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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천천히 음미하는 비문학의 미학

문화포털 기자단 2015-12-04
책 · 천천히 음미하는 비문학의 미학

천천히 음미하는 비문학의 미학

- 도서 추천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곱게 물든 단풍잎을 골라 책갈피로 삼으며 독서를 즐기곤 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등을 통한 전자책 시대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때에 책을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한 것은 사색을 즐기고 싶은 시간에 종이로 된 책을 펴들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때 여러분은 어떤 책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차 한 잔의 여유와 독서

 

 

 

어떤 사람은 감성과 이야기가 풍부한 문학소설을, 어떤 사람은 환상적 상상력이 가득한 판타지 소설을, 또 어떤 사람은 추리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장르소설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는 모두 사상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인 문학입니다. 하지만 또 어떤 분들은 문학이 아닌 사실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전하는 비문학을 퍼뜩 떠올리실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한, 또한 그런 비소설이 생소하신 분들 모두를 위한 책 몇 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과학콘서트 책사진 

 

영화와 음악 속 물리학 원리를 소개하는 책 ⓒ 문화포털 기자단 정종화
(* 출판사 어크로스의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책 중 일부를 기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의 저자인 정재승 작가는 물리학의 길을 걸어왔지만 동시에 인문학, 예술과 같은 다방면에 흥미를 가진 물리학자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사람들이 평소 멀고 어렵게만 느끼는 과학이, 사실은 평소 우리의 생활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냈습니다.

 

머피의 법칙은 특히 우리 일상 속에서 자주 발생하며, 발생할 때마다 상당히 거슬리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잘 될 수도 잘못될 수도 있는 일들은 반드시 잘못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슈퍼마켓에서 줄을 서면 내가 선 줄이 가장 늦게 줄어든다거나, 소풍날에는 어김없이 비가 온다거나,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에는 옷에 음식이 튄다거나 하는 사소하지만 언짢은 일들이 여러 번 반복되는 날, 우리는 머피의 법칙을 떠올립니다. 책에서는 이 머피의 법칙을 징크스가 아닌 과학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잼을 바른 빵을 떨어뜨리면 항상 잼을 바른 쪽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과학적 사례로, 이같은 현상은 지구중력의 원리로 입증됩니다.

 

이 외에도 백화점은 왜 미로와 같은 구조를 하고 있을까, 복잡한 도로에서는 차선을 바꿔야 할까, 토크쇼의 방청객은 왜 여자가 많을까와 같이 당연하게 여겼지만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일상 속 현상들. 각각의 에피소드를 과학 원리를 찾아 쉽게 풀어줌으로써 어려운 과학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 줍니다.

 

   

 

-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서가에서 꺼내든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문화포털 기자단 정종화
(* 출판사 휴머니스트의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책표지를 기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진중권 교수는 작가뿐만 아니라 언론과 대충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달변가로 유명한 미학자입니다. 정치나 사회 이슈에도 능통하지만, 미학에 있어서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정통해 있어 그가 집필한 책 역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의 책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는 단순히 미술의 역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사조의 특징을 꼬집어 쉽게 풀어내고는 책입니다. 특히 이 책의 묘미는 예술이 시대를 거치면서 변화해온 흐름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예술성으로서의 미술뿐만 아니라 미술사의 시대별 흐름까지 소화해내어 미학이라는 학문을 깔끔하게 소개하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 동방박사의 출현   

 

로지에르 반 데르 바이텐의 <동방박사의 출현> 삽화 ⓒ 문화포털 기자단 정종화

(* 출판사 휴머니스트의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책 중 일부를 기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서양 미술사에서 소개하는 미학의 여러 갈래들 중에서는 도상해석학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도상학이란 그림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시각적 표현을 읽어내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단순히 그림 속의 사물이나 인물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 작가의 생애와 표현 의도를 가늠하는 것 역시 도상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갈래에서는 이러한 도상학이 과거에서부터 어떻게 도상해석학으로 발전해왔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령 그림의 일차적인 부분을 읽는 것에 그쳤던 과거의 전도상학적 단계에서는 이 그림에서 보이는 허공에 떠 있는 아기와 꿇어앉은 세 남자는 단순히 눈으로 확인하는 것에 그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 남자들이 누구인지, 왜 아기를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읽어낼 수 없었던 단계였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전도상학의 다음 단계인 도상학적 단계로 넘어간다면, 기독교 세계관의 관습을 참고하여 더욱 폭넓게 그림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저 세 남자와 하늘에 떠 있는 아기가 그려진 그림이, 동방박사로 추정되는 세 남자가 큰 별에 겹쳐진 탄생한 아기예수의 이미지를 지켜보는 기독교적 성화로 읽히는 것입니다. 이 도상학적 단계를 넘어선다면, 비로소 도상학의 가장 마지막 단계로써 화가의 심리와 세계관의 이해를 덧붙여 그림을 이해하는 도상해석학적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는 이렇듯 미학 속의 여러 원리에 대해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원근법의 원리나 현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림 속의 기괴한 형태를 과거와 현재의 시각에서 논리적이고 쉽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소설이나 시, 수필처럼 사람의 서정적인 감성을 담지 않아도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비문학. 비록 조금 천천히 속도를 줄여 살펴야 하는 책이지만, 그만큼 문단마다 알차게 들어있는 지식들을 음미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책일 것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소홀했던 미지의 분야를 천천히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정종화() / 정미리(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