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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에게 쥐여주고 싶은 문화 예술

문화포털 기자단 2015-09-24
청춘에게 쥐여주고 싶은 문화 예술

청춘에게 쥐어주고 싶은 문화 예술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5포 세대에서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7포 세대가 된 청춘들. 그들의 모습은 절벽 끝에 몰려있는 것처럼 위태롭습니다. 아무리 자신감이 넘치던 사람이라도 서류전형에서 여러 번 탈락하게 되면 사회에서 뒤처진 사람이 된 것 같은 절망을 맛보게 됩니다. 겨우 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자신이 꿈꾸던 삶을 사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전셋값은 오르고, 서울에 있는 수많은 집 중 자신의 집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디에선가 절망에 빠져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청춘들을 위해 쉼표가 될 수 있는 문화생활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1. 도서 <데뷔의 순간>


 

 
도서 데뷔의 순간 ⓒ 푸른숲

 

 

대한민국 영화계를 좌지우지하며 영화판을 진두지휘하는 감독들은 항상 평탄한 삶을 걸어왔을까요? <데뷔의 순간>은 성공한 영화감독들에 대한 편견을 그야말로 산산조각내는 책입니다. 주성철 영화 전문기자가 국내 유명한 감독 17인의 성공담을 엮어 출간하였습니다. 나열된 감독들의 이름 중 올여름 극장가에 천만 관객이 든 두 영화 <암살>과 <베테랑>의 최동훈, 류승완 감독이 눈에 띕니다. 그들이 성공하기 전에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았을까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되는 단편 <패싸움>을 만들었는데 1년 동안 모든 영화제에서 떨어졌다. (중략) 재능이 없다는 생각에 아예 영화 일을 그만두려고 지하철 공사시험과 중장비기사 자격증, 속기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려고 마음먹었다. 당시 비슷한 처지의 봉준호를 충무로의 한 호프집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는 제과제빵 기술도 좋다며 의기투합하기도 했다.
- p81, 류승완
 
국문학과 출신이지만 ‘나는 왜 이리 글을 못 쓸까’라는 생각을 늘 했다. (중략) 몇 번 소설을 써보려고 하다가 완성하지 못했는데, 무엇보다 내 치명적인 단점이 바로 장시간 책상에 앉아 있지 못한다는 거다. 무언가를 탈고하려면 바지 엉덩이에 구멍이 날 때까지 진득하게 앉아 있어야 하는데 그게 힘들었다.
- p365, 최동훈
 
아무리 난다 긴다 하는 영화감독들도 영화감독이 되기 위한 충무로의 ‘취준생’ 시절에는 정신을 붙잡고 있기 어려웠나 봅니다. 그들도 기술직이 최고라며 자격증을 따려고 했다는 사실에는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집니다. 오늘의 성공에 도달하기 위해 그들 역시 무수한 실패를 경험한 것입니다.

 

* 도서 안내
- 도서명 : 데뷔의 순간 - 영화감독 17인이 들려주는 나의 청춘분투기
- 저자 : 한국영화감독조합
- 출판사 : 푸른숲

 

 


2. 도서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도서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비채

 


이 책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 그대로 잡문,
잡다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는 책입니다. 그의 미공개 에세이와 수상소감, 각종 책들을 추천하기 위한 추천사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명한 소설가는 어려서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인정받으며 살아왔을 것 같은 편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 편견을 깨는 무라카미에 대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늦은 나이인 스물아홉 살 때였습니다. 그전에는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도 딱히 없었고, 솔직히 글을 써본 경험도 변변히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소설가로서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이 나 스스로도 매우 놀랍습니다. 거의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 p70

 

소설가가 되기 전까지 무라카미 하루키는 부인과 함께 바(Bar)를 운영했다고 합니다. 가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재즈도 마음껏 틀 수 있고, 가게 형편도 차츰 나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소설가 이전의 직업도 꽤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그러던 중 생각도 못했던 두 번째 직업으로 그는,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소설가로 우뚝 서게 됩니다. 소설가 이전의 삶도 만족하며 살아왔지만, 또 다른 도전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삶은 그의 글만큼이나 흥미롭습니다.

 

 * 도서 안내
- 도서명 :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 출판사 : 비채 

 



 3.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포스터 ⓒ 오디컴퍼니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1964년에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공연입니다. 원작과 뮤지컬의 차이는 원작자인 세르반테스가 뮤지컬에 등장인물이라는 사실입니다. 뮤지컬 속에서 세르반테스는 수도원에 세금을 매겼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에 넘겨져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그는 함께 갇혀 있는 죄수들에게 자신의 죄에 대한 변명 대신 자신이 쓴 소설을 직접 연기하기 시작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돈키호테는 70대 할아버지입니다.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상태임에도 그는 자신이 기사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떠나는 길에서 무어인들에게 돈을 전부 빼앗겨도, 주막에서 만난 불한당들에게 두들겨 맞아도 그는 자신이 기사가 될 수 있음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계속 나아갑니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돈키호테의 믿음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전해주기 시작합니다.

 

 

 

 


돈키호테와 그를 따르는 산초 ⓒ 오디컴퍼니

 

 

주막에서 일하는 여인 알돈자는 자신을 ‘둘시네아’라는 고귀한 이름으로 부르는 돈키호테를 보지만 이내 그를 무시합니다. 알돈자는 세상 모든 남자는 다 똑같다며 돈키호테의 행동을 쉽사리 믿지 않습니다. 그러나 거칠게 살아온 사람도 자신을 존중해 주는 사람을 뿌리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어떠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돈키호테가 자신을 둘시네아로 인정해 주자, 마침내 인생을 포기한 채 살아가던 그녀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미친 할아버지 돈키호테가 가진 믿음의 진정성. 그로 인해 변화하는 알돈자의 모습을 보면 나는 지금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그것이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가 반세기 동안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힘입니다.
 

 

 

 


두려움에 맞서 종교 재판을 받으러 가는 세르반테스 ⓒ 오디컴퍼니

 

 

우리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마음은 앞을 향하는데 현실은 한없이 삼천포로 빠지는 것 같아 인생의 루저가 된 것 같은 날도 있습니다. 옆을 바라보면 내 주변 사람들이 내 앞을 제치고 달려가는 것을 보면 열등감은 더욱 커집니다. 그러나 잊지 마세요. 무라카미 하루키도, 류승완 감독도, 돈키호테조차도 달리는 곳마다 끊임없이 실패하는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당신의 성공도 아마 끝이 없을 것 같은 실패 뒤에 숨어 있을 것입니다.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눈을 감기도 어려운 어떤 날. 예술이 당신에게 밥을 먹여줄 순 없지만, 시린 마음에 한 줌 온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공연 안내
- 공연명 :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 기간 : 2015년 7월 30일(목)~2015년 11월 1일(일)
- 장소 : 디큐브 아트센터
- 주최 : 오디컴퍼니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김현정(글) / 정미리(편집)