기 7월~9월 : 오전9시 ~ 오후8시)
2) 입장시간: 관람종료 30분 전까지 가능
3) 휴관일 :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 추석
 
<기당미술관>
1) 관람시간: 09:00~18:00 (7, 8, 9월에는 20:00까지 연장)
2) 휴관일 : 설, 추석, 매주 화요일

<소암기념관>
1) 관람시간 : 오전 09:00~18:00 (입장 마감시간 17:30)
2) 휴관일 : 매주 목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김채윤(글) / 장수영(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