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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은 한글, 한글 역입니다!

문화포털 기자단 2015-11-26
이번 역은 한글, 한글 역입니다!

이번 역은 한글, 한글 역입니다!
 
 
1974년 8월 15일에 개통된 서울 지하철은 총 운행 거리가 런던(439.0km)과 뉴욕(397.2km)의 뒤를 이어 327.1km를 기록할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전체 302개의 역 중 29개(9.6%)의 역은 한글로 이루어졌거나 한글을 포함한 이름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뚝섬역, 애오개역, 버티고개역, 돌곶이역 등이 대표적인데요. 이 한글 역들은 모두 저마다의 유래를 지닌 채 서울 지하철 노선도 안에서 각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지하철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지하철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
 
 
- 뚝섬역(지하철 2호선)
 
뚝섬의 이름은 ‘독기(纛旗 : 소꼬리나 꿩 꽁지로 장식한 큰 깃발)를 꽂은 섬’이라는 뜻인 ‘독도(纛島)’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독기는 임금의 행차를 알리는 상징으로 꽂았던 깃발인데요. 현재 뚝섬이 있는 지역은 조선 초기 태조부터 성종 때까지 약 100년 동안 임금이 직접 나와 사냥한 것이 무려 151차례나 될 정도로 사냥터로 사랑받았던 지역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만큼 독기가 많이 꽂혔고, 자연스레 독도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독도가 후에 ‘뚝섬’이라는 소리로 변형되었다는 것이죠. 
 
또한, 뚝섬이 있는 곳은 섬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섬’이라고 불렸는데요. 중랑천과 한강이 합류되는 지형의 형태가 마치 섬의 모양과 같다고 하여 뚝섬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조선 시대 임금의 사냥터로 이용되던 뚝섬은 대한제국시대에는 정수장으로, 이후 경마장으로 사용되다가 70~80년대에는 골프장, 체육공원으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05년에는 서울에서 세 번째로 큰 숲인 ‘서울숲’이 뚝섬에 조성되기도 하였습니다.

 

 

 


뚝섬의 자리에 생긴 서울숲
 
뚝섬의 자리에 생긴 ‘서울숲’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

  
- 애오개역(지하철 5호선)
 
서대문사거리에서 마포 방향으로 가려면 작은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이 고개가 바로 ‘애오개’입니다. 한자로는 ‘아현(阿峴)’이라 불리는 이 고개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이 고개가 주변의 고개보다 낮아 ‘아이고개’라고 불린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입니다. 중구 만리동의 ‘만리재’와 서대문구의 ‘큰고개’라는 두 큰 고개의 중간에 애오개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개가 낮아 보여 아이 고개로 불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 고개가 애고개라고 불리게 되었고, 소리가 변형되어 지금의 애오개가 되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두 번째는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이야기인데요. 조선 시대, 도성 안에서 사람이 죽으면 반드시 서소문을 통하여 시체를 나가게 하였는데 아이 시체는 이 고개를 넘어 묻게 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시체를 매장한 고개라는 이름으로 애고개, 애오개라고 부르게 된 것이죠. 
 
또한, 풍수와 관련된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데요. 조선 시대, 북한산의 봉우리는 아이가 업혀 있는 형태라 하여 부아악(負兒岳)이라고 불렸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달아나는 형세였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쪽에 있는 산에는 모악(母岳)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어머니가 아이를 달래고, 서남쪽의 산은 떡으로 아이를 달랜다는 의미로 병시현(餠市峴) 또는 떡전고개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를 달래는 고개인 병시현이 아현(兒峴)이 되었고, 그 한글 이름인 애오개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

 

 

 


- 버티고개역(지하철 6호선)
 
많은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긴 세월을 살아온 주인공 도민준은 “이런 밤중에 버티고개 가서 앉을 놈들”이라는 조선 시대 욕을 합니다. 버티고개는 중구 신당동과 약수동이 이어진 부근에서 한남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의 명칭인데요. 예부터 이 고개는 길이 좁고 험한 데다 다니는 사람도 없어서 도둑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음씨가 곱지 않고 험악한 사람을 보면 ‘버티고개에 가서 앉을 놈’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버티’라는 말은 조선 시대에 순찰하던 군졸을 뜻하는 순라꾼들이 도둑을 쫓아내며 ‘번도’라고 외쳤던 말이 번티, 버티 등으로 변형된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애오개와 마찬가지로 풍수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는데요. 어린아이가 달아나는 형세를 모악산과 떡전고개를 통해 막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달아나면 벌을 주겠다고 하는 벌아령(伐兒嶺)을 두어 아이가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벌아령이 변해 버티고개라는 이름으로 변했다는 것이죠.

 

 

 

 
- 돌곶이역(지하철 6호선)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이 있는 곳은 성북구 석관동인데요. 석관동의 옛 이름이 바로 ‘돌곶이 마을’입니다. ‘돌곶이’라는 이름은 마을 동쪽에 있는 천장산의 한 맥이 수수 팥떡이나 경단을 꽂이(꼬챙이)에 꽂아 놓은 것처럼 검은 돌이 박혀있던 데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이름을 한문으로 표기한 것이 바로 ‘석관(石串)동’입니다. 그리고 돌곶이 마을로 시작된 이름은 조선의 20대 왕인 경종의 능, ‘의능’이 이곳에 안치된 이후부터 ‘돌곶이 능말’ 또는 ‘돌곶이 능마을’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돌곶이역과 천장산
 
돌곶이역과 천장산 ⓒ 국가공간정보통합체계
 
 
지하철역이 신설되면 역 주변 동네를 중심으로 역 명칭 전쟁이 벌어집니다. 역 이름이 인근 부동산 가치나 홍보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서울시가 역 이름을 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바로 ‘옛 지명’입니다. 그리고 그 뒤로 고적, 사적 등 문화재, 고유명사화된 공공시설 명칭 등의 순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있죠. 그만큼 역 이름은 각 지역사회의 중심에서 그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입니다. 그러니 때로는 매일 가던 우리 동네의 역 이름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나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오래 살았음에도 몰랐던 우리 동네의 이야기를 지하철역 이름에서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
 
* 참고 자료
- 네이버 지식백과 - 서울 지하철
- 한겨례 - 뚝섬
- 서울의 고개 - 애오개
- 서울의 고개 - 버티고개
- 성북구청 - 돌곶이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배승진(글) / 장수영(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