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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에서 배어 나오는 천 년의 숨결

문화포털 기자단 2015-12-03
가면에서 배어 나오는 천 년의 숨결

가면에서 배어 나오는 천 년의 숨결
- 일본의 무대예술, 노[能] -


 

가면은 고정된 형상이어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다양한 표정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배우가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할 때면, 몸짓연기와 어우러져 보다 신비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옵니다. 또한 나라별 가면의 특성과 표현 방식이 달라 매우 흥미롭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면 축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테마전 <일본의 무대예술, 노[能]>의 주제인 일본의 가면극 ‘노[能]’ 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고히메, 에도 시대 17세기 후반, 나무에 채색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노[能]는 14세기 말에 일본에서 발달한 가면극입니다. 일본 전통극인 가면극 ‘노(能),’, 인형극 ‘분라쿠(文樂)’, 총체극 ‘가부키(歌舞伎)’ 등 세 가지 중요한 양식 중 하나입니다.


노래와 춤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점에서 노[能]는 현대의 뮤지컬과 비슷합니다. 노의 각본에 선율이 붙여진 노래인 요쿄쿠(謠曲; 요곡)을 부르면서, 연주자인 하야시(연주자)의 반주에 맞추어 흉내나 무용적인 동작을 하고, 노멘(能面)이나 오모테(面)라고 부르는 가면을 씁니다.




 

노(能) 공연 사진 ⓒ 위키피디아


 

여기에 특정 형태로 갖춘 무대에 대개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주인공 '시테(Shite)', 해설자이자 조연을 맡는 '와키(Waki)', 광대스러운 '쓰레(Tsure)', 희극적 성격의 교겐(Kyogen) 등의 연기자가 등장합니다. 가면은 원칙적으로 '시테'만 사용하고 '와키'를 비롯한 여러 역할 대부분은 맨 얼굴로 나옵니다. 그럼에도 극에서 가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또한 출연자는 모두 남성이고, 가부키와 달리 여성 역을 맡은 배우는 여성적 발성을 하지 않습니다.


죽은 이의 혼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이승의 조연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꿈처럼 신비로운 분위기의 무대가 연출되는 것도 노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마쓰카제[松風], 미야케 고하쿠(三宅凰白, 1894~1957), 20세기 전반, 비단에 담채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노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전형적인 노[能]극의 이야기 구조는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예를 들면, 1막에서 불교 승려가 주인공의 생애와 관련 있는 나무나 묘비 같은 유명한 장소를 방문합니다. 거기서 한 노인이 나타나 주인공에 얽힌 전설을 이야기하고 사라져버립니다. 2막에서는 주인공이 나타나 1막에서 등장했던 노인이 사실은, 승려 자신이었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자기 인생에서 얻은 심오한 깨달음을 설파하는데, 감동적인 음악에 춤 동작을 곁들이고 유명한 시를 들려줍니다.

 

 




비사문천상 귀갑과 용무늬 가리기누,
에도 시대 19세기, 비단에 금은사 자수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번엔 무대 장치에 대해 살펴봅니다. 노극은 원래 거리에서 행해졌으나, 현대에는 실내 대형 무대에서 공연됩니다. 노를 상연하기 위한 전용무대를 노부타이(能舞台)라 하는데, 극장 크기에 따라 너비가 6m에서 12m 정도에 이르며, 지붕이 얹혀 있습니다. 무대와 연결된 다리인 하시가카리(Hashigakari)는  5m 40cm 정도의 직사각형으로 배우들이 무대 뒷편 대기실에서 무대로 등장할 때 사용됩니다. 뒷벽에는 극적 배경으로 소나무가 그려져 있습니다. 


연기 공간 뒤에는 극에 동참하고 ‘하야시’라고 불리는 네 명의 연주자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노에 사용되는 악기는 네 개로, 고쓰즈미, 오쓰즈미, 다이코는 타악기이고, 후에만 관악기입니다. 다이코는 귀신이 나타나는 장면 같은 극적인 장면에만 사용되며, 팔목을 구부리지 않고 연주합니다.




 

노 전용무대인 노부타이(能舞台) 왼쪽은 야외, 오른쪽은 실내 ⓒ 위키미디어


 

노는 모든 작품들이 느린 템포에서 빠른 템포에 이르기까지 점차적으로 변화하여 ‘음악적’이고, 인간사를 담아 ‘심리학적’입니다. 또한 사람이나 동식물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한냐[般若], 에도 시대 19세기, 나무에 채색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노 배우들은 춤과 무언극의 두 가지 중요한 요소들을 포함하는 고도의 양식화된 기교로 움직입니다. 노 공연 시, 배우들은 아름답고 수준 높은 대사와 노래를 번갈아가며 읊조립니다. 노의 의상들은 대체로 상당히 우아하며, 시테(주연)가 사용하는 가면들은 매우 아름답고 묘한 매력을 지닙니다.

 

노에는 가끔 희극적 요소들이 섞이는데, 이것이 ‘교겐’이라는 연극 양식이 되었습니다. 원래 교겐은 노극의 사이사이에 이루어지는 짧고 익살맞은 일종의 막간극이었는데, 후에 독립 장르가 된 것입니다. 여러 가지 속류적 유머와 익살을 부리는 교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공연되고 있습니다.




 

눈꽃과 매화무늬 스리하쿠,
에도 시대 18~19세기, 비단에 금은박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60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노(能)는 중세 무로마치(室町) 막부 쇼군들의 전폭적인 후원 속에 무사들의 고급문화로 성장했습니다. 근세 에도 시대에도 줄곧 막부의 공식적인 지원을 받으며 발전하여, 일본 문화 곳곳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노(能)는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까지 살아 숨쉬는 문화입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가면과 의상의 일부는 우메와카 가문(梅若家)에 전래되고 있었던 에도 시대 후기의 작품들로, 최근까지 실제 무대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일본 대도시에서는 14세기부터 공연해 온 전통있는 노 극단의 우수한 작품을 여전히 볼 수 있습니다.

 

 



 

소용돌이와 꽃무늬 가라오리,
20세기 초, 비단에 자수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가면에서 천 년의 숨결이 배어납니다. 일본의 무대예술, 노(能),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1월 22일까지 상설전시관의 테마전시실에서 진행됩니다. 이 기회에 다른 나라의 가면에 연관된 문화예술도 경험해보고,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어떨까요?




 

일본의 무대예술, 能(노) 전시 포스터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참고 자료
노 가부키의 미학 : 일본 연극의 비교 문학적 고찰, 이상경 지음, 태학사, 2003년
일본의 극장과 연극  - 오자사 요시오 지음, 이혜정 옮김, 연극과 인간, 2006년
이야기 일본연극사 - 이응수,명진숙,박전열,니시도 고진 지음, 세종대학교출판부, 2011년
세계연극사 - 에드윈 윌슨, 앨빈 골드퍼브  지음, 김동욱 옮김, 퍼스트북, 2015년
위키피디아 - 일본 연극 노


* 전시 안내
- 제목: 일본의 무대예술, 能노
- 기간 : 2015. 10. 6.(화)~2015. 11. 22.(일)
-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중근세관 테마전시실
- 전시 작품 : 한냐[般若] 가면 등 노[能] 관련 미술품 23건 32점


*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위키피디아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권라희(글) / 장수영(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