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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서 더욱 빛나는 희망

문화포털 기자단 2015-11-12
절망 속에서 더욱 빛나는 희망

절망 속에서 더욱 빛나는 희망
-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


 

 

여기 추운 겨울을 덥혀줄 따뜻한 뮤지컬 한 편이 있습니다. 소극장 창작 뮤지컬로는 최초로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고, 지금까지 3천 회가 넘는 공연이 열려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보유한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입니다. 주요 배경인 무료 병원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공간입니다. 이야기는 한 병실 내 최병호라는 환자가 하룻밤 사이 갑자기 실종되면서 시작됩니다. 혼자서는 움직이기조차 힘든 반신불수의 몸으로 최병호는 대체 어디로 그리고 왜 사라진 것일까요?

 

 


 

 


병원 지원을 위해 통화 중인 베드로 신부  ⓒ 네오 커뮤니케이션즈

 

 

병원의 진료비가 무료이기 때문에 이 병원에서 해야 하는 중요한 일 중 한 가지는 바로 후원을 받는 것입니다. 새로 부임한 베드로 신부는 병원의 재정을 위해서 병원이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방송되어 후원금을 모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송되기로 한 병실은 공교롭게도 병원 내에서 가장 괴팍한 최병호가 있는 곳으로 선택되고, 이미 예고편까지 방영되어버린 상태입니다. 최병호는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베드로 신부에게 연락해 촬영을 극단적으로 거부합니다. 그러나 베드로 신부는 병원을 위해 출연에 응해달라고 부탁하게 되고 결국 최병호씨는 포기한 듯 돌아섭니다.

 

이즈음 병원에는 한 자원봉사자가 들어오게 됩니다. 고운 얼굴에 귀티 나는 옷을 입은 그녀의 이름은 김정연입니다. 다큐멘터리의 예고편을 보자마자 이 병원에 봉사하러 온 것입니다. 그녀는 최병호가 머무는 병실의 담당자로 일하게 되고, 다른 두 명의 환자인 이길례와 정숙자의 모습을 보고 기겁합니다. 이길례는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로 아무 데서나 변을 보는 치매 초기 증상 환자입니다. 정숙자는 한눈에 봐도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 모습을 풍깁니다. 그녀는 초짜 봉사자인 김정연을 탐탁지 않게 여기며 경계합니다.

 

 


 



이길례의 어릴 적 이야기 ⓒ 네오 커뮤니케이션즈

 

 

연고가 없는 사람이 대부분인 무료 병원의 환자들. 그러나 그들도 처음부터 연고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최병호와 같은 병실에 머무는 이길례와 정숙자에게도 각각 병원에 들어오게 된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이길례는 어릴 때 결혼하였지만, 남편은 전쟁에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을 기다리며 편지를 보내다 그 편지를 배달하는 우편배달원과 사랑에 빠집니다. 그 때문에 이길례는 동네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그 비난을 견디다 못해 다른 곳으로 도망가 행복하게 살자는 남자의 설득에 도망갑니다. 그러나 행복이 그녀를 비켜가는 듯, 도망가는 길에 비극적인 사건을 맞이하게 됩니다.

 

 


 



화려한 삶을 살던 어린 시절의 정숙자  ⓒ 네오 커뮤니케이션즈

 

 

정숙자는 한때 무대에서 화려하게 춤을 추는 쇼걸이었습니다. 무대 한가운데서 당당하게 춤추는 화려한 정숙자의 모습을 보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집니다. 사랑 따위 관심 없어 보이는 당당한 이 여성에게도 사랑은 찾아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남자는 이미 결혼한 상태의 유부남이었습니다. 남자는 우리의 사랑은 끝이 보이지 않으니 함께 도망가서 죽자며 그녀의 마음을 흔들지만, 가장 극적인 순간에 그녀는 처절하게 배신당합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보고 나니 병실 안에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경계하는 정숙자의 모습을 이해하게 됩니다.

 

 


 



닥터 리에게 상처를 토로하는 김정연 ⓒ 네오 커뮤니케이션즈

 

 

그러나 인생의 상처가 병실의 환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병원을 찾아온 자원봉사자 김정연에게도 상처는 있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남자친구와 결혼을 꿈꿔왔지만, 남자친구가 그녀를 떠나자 그녀는 무작정 길을 떠나 이 병원을 찾아온 것입니다. 그를 잊지 위해 밤낮으로 자원봉사를 해도 때때로 옛 남자친구 생각에 눈물이 터지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어느 날,이 병원의 레지던트인 닥터 리에게 눈물을 들켜 그에게 따뜻한 조언을 듣고 그가 권하는 방법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장면은 유쾌하면서도 훈훈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한 최병호도 처음부터 몸이 불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이 실패하고 큰 빚을 지게 되면서 돈을 벌어오겠다고 다짐하고 집을 떠났지만 안타깝게도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자신의 그러한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서, 그는 차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마치 연고가 없는 사람처럼 무료 병원에 들어갑니다. 그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질수록 타인들에게 퉁명스러워진 것입니다.
 
이렇듯 사람 띄어쓰기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한 띄어쓰기깝지 않은 사연이 없습니다. 춤과 노래로 표현된 그들의 상처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어 객석 곳곳에선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는 그들이 불쌍한 사람이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사랑하며 생기는 슬픔과 상처는 누구라도 한 번쯤 겪어본 것이기 때문입니다. 관객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내면에 있던 자신의 상처 또한 위로하게 됩니다.

 


 

 

베드로 신부와 이길례 할머니 ⓒ 네오 커뮤니케이션즈

 

 

병실 안팎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시간이 흐르면 최병호 환자가 왜 사라졌는지 이유가 드러나는데요. 극의 클라이맥스이자 생각지 못한 결말에 더할 수 없는 감동이 몰려옵니다. 그들처럼 ‘현실의 우리 또한 상처를 주고받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믿음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소극장의 작은 공간을 적절하게 활용하였기 때문에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무대는 순간적으로 병실, 50여년 전 섬마을, 또는 그리운 이를 두고 온 집으로 순간순간 변모하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한 배우가 여러 연기를 하면서 위화감에서 만들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장면들도 인상적입니다.

 

당신이 잠든 사이 누군가 사라졌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아직 서로를 더없이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사랑의 증거가 궁금하시다면 차가운 겨울,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따뜻한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추천드립니다.

 

 


 



최병호를 찾는 병원 식구들 ⓒ 네오 커뮤니케이션즈

 


* 공연 안내
- 공연명 :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 기간 : 2015년 9월 4일(금)~2016년 2월 28일(일)
- 장소 : 예술마당 3관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김현정(글) / 정미리(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