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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문화포털 기자단 2015-11-30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향수’의 고장, 옥천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정지용, ‘향수’ 중에서 -


아름다운 멜로디를 입은 고운 노래로 만들어져 더욱 유명해진 시(詩) ‘향수’는, 유년시절의 추억과 고향의 그리움을 이야기한 작품으로 정지용 시인의 대표작입니다. 이러한 ‘향수’를 탄생시킨 장소이자 정지용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곳은 바로 충북 ‘옥천’이지요. 작고 아담하지만, 시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도시, ‘옥천’으로 지금 떠나 봅니다.



옥천역

 

옥천역 ⓒ 문화포털 기자단 이진영


옥천역에 정차한 기차에서 내려 옥천역사를 빠져나오자마자 마주한 것은, 역 광장에 서 있는 ‘정지용 시비’입니다. 마치 이곳이 시인의 고향이라는 것을 알려 주기라도 하듯, 정지용 시비가 광장을 우뚝 지키고 서 있지요. 역 왼쪽에 있는 자전거 투어 안내소에서는 옥천의 다양한 자전거 코스를 소개해 주는데, 특히 다양한 언론에 소개돼 유명세를 탄 ‘향수 100길’이 인기입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아름다운 여행길'로 선정된 '향수 100리 길'은 자전거 동호인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길로, 구간에는 정지용 생가·문학관, 정지용 시인의 문학벨트인 향수30리가 포함되어 있어 옥천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정지용 시인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지용 시인의 시가 곳곳에 반짝이는 곳, 옥천

 

정지용 시인의 시가 곳곳에 반짝이는 곳, 옥천 ⓒ 문화포털 기자단 이진영


옥천역 광장 ‘지용시비' 너머로 보이는 길은, 옥천 시내를 관통하여 ‘지용로’로 이어지는 501번 지방도로로 이곳에서 정지용 생가까지의 거리는 약 2.5km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금방 도착하겠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정지용 생가까지 천천히 걸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걷는 그 길, 어디에서나 정지용 시인의 싯구가 적힌 벽화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향수공원

 

향수공원 ⓒ 문화포털 기자단 이진영


옥천역에서부터 옥천군청, 그리고 옥천 IC까지 오게 되면 정지용 시인의 시비가 곳곳에 세워져 있는 ‘향수공원’을 발견하게 됩니다. 시비에 새겨진 시구 내용과 함께 아름다운 조각상도 있어, 천천히 산책하며 문학 감성에 젖어들 수 있는 곳이지요. 야외 잔디밭 위에서 만나는 정지용 시인의 시와 관련 조각품들은 “과연 정지용의 고향이구나.” 하는 탄성을 자아나게 합니다.


정지용 시인의 모교

 

정지용 시인의 모교 ⓒ 문화포털 기자단 이진영


향수공원에서 만난 아름다운 시를 가슴에 품고 약 10분 정도 더 걷다보면, 정지용 시인과 육영수 여사의 모교인 ‘죽향초등학교’가 나옵니다. 1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구 교사는 대한민국 문화재청이 지정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57’호로 건립 당시의 모습이 비교적 그대로 남아 있어, 부모 세대들은 옛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곳이지요. 학교 곳곳에 있는 정지용 시인의 시비를 둘러본 후 문득 학교 운동장을 바라보면, 까까머리를 하고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시인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詩가 흐르는 간판

 

詩가 흐르는 간판 ⓒ 문화포털 기자단 이진영


시인의 모교를 뒤로하고 생가로 향하는 길에는 이색적인 간판들이 눈에 띕니다. 탐스럽게 익은 벼이삭 그림이 그려진 정미소 간판에는 ‘곡식알이 거꾸로 떨어져도 싹은 받듯이 우로’ 라는 정지용 시인의 시 <나무>의 한 구절이 흐르고 있고, 마을 한가운데 구읍 우편 취급국의 간판에는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님설거리나니…’라는 정지용 시인의 시 <오월소식> 한 구절이 적혀 있지요. 이처럼 시로 한껏 단장한 간판들은, 여행객들에게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생가에 가까이 왔음을 넌지시 알려 줍니다.


시인의 어린 시절을 떠 올리게 하는 생가

 

시인의 어린 시절을 떠 올리게 하는 생가 ⓒ 문화포털 기자단 이진영


‘향수’의 배경이 된 실개천을 가로질러 놓인 다리를 건너면, 바로 소박한 초가집의 정지용 생가를 만나게 됩니다. 이어 작은 사리문 사이로 조심스레 생가에 들어서면, 저절로 그의 시를 읊조리게 되지요. 아담한 크기의 우물,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항아리들, 나무 기둥에 매달려 소박한 한옥의 정취를 더하는 옥수수, 탐스럽게 익어가는 감나무 등 시인이 노래한 고향의 아름다움이 오롯이 느껴지는 풍경들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이엉을 얹은 흙돌담으로 둘러져 있는 정지용 생가는 안채와 행랑채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방에는 정지용 시인의 작품과 사진이 걸려있고 부엌에는 가마솥에 밥을 짓고 장작을 때웠던 생활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정지용 문학관

정지용 문학관 ⓒ 문화포털 기자단 이진영


시를 흥얼거리며 사립문을 나서면 시인의 작품세계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정지용 문학관’이 나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단정히 앉아 손님맞이를 하고 있는 시인을 본 딴 밀랍인형을 볼 수 있지요. 걸음을 옮겨 전시실로 들어서면, 시인의 일생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과 사진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옥천역에서부터 정지용 문학관까지 걸어 본 옥천 여행.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라고 노래했던 시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정지용 문학관 안내
- 운영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 휴관일 : 월요일, 1월1일, 설날, 추석날
- 문의전화 : 043)730-3408
- 관람료 : 무료


* 참고 자료
- 옥천군청 홈페이지 : http://www.oc.go.kr/html/kr/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이진영(글) / 장수영(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